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딜’에 엇갈린 평가… “과거에도 실패” Vs. “유일한 방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판문점에 도착한 후 환하게 웃고 있다.

미 주요 언론들이 북한 비핵화에 대한 단계적 접근법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스몰 딜’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의견과,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주장으로 나뉘었습니다. 김카니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북 실무 협상이 이달 중 재개될 예정인 가운데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4일 미국이 북한과 외교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스몰 딜’이라고 밝혔습니다.

‘스몰 딜’로 알려진 단계적 접근의 개념으로 돌아가는 것이 비핵화가 성공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유일한 외교적 경로라는 주장입니다.

앞서 `뉴욕타임스’ 신문도 지난 30일,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북한의 핵 동결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협상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즉각 부인했지만, 비슷한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워싱턴 일각에서는 미국이 줄곧 요구해온 북한의 모든 핵 시설 폐기라는 `빅 딜’식 일괄타결 접근법에서 한 발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수 김 전 미 중앙정보국CIA 북한 분석가는 미 주요 언론에서 ‘스몰 딜’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데 대한 우려를 밝혔습니다.

김 전 분석가는 5일 VOA에, 비핵화에 대한 어떠한 진전도 없었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이후 ‘스몰 딜’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것이 군축 전문가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 전 분석가] “The concern is that the fact that we keep talking about it now after this 50-minute meeting between Trump and Kim where nothing was produced, should send alarm to experts who work on proliferation.”

김 전 분석가는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비핵화가 적절한 시기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북한과의 어떠한 합의라도 이뤄내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과거 실패했던 ‘스몰 딜’을 수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스몰 딜’이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와 함께 핵무기를 보유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연구원] “I think the only way that Kim Jong Un is going to give up nuclear weapons is when he finally believes that possessing nuclear weapons is a greater threat to himself than giving them up and that means pressure has to be so great that those around him want to give up nuclear weapons.”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는 유일한 길은 핵을 보유하는 것이 핵을 포기하는 것 보다 자신에게 더 큰 위협이 된다고 믿을 때일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또 김정은 위원장 주변 인물들이 핵무기 포기를 바랄 정도로 북한에 대한 압박이 클 때 핵 포기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현재의 협상 국면에서 유일하게 효과적인 접근법은 ‘스몰 딜’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스몰 딜을 택할지는 의문이라며, 현재 내부적으로 북 핵 협상에서 어떤 접근법을 취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이어 미국이 어떤 대북 접근법을 취할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합의를 원하는지 여부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f he does, then I think we will see a phased reciprocal process. If he doesn't, they will keep pushing the idea of CVID upfront and North Korea will eventually back out of that and probably go toward much harder line.”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합의를 원한다면 미국은 단계적이고 상응적인 접근법을 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그렇지 않다면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강조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한은 결국 협상을 포기하고 지금보다 훨씬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고스 국장은 전망했습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대사도 행정부 내에서 대북 접근법을 두고 이견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쟁점은 행정부가 제재 완화와 관련해 ‘전부 아니면 전무’ 접근방식에서 물러날 준비가 돼 있는지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버시바우 전 대사] “How much are you prepared to give in at the interim stages even if the ultimate goal remains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행정부의 최종 목표가 완전한 비핵화라고 하더라도 잠정 단계에서 북한에 얼마나 양보할 준비가 돼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해 켄 고스 국장은 미 의회의 강경 대북 기류가 행정부의 제재 완화를 견제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의 국제금융체제 접근을 원천봉쇄할 목적으로 마련된 대북 제재 강화 법안, ‘브링크 액트’가 포함된 국방수권법안이 최근 상원을 통과한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또, 대북 금수 조치 강화에 초점을 맞춘 ‘리드 액트’가 상원에 재상정되는 등 의회는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한 어떠한 의사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고스 국장은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카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