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직 관리들 “‘북한 핵시설 5개’ 발언은 ‘빅딜’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시설 개수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제안이 턱없이 부족하며 훨씬 광범위한 프로그램이 포함돼야 한다는 뜻이라고 전 미국 외교 당국자들이 분석했습니다. 다만 ‘첩보’에 해당되는 내용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미국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시설의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한 것은 하노이에서 북한이 내놓은 비핵화 제안이 그만큼 부족했다는 것을 다시 언급한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버시바우 전 대사] “He’s not given up on for the negotiations with Kim Jong Un, I think it was sort of a holding action, it is simply restating that what was being offered in Hanoi was insufficient in terms of denuclearization.

버시바우 전 대사는 2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협상을 포기한 게 아니라 행동을 보류한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대통령이 직접 북한 핵시설 개수를 언급한 것을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하면서, 완전한 비핵화의 범위에는 우라늄 농축 등이 이뤄지는 핵시설에서부터 미사일 기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프로그램이 포함된다는 뜻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t’s obvious that North Korea has more than Yongbyun, so it shows that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includes sites like that uranium enrichment includes a comprehensive program on their missile technologies. I think he was making it very clear that the US position. And he wants that ‘big deal’ approach and that’s what his position is and that’s complete denuclearization.”

결국 미국의 비핵화 해법은 ‘빅딜’이자 ‘완전한 비핵화’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 발언이었다는 설명입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그러나 북한이 영변 외에 추가 시설을 갖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며, 구체적 숫자가 거론된 것이 향후 협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북한이 폐쇄해야 할 시설의 숫자를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첩보’와 정보’의 차이점을 구분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t’s the first time that a number has been put out there by the President. And this speaks to the fact that I don’t think President Trump knows the difference between intelligence and information.”

토마스 컨트리맨 전 국무부 차관 대행은 미 정보 당국이 북한의 핵시설 위치는 물론 영변 외에 그런 시설이 더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컨트리맨 전 차관 대행] “US intelligence knows pretty well where are their sites related to the nuclear facilities and there are more than just Yongbyun. So I don’t think that the President is revealing anything that is not already known both to the North Koreans and to the intelligence community here.”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사실을 폭로한 것은 아니며, 미-북 간 교착 상태 속에서 북한의 보다 진지한 조치와 투명성을 요구하기 위한 발언이라고 컨트리맨 전 차관 대행은 분석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