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전격 회동을 계기로 미-북 실무 협상이 이달 중 재개될 전망입니다. 양국 간 실무 협상의 쟁점과 전망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지난달 30일 전격적으로 판문점에서 만나 비핵화 실무 협상을 갖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날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53분 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만족스런 회담을 했다며, 2~3주 안에 실무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Next two or three weeks teams start to working..”
북한도 미국과 대화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1일 공개한 기록영화입니다.
[녹취: 중방] “경애하는 최고지도자 동지와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반도 비핵화와 조-미 관계 새로운 돌파구를 열기 위한 생산적인 대화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하셨습니다.”
7월 중 재개가 유력한 미-북 대화는 고위급과 실무급 회담으로 구성될 전망입니다.
고위급 회담은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리용호 외무상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폼페오 국무장관의 교체를 요구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오 장관이 실무 협상을 주도할 것이라고 못박았습니다.
실무 협상 라인으로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한의 김명길 전 베트남 주재 대사가 나설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언론들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최근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김명길 전 대사’를 실무협상 대표로 통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올해 60살인 김명길은 20년 넘게 핵과 미국 문제를 다뤄온 ‘미국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명길은 2006년부터 3년 간 뉴욕의 북한대표부에서 공사와 차석대사를 지냈고, 과거 북 핵 6자회담 경제에너지 실무그룹에서 북측 수석대표를 맡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외교실세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실무 협상에서 빠진 것은 직급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선희 제1부상은 차관급인데 비건 대표는 차관보로 직급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최선희 제1부상은 막후에서 전략을 짜고 협상을 지휘할 것이라고 한국 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최선희가 제1부상이니까, 차관이란 말이죠. 그러니까, 리용호와 최선희가 김명길을 지휘하며 회담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북한은 하노이 회담을 주도했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김혁철 대미특별대표를 모두 교체했습니다.
또 미국과 북한 모두 국무부와 외무성 소속 외교라인으로 협상창구를 재정립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양측이 실무 협상에서 다뤄야할 문제는 크게 3가지입니다.
첫째는 비핵화와 상응 조치 즉, 제재 완화를 둘러싼 간극을 좁히는 것입니다.
앞서 2월 말 하노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전면적인 핵 폐기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영변 핵 시설을 폐기할 테니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5개를 풀라고 요구해 회담은 결렬되고 말았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는 영변 핵 폐기를 포함한 전반적인 비핵화 시간표와 이에 상응하는 단계적 제재 해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What is US willing to put on the table…”
두 번째는 신고와 검증, 그리고 비핵화 정의 문제입니다. 미국은 비핵화를 하려면 반드시 핵 신고와 검증, 그리고 최종적인 비핵화 상태에 대한 합의된 정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핵 신고와 검증을 극도로 꺼릴뿐 아니라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양측이 이 문제를 놓고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문성묵 통일센터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북한은 조선반도의 비핵화라고 해서 북한 핵 문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고, 미국은 아니다, 북한 비핵화다 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우선 비핵화의 정의와 개념, 범위부터 정리돼야 합니다.”
세 번째로 핵 동결 문제도 중요하게 다뤄질 전망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에도 핵 물질과 핵무기 생산을 계속해왔습니다.
따라서 실무 협상이 열리면 우선적으로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 같은 핵 물질 생산 동결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조정관은 말했습니다.
[녹취:세이모어 전 조정관] “Has to focus on ending production of fissile material as a first step towards denuclearization..”
이밖에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 문제도 논의될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은 그동안 여러 차례 안전보장 문제를 거론한데다 중국과 러시아도 비핵화를 하려면 안전보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미-북 양국이 평화협정이나 수교조약 형태로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실무 협상의 최대 변수로 비핵화와 제재 완화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비핵화의 1단계로 철저한 검증 하에 영변 핵 시설 폐기와 핵 프로그램 동결을 제재 완화와 미-북 연락사무소 등과 맞바꾼다면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겁니다.
반면 일부 언론에 보도된대로 미국이 영변 핵 시설 폐기와 핵 동결을 대북 인도적 지원과 인적교류 등과 맞바꾸려 한다면 북한이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켄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Enhace humanitarian aids and more people to people contact…”
또 다른 변수는 워싱턴 내 강온파 갈등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로 하노이 정상회담을 주도했던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30일 판문점 미-북 회동에 참석하지 못하고 몽골을 방문했습니다.
반면 행정부 내 온건파를 대표하는 비건 특별대표는 판문점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막후에서 북측과 접촉했을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실무 협상을 이끌게 됐습니다.
북한 전문가인 켄 고스 국장은 볼튼 보좌관이 판문점 정상회담에 빠지고 몽골을 방문한 것이 우연의 일치로 보이지 않는다며, 워싱턴에는 볼튼이 힘을 잃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Lot of rumors going around Bolton has been marginalized also, it is no coincident that he was sent to Mongolia”
이번 실무 협상은 과거와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지금까지 미-북 실무 협상은 정상회담 날짜가 정해진 뒤에 정상회담 공동성명이나 합의문을 만들기 위해 2-3주 간 진행됐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4차 정상회담 날짜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비핵화와 제재 완화, 핵 신고와 검증, 동결, 미-북 관계 개선 등 상당히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다뤄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실무 협상이 수 개월 간 계속될 수 있다고 문성묵 통일센터장은 말했습니다.
[녹취:문성묵] ”실무 협상이 하노이 같은 경우에는 정상회담 일정이 잡힌 상황에서 했기 때문에 기간이 짧았던 것이고 이번에는 연말이라는 시한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한 달이 될지 두 달이 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판문점 3차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과 북한은 교착 국면에서 벗어나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됐습니다.
양측이 실무 협상을 통해 비핵화 해법을 마련할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