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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납북 피해자 가족들 “납북자 억류자 조속한 석방·송환 촉구”


납북 피해가족 단체와 대북 인권단체들이 16일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납북자와 억류자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납북 피해가족 단체와 대북 인권단체들이 16일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납북자와 억류자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북한 정권에 납치 억류된 한국민의 송환과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한국 국회에 발의됐습니다. 결의안을 추진한 납북 피해자 가족들은 피해자들의 송환과 석방을 위한 노력을 한국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납북 피해가족 단체와 대북 인권단체들이 16일 서울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납북자와 억류자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북한에 납치 억류 중인 국민의 조속한 석방과 송환을 촉구하고, 아울러 국회와 정부에 피해자 중심의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과 함께 발의합니다.”

서울의 민간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이영환 대표는 22개 시민단체가 국회 결의안 추진 노력에 지지와 연대를 표명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북한이 정전협정 체결 당시 협정을 위반해 국군포로 8만2천318명과 납북 민간인 9만4천121명의 송환을 거부했고, 정전협정 이후에도 2000년까지 최소한 516명의 한국 국민을 불법적으로 납북 억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2010년대에 들어서도 김정욱 선교사와 탈북민 고현철 씨 등 최소한 7명을 불법적으로 납북 억류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회에서 납북자와 억류자 문제에 대한 결의안이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국회에서 더 많은 목소리와 결의안이 나와야 정부에서 마지 못해서라도 이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방향인데, 앞으로 이런 일을 더 많은 단체들이 모여서 촉구하고 요청하고 요구하고, 또 비판할 부분은 비판하고 칭찬할 부분은 칭찬하려고 합니다.”

바른미래당 소속 하태경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발의한 이번 결의안에 14명의 의원이 함께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조속히 개최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녹취: 하태경 의원] “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와 북한에 억류된 대한민국 국민 문제 두 가지 문제를 주제로 해서 남북 당국간 회담을 조속히 열어줄 것을 촉구합니다.”

하 의원은 6·25 전쟁 납북자와 대한항공 여객기 나포 피해자뿐 아니라 2010년대 들어서도 한국 국민 7명이 북한에 납치된 일이 있었다며, 정부가 이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아픔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헌법상 기본적 인권과 자국민 보호를 위해 가능한 모든 외교경로를 활용해 납북 피해자의 석방과 송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1969년 대한항공 KAL기 납치 피해자 가족회’의 황인철 대표는 기자회견 뒤 `VOA'에, 너무나 당연한 아버지의 석방과 송환이 이뤄지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황인철 대표] “저희 아버지가 1969년도에 비행기로 하이재킹을 당하셨는데, 하이재킹 자체는 국제사회 내에서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 아버지가 송환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아직 송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거든요.”

황 대표의 아버지인 황원 씨는 32살이던 1969년 12월11일에 출장길에 나섰다가 타고 있던 비행기가 북한 공작원에게 나포돼 북한으로 끌려간 뒤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황 대표는 2016년에 마지막으로 북한에 있는 아버지 소식을 들었다며, 이제는 너무 고령이라 매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아버지뿐 아니라 다른 모든 납북자들이 송환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의 이원희 조사연구원은 한국 내에서 납북자 문제에 대한 관심이 너무 적은 것도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원희 조사연구원] “저희 같은 젊은 세대들이 정말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6.25 전쟁납북자의 손녀이기도 한 이 연구원은 현재 납북 피해자 가족들의 증언 채록을 담당하고 있다며, 많은 가족들이 세상을 떠나거나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제 너무나 오랜 시간이 흘러 피해자 가족들도 지친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이원희 조사연구원] “바라는 바 거의 없다고 얘기하세요 대부분. 포기 상태시죠. 얼마나 지치셨다는 것을 알 수가 있죠.”

이 연구원은 자신과 같은 납북자 3세들은 납북 피해 사실 자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들을 위해 기록을 남겨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에 대한 지원이 더 늘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9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실시된 북한 인권에 대한 보편적 정례검토(UPR)에서 납북자와 한국전쟁 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북한에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14일 이같은 권고안을 거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15일 정례브리핑에서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는 인도적 문제라며, 남북한 협의 하에 조속한 시일 내에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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