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와이즈 어네스트' 호 압류에 대응 강도 높여가는 북한

  • 윤국한

미국 법무부가 지난 9일 공개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네스트'호.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미국의 압류 조치가 미-북 비핵화 협상에 또다른 악재로 떠올랐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반응에 따라 대응 수위를 높여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와이즈 어네스트 호 압류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 상당히 강한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북한은 이 선박에 대한 미 법무부의 압류 발표가 나온 지 닷새 뒤인 지난 14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의 조치를 `불법 무도한 강탈 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첫 번째 반응이었습니다. 이어 17일에는 김성 유엔대사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항의서한을 보내 안보리 차원의 ‘긴급조치’를 요구했습니다. 김 대사는 어제 (21일) 유엔본부 기자회견에서는 미국의 조치를 “극단적인 대북 적대정책의 산물”이자,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 위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외무성 담화를 시작으로 일주일 새 세 차례나 대응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것 같은데요?

기자) 와이즈 어네스트 호 압류는 북한의 유엔 결의 위반에 대해 미국이 행동에 나선 첫 번째 사례입니다. 불법적인 선박 환적 등을 통해 외화벌이와 원유 등 전략물자 조달이 시급한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이후 처음으로 외무성 대변인 담화 형식으로 미국을 비난한 건, 이런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후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항의서한과 유엔대사의 기자회견까지 일주일 새 세 건의 대응에 나선 건 이례적입니다. 무엇보다, 대미 비난과 압박의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가고 있는 점이 두드러집니다.

진행자)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교착 상태에 있는 미-북 비핵화 협상에 또다른 악재가 될 수 있겠네요?

기자) 북한의 태도로 미뤄볼 때 분명 그런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미국의 압류 조치를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대한 부정이자 대북 적대시 정책의 산물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차후 움직임을 예리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데요, 추가적인 대응 조치를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어떤 형태의 추가적인 대응 조치가 예상되나요?

기자) 최근 두 차례 감행한 발사체 발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무력시위의 강도를 높여서, 단거리 미사일이 아닌 중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북한의 강한 반발에도 상당히 절제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기자)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 기조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비핵화 협상 재개에 또다른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는 겁니다. 미국은 그러면서도 유엔 결의 이행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대화 재개를 바라지만, 불법 환적 등 북한의 제재 위반 행위는 규정에 따라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방코델타아시아(BDA) 사태와 비슷하게 전개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던데요?

기자) BDA 사태는 지난 2005년 북 핵 6자회담에서 9.19 합의가 이뤄진 직후, 미 재무부가 BDA를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고, 이로써 이 은행에 예치된 북한 자금 2천7백만 달러가 동결된 조치입니다. 그러자 북한은 강하게 반발하며 9.19 합의 이행은 물론 6자회담 자체를 거부했습니다. 결국 1년여 뒤 미국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었는데요, 이번에도 북한이 당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와이즈 어네스트 호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대화를 일절 거부하고, 이로써 현재의 미-북 간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진행자) 미국과 북한 모두 현 단계에서 비핵화 협상의 판을 깨려는 의도는 없는 것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의 대응이 제재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는 선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이미 교착 상태에 있는 비핵화 협상의 재개는 더욱 멀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협상 재개를 위해 북한을 달래려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됩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