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북한 인권 문제 다뤄야 신뢰, 검증, 투자 가능”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미국은 앞으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인권이 개선되지 않으면 비핵화에 진전이 있어도 북한이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한국 담당 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인권 문제를 더 적극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이 ‘인권’을 대북정책에 적절히 반영하면 압박과 설득의 도구로 꽤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차 교수는 17일 조지 부시센터의 공식 웹사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이 같이 주장하며, “그동안 대북정책에서 인권은 뒷전이었지만, 장차 북한과 신뢰할 수 있고 종합적인 합의를 이루려면 반드시 다뤄야 하는 주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비핵화 협상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전략적 이유를 신뢰 회복, 검증 장애물 제거, 경제 유인책 등 세 갈래로 분류해서 제시했습니다.

우선 북한이 인권을 개선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차 교수는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수용소를 폐지하거나, 굶어죽는 주민에게 제대로 구호식량을 배급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제사회는 비로소 북한이 개방을 향한 전략적 선택을 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Performing denuclearization against the backdrop of substantive moves to address the international community’s concerns about prison camps, youths suffering malnutrition, and other human rights abuses would convey a real sense that Pyongyang has made a strategic decision to join the international community.

차 교수는 북한이 인권 부문에서 먼저 개선을 이뤄 신뢰를 회복한다면 비핵화 단계에서 협상 쌍방이 더 신뢰를 가질 수 있게 돼, 협상에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둘째로, 북한 내 인권 상황의 개선 없이는 현실적으로 현장 검증이 불가능할 것으로 차 교수는 관측했습니다.

북한은 자국의 인권 실상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이런 ‘치부’가 외부에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권 상황에 대한 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아무리 비핵화 협상을 잘 한다 해도 검증 단계에서 예전처럼 또 벽에 부딪칠 것이란 주장입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Addressing human rights abuses is necessary to implement denuclearization. Simply put, any future denuclearization agreement that the Trump administration negotiates with North Korea will require stringent verification measures.

차 교수는 북한이 협상 진행 한참 후에 갑자기 검증을 문제삼아 공든탑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미국이 초기 단계부터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이유로, 인권 개선이 북한에 대한 경제적 보상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비핵화에 진전이 있어서 대북 제재가 해제되더라도, 인권 개선 없이는 미국 기업들이 북한에 투자를 꺼릴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차 교수는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경제를 개혁하고 발전시키고 싶다면 반드시 인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게 선행되지 않으면 어떤 미국 기업도 공급망에 인권 유린이 예상되는 북한 사업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But the reality is that even if Pyongyang undertook denuclearization measures and President Trump called on U.S. companies to start investing in the regime, no U. S. company will do so given the human rights abuses along the supply chain.

차 교수는 “북한 핵 문제 최종 해결을 위한 3대 핵심 요소, 즉 신뢰, 검증, 경제발전은 모두 북한 인권 해결 없이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Thus, three key elements of any negotiated solution to the North Korean nuclear problem – credibility, verification, and economic incentives – cannot be achieved without addressing the human rights abuses inside the country.

차 교수는 한국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 제기를 극도로 꺼리고 있다며, 미국이 먼저 나서서 물꼬를 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