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운송된 벤츠 차량, 부산 환적 정황 드러나...선주는 한국에서만 3번째 제재 위반

최근 북한으로 고급 차량을 운송해 논란이 된 DN5505호의 지난해 부산항 입출항 정보. 한국해양수산부 자료.

북한에 전달된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 2대가 한국 부산에서 환적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이 선박은 이미 북한산 석탄 반출 건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데, 이번 건으로 총 3개의 대북제재 위반 혐의를 받게 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VOA가 입수한 한국 해양수산부의 선박 입출항자료에는 최근 북한으로 고급 차량을 운송해 논란이 된 DN5505호의 화물이 ‘차량’으로 기재돼 있습니다.

입출항자료에 따르면 DN5505호는 지난해 9월16일 ‘철강제품’을 화물로 신고한 뒤 부산으로 입항했는데, 지난해 10월1~2일 사이 부산을 출항할 땐 신고 화물이 ‘차량’으로 변경됐습니다.

철강제품을 싣고 부산에 입항해 화물을 하역한 뒤, 약 보름 뒤 차량 제품을 싣고 다음 목적지로 떠난 겁니다.

최초 네덜란드에서 실린 것으로 알려진 벤츠 차량들이 부산항에서 다른 배로 옮겨져 출항했다는 뜻입니다.

앞서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는 보고서를 통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항구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 2대가 2개의 컨테이너에 각각 적재돼 중국 다롄과 일본 오사카 등을 거쳐 부산에 도착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보고서는 당시 부산을 출항한 DN5505호가 이후 약 18일간 사라진 뒤 다시 포항 인근에 나타났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땐 차량이 아닌 석탄을 싣고 있었는데, 이 석탄은 최근 VOA가 한국 A사가 최종 구매자라고 지목한 북한산 의심 석탄의 1차 운송분입니다.

결국 DN5505호는 벤츠 차량을 실은 채 부산항을 떠나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채 약 20일 가까이 사라졌고, 이후 북한산 석탄으로 의심되는 화물을 적재해 다시 등장한 겁니다.

따라서 문제의 차량이 어딘가에 하역되고, 대신 석탄을 싣고 온 건데 이들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도 주목됩니다.

보고서는 DN5505호가 부산을 떠나며 최초 출항지를 러시아 나홋카 항으로 기재한 점을 근거로, 차량을 러시아로 운송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이 선박이 러시아 나홋카로 갔는지 여부는 불분명합니다.

DN5505호는 이 석탄을 싣고 나타난 지 약 두 달 뒤인 올해 2월 북한산으로 의심됐던 석탄의 2차 수입 분을 싣고 포항에 입항했다가 출항보류 조치를 받은 뒤, 현재까지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 석탄을 수입한 한국의 A사는 최근 VOA에 “러시아 원산지 증명서를 확인해 구매했다”며, “북한산 석탄일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DN5505호가 한국에서 차량을 옮겨 실은 뒤 북한에 전달했다는 정황이 공개되면서, DN5505호 선주의 추가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입니다.

DN5505호의 선주는 앞서 정제유 불법 환적 건으로 폐선 처리된 ‘카트린’호의 운영주 ‘도영 쉬핑(Do Young Shipping)’과 동일합니다.

따라서 정제유 전달과 북한 석탄 운반에 이어 추가적으로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 운반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도영 쉬핑은 한국에서만 총 3개의 대북제재 위반 혐의를 받게 됐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 결의를 통해 벤츠와 같은 고급 차량의 북한 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선박 업계 관계자는 17일 VOA에 “석탄 운반선인 DN5505호에 차량을 비롯한 컨테이너가 실린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선주의 불법적인 대북 사업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도영 쉬핑’은 한국식 이름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조세회피처로 잘 알려진 마샬 제도에 주소지를 두고 있으며, 대표는 러시아인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도영 쉬핑’의 기술 부문을 담당하는 회사는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