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3주 가량 종적을 감췄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다시 공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현지 지도를 하면서 당 간부들을 강하게 질타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그 배경과 의미를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시 공개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9일 평안북도에서 미사일 발사 지도를 마지막으로 종적을 감췄던 김정은 위원장이 자강도에 있는 소년학생궁전, 강계뜨락또르종합공장, 2.8 기계종합공장 등을 둘러봤습니다.
이어 2일에는 평양에서 열린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 그리고 3일에는 5.1경기장에서 열린 대집단체조를 관람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23일 만에 공개활동에 나선 김정은 위원장이 당 간부들을 강하게 질책한 점입니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자강도 강계시에 있는 ‘배움의 천리길 학생소년궁전’을 둘러보고 “기분이 좋지 않다”며 낙후한 시설과 운영 실태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중방] “샤워장에 물이 나오지 않고, 수도꼭지도 떨어져 나가고, 조명도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은데도 그대로 놔두고 관심을 전혀 갖지 않는 간부들의 일본새가 정말 틀려먹었다.”
당 간부들에 대한 질책은 3일 평양에서 열린 집단체조 공연에서도 이어졌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부인 리설주 씨와 여동생 김여정 등과 함께 5.1경기장에서 열린 대집단체조 ‘인민의 나라’ 개막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공연 후 관계자들을 불러 ‘그릇된 창작과 무책임한 일본새’를 크게 비판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질책으로 집단체조 공연이 10일부터 일시 중단될 것이라고 중국에 있는 북한전문 여행사가 밝히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당 간부들을 질책하는 것은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민심 동향과 관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당초 북한 수뇌부와 주민들은 하노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와 제재가 풀릴 것으로 큰 기대를 가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월27일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영변 핵 시설 폐기를 대가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11개를 풀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을 포함해 5곳의 핵 시설 모두를 폐기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고, 회담은 결렬로 끝났습니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은 하노이에서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다시 60 시간 이상 기차를 타고 평양으로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기대했던 제재는 풀리지 않았고 개성공단도 금강산 관광도 풀리기 힘든 상황이 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에 빈손으로 돌아가 상당히 실망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Kim has to go to Pyongyang in empty handed…
하노이 회담 결과에 북한 수뇌부와 주민들이 느꼈던 실망감은 지난 4월12일 김정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녹취: 중방]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서 생각해보면 그 무슨 제재 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미국이나 한국, 일본 같은 나라에서는 정상회담이 실패하면 그 책임은 대통령이나 총리가 지게 됩니다. 그러나 북한체제에서 수령은 실수나 잘못을 저지를 수 없는 ‘무오류’적인 존재입니다. 따라서 당 간부들을 질책함으로써 자신의 위신을 세우고 술렁이는 민심을 수습하려는 것이라고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제재를 풀어야 모든 것이 해결되는데, 이게 해결이 안됐으니까, 본인으로서도 당황하고, 인민대중이 김정은에 대한 신뢰가 점점 떨어지고, 그러니까, (당 간부들을 질책해), 자기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 아닌가.”
동시에 김정은 위원장은 하노이 회담 실패의 책임을 물어 통일전선부를 외교 일선에서 배제했습니다. 김영철이 주도하는 통일전선부는 그동안 핵 협상과 대미, 대남 관계를 총괄해왔는데 이를 외무성으로 일원화 한 겁니다.
다만 김영철을 통전부장 직에서 해임했지만 당 부위원장직은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50일 가량 공식석상에서 사라졌던 김영철은 지난 2일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군인가족예술소조 공연에 이어 3일 대집단체조 공연 관람에 연이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에 대해 강인덕 전 장관은 외부 언론이 보도한 ‘숙청설’을 불식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강인덕] ”이렇게 보여줌으로써 남한의 가장 보수적인 신문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또 자신은 당 간부들을 배려하고 있다는 두 가지 심리전적인 행위를 한 것이지요.”
앞서 한국의 `조선일보'는 김영철이 통전부장에서 해임된 뒤 혁명화 조치를 받고 있으며 김혁철 대미특별대표는 처형 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군수공장 방문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방문한 강계뜨락또르종합공장과 2.8기계종합공장은 북한의 대표적인 군수공장입니다. 이곳은 소총 같은 개인화기는 물론 포탄과 어뢰, 미사일 탄두 등을 생산하는 핵심 군수기지입니다.
그런데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이 공장들을 방문해 무기 생산 대신 일반 주민들을 위한 생활필수품 생산에 관심을 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워싱턴의 북한 전문가인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서방에 군사적 도발 보다는 경제발전에 주력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He signaling to the west, hey hard line is coming, but he focusing economy…”
앞서 북한은 지난해 4월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고 ‘핵-경제 병진 노선’ 대신 경제건설 총력 노선을 채택했한 바 있습니다.
한편 외교의 일선으로 복귀한 북한 외무성은 6·12 미-북 공동성명 1주년을 앞두고 담화를 내놨습니다. 외무성 대변인이 4일 발표한 담화입니다.
[녹취: 중방] ”우리의 공명정대한 입장에 어떻게 화답해 나오느냐에 따라 6.12 조미 공동성명이 살아남는가, 아니면 빈 종이장으로 남아있는가가 결정될 것이다.”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은 이 담화에 대해, 기존 입장을 거듭 밝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할 만큼 했으니 미국이 먼저 제재를 풀고 양보하지 않으면 과거의 강경 노선으로 돌아가겠다는 경고라는 겁니다.
[녹취: 고스]”From their point of view they would not make next concession…
한편 미국은 북한에 대해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김정은 위원장과 자신 모두 비핵화 합의를 바란다면서 적절한 때 다시 만나길 고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도 `워싱턴 타임스'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제재 완화를 원한다면 핵무기를 포기해야 한다며, “북한과 마주앉아 진지한 대화를 할 기회를 다시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미국과 북한 간에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넉 달째 교착 국면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6월 하순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서울 방문을 계기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