개성공단 기업인들이 다음달 미국을 방문해 공단 재개 필요성을 설명할 예정입니다. 북한 근로자들이 개성공단을 통해 시장경제에 눈을 뜨고 기업과 자본주의 경제를 이해하게 됐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의 정기섭 위원장은 21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6월11일부터 16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개성공단 재개의 필요성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정기섭 위원장] “워싱턴에 갔다가 나중에 LA 거쳐서 들어오는데요, 출발은 여기 시간으로 10일 날 할 것이고요, 돌아오는 것은 6월 16일 날 돌아오고요.”
정 위원장은 전임 비대위 위원장들과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의 김진향 이사장 등과 함께 미국에 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방미 중 가장 중요한 일정은 다음달 12일 연방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에서 열리는 개성공단 설명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위원장은 개성공단이 북한 주민들의 민생에 어떤 보탬이 됐는지, 북한 내 시장경제 확산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등을 설명할 것이라며, 특히 개성공단이 북한 주민들에게 미친 긍정적인 영향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기섭 위원장] “그 사람들이 처음에는 무엇인가를 달라고 할 때 억지를 부렸다면, 그 이후에는 시장경제에서는 성과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자기들 스스로가 이만큼 성과를 낼 테니까 인센티브를 달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시장경제화된 것이죠.”
정 위원장은 북한 근로자들이 좋은 성과를 냈을 때 더 많은 분배가 이뤄진다는 것을 실제적으로 경험했다며, 처음에는 별로 열심히 일하지 않았지만 몇 해 지난 후에는 완전히 달라졌고, 이에 따라 월급도 오르고 생활이 점차 윤택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근로자들이 개성공단을 통해 시장경제에 눈을 뜨고 기업과 자본주의 경제를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정 위원장은 방미 기간 중 의회 설명회 외에도 미국 언론인들과의 간담회와 한국계 미국인 사업가들을 상대로 한 설명회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LA 출신 연방 하원의원 2명과의 개별면담도 예정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2005년부터 업체들의 입주가 시작된 개성공단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인 2016년 2월 10일 전격적으로 가동이 전면 중단됐습니다.
당시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북한으로 유입되는 돈줄을 차단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개성공단을 폐쇄하기로 결정하다고 밝혔습니다.
정 위원장은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임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자금으로 전용된다는 지적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정기섭 위원장] “한국 정부가 지난 번에 공단 폐쇄를 합리화하기 위해서 전혀 근거도 없고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이야기한 것인데, 그것이 지금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상당히 나쁜 영향을 주고 있잖아요.”
정 위원장은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5만여 명의 인건비가 1년에 약 1억 달러 정도라며, 이것을 통해서 20만 명의 북한 주민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임금이 대량 현금(벌크 캐시)의 북한 유입을 사실상 금지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저촉된다면, 북한과 협의를 통해 현물을 지급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는 점을 이번 미국 방문 때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가 공장 시설과 기계설비 점검을 위한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지난 17일 허용한 것과 관련해서는 많이 늦었지만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기섭 위원장] “ 그 자체가 재개는 아니지만 우리가 언젠가 재개하려면 공단이 여러 해 동안 닫혀 있었기 때문에 준비할 것이 많거든요.”
정 위원장은 지금은 공단 재개를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짐작만 할 뿐 정확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공단을 방문해 직접 보면 필요한 것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성공단 입주기업 10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해 지난 4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들 대부분의 경영 상황이 지난 2016년 공단 폐쇄 후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공단 재입주와 재가동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 위원장은 북한이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과 관련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결국 승인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기섭 위원장] “북측이 재개를 원하는 입장에서 재개를 준비하기 위해서 시설 점검을 한다는데, 또 이미 지난해 남북간에는 서로 합의가 있었거든요.”
정 위원장은 미국을 방문하기 전에 공단 방문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개성공단의 재개와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번 방북이 그같은 목표로 나가는 첫 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