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한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외교부 고위 관계자들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 미-한 동맹 발전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틸웰 차관보는 동맹인 한국과 관련된 모든 이슈에 관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안소영 기자입니다.
한국 시간으로 16일 밤 서울에 도착한 스틸웰 차관보는 17일 한국 외교라인 인사들과 잇따라 만났습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의 면담을 시작으로 한국 측 북 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했습니다.
면담을 마치고 나온 스틸웰 차관보는 한-일 갈등에 미국이 관여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동맹이기 때문에 우리는 미국과 한국과 관련된 모든 이슈에 관여할 생각”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이슈에 대해 논의했고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직 공식적인 이 본부장과의 면담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대북 입장에 대한 미-한 공조를 재확인하고, 실무 협상 재개 시 미국의 옵션 등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위원은 17일 VOA에, 앞선 북한의 미-한 연합위기관리연습에 대한 외무성 담화에 대한 양국의 입장, 또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 방안에 대해 논의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성렬 위원] “외무성 성명의 진위를 파악하려 했을 것이고, 어떤 배경과 의도에서 (담화가 나왔다) 또 하나는 만일, 협상이 제기됐을 경우 어떤 수위로 할 것인가, 다시 말해 미국에서 말하는 유연한 접근 내지는 더 창의적인 해법을 얘기했으니까 그와 관련한 한-미 간의 이견을 조율하려 했을 겁니다.”
조 위원은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한 실질적 조치가 있기 전에는 제재 완화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한국 정부로서도 제재 문제 보다는 북한이 얘기하는 안전보장 문제와 관련한 해법에 초점을 맞췄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립외교원의 김현욱 교수는 남북관계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한국 정부의 입장은 일단 제재 완화를 인센티브로 좀 달라는 입장일 것이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문제가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 분명한 입장일 거에요. 한국 입장은 영변 폐쇄에 대해서 제재 완화를 해주는 것이 당연히 남북한 간에 경제협력으로 이어지는 것이야 한다는...”
스틸웰 차관보는 오후에는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장관을 예방하고 카운터파트인 윤순구 차관보와 함께 약식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스틸웰 차관보는 “미국은 우리와 동맹인 한국과 일본 간 관계를 강화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면서 “우리의 두 동맹인 한국과 일본 간 협력 없이는 이 지역의 매우 중요한 이슈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은 근본적으로 예민한 문제들을 해결해야만 할 것”이며, “조만간 해결책이 나오길 바란다”고도 했습니다.
다만, 한-일 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어떤 구체적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매우 유익한 토론을 진행했다”고만 답하며 말을 아꼈습니다.
한국의 윤군수 외교부 차관보도 “스틸웰 차관보와 생산적 협의를 가졌다”면서 “미국도 대화 재개를 통해 이 문제가 해결되는 데 도울 수 있도록 나름의 노력을 해나겠다는 언급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보도자료에서, 두 차관보가 미-한 동맹의 발전 방안과 한-일 관계를 포함한 지역정세 등 다양한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6월 말 성공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미-한 간 정책공조가 긴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스틸웰 차관보의 이번 방한이 한반도 문제, 양자 및 지역 현안 등에 대한 미-한 양국 간 내실 있는 협의를 통해 굳건한 미-한 동맹 강화에 기여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스틸웰 차관보는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위해 한-일 양국 간 협력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며, 미국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이해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양국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동맹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할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한국의 전문가들은 앞서 미-한 연합위기관리연습을 비난하는 내용의 북한의 외무성 담화는 이 달 안에 열릴 것으로 보였던 미-북 실무 협상 재개 전망을 어둡게 한다는 입장입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위원은 실무 협상을 앞두고 기싸움을 벌이기 위한 북한의 ‘몽니 부리기’ 수준으로만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성렬 위원] “단지 몽니라면 쉽게 나올 수 있는데, 몽니가 아니라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라고 제기하면서 나온 것이라 이 부분이 충족되지 않으면 북한이 쉽게 나오지 않을 것 같아요.”
조 위원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지난 6월 30일 이뤄진 판문점 회동을 통해 미국이 한국과의 연합훈련을 중단했다고 약속한 것으로 믿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예정대로 어떤 유형이든 훈련이 실행된다면 북한은 쉽게 입장을 바꿀 것 같지 않다는 게 조 위원의 설명입니다.
국립외교원의 김현욱 교수는 제재 완화를 요구하던 북한이 다음달 예정된 미-한 연합훈련까지 들고 나온 데 주목하며, 미-북 실무 협상이 당분간 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솔직히 제재 완화 부분이라는 것은 실무 협상을 시작해서 논의해도 충분한 이슈거든요. 그런데 실무 협상에 들어가기 전부터 먼저 정해놔라, 북한이 원하는 수준의 제재 완화를 먼저 해달라면서 연합훈련까지 핑계 대면서 실무 협상도 지금으로서는 안 들어가겠다는 건 몽니 부리기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죠”
앞서 한국 외교부와 국방부는 북한이 오는 8월로 예정된 미-한 합동훈련 동맹 연습을 비난한데 대해 미-북 비핵화 협상에 진전을 기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외교부는 을지 프리덤 가디언 연습은 미-한 양국의 합의로 종료된 바 있다면서 올해 후반기에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검증을 위한 연습 시행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앞서 외무성 대변인 담화 등을 통해 미-한 연합위기관리연습을 비난하며 미-북 실무협상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