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개발이 이전과 완전히 다른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워싱턴의 미사일 전문가가 지적했습니다. 미사일 엔진이나 안전성 등 추진력 실험을 넘어 탄두부의 속도와 각도를 조절한 뒤 내리꽂는 방식으로 명중률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의 기존 미사일과 연결 고리가 전혀 없는 복잡한 실험을 바로 성공시켰다며 외부 지원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을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의 미사일 개발 과정을 오랫동안 관측해 오셨는데요. 지난 2~3달 동안 집중 실험한 미사일은 어떤 점에서 새롭습니까?
윌리엄스 부국장) 북한이 보유한 다른 미사일들보다 융통성이 훨씬 많다고 하겠습니다. 북한의 기존 미사일들은 발사 방식이나 고도 조절을 통해 사거리를 다소 조정하긴 했지만 대체로 경직되고 융통성이 별로 없는 무기입니다. 반면 최근 실험한 미사일은 전형적인 탄도 궤적을 벗어나 방향을 수정할 수 있다는 특징을 보입니다. 최근 실험 중 적어도 한 번은 미사일이 포물선 궤적으로 비행한 뒤 지상을 향해 하강하다가 기체 역학을 이용해 튕겨 올라 수평 비행하는 모습이 관측됐습니다. 이렇게 속도를 늦춘 뒤 다시 목표를 향해 떨어지는 거죠.
기자) 그런 형태의 비행이 가능하려면 기존 미사일에 어떤 기술을 추가해야 되는 겁니까?
윌리엄스 부국장) (러시아제) 이스칸데르와 (한국의) 현무- 2B처럼 기동이 가능한 미사일은 하강하거나 풀업(하강단계에서 상승)할 때 일종의 유도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GPS(위성항법장치)나 레이더 등으로 아래 지형을 파악한다는 뜻입니다. 북한이 광학 유도 장치까지 쓸 수 있는 수준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아무튼 이런 기술을 이용해 지상의 목표물을 탐지하고 항로를 미세 조정한 뒤 내리꽂는 겁니다. 정확도가 훨씬 높아지죠.
기자) 실험을 하려는 기능 자체가 과거와 달라졌다고 봐야 되는 거군요.
윌리엄스 부국장) 북한은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복잡한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미사일의 다양한 측면을 시험해보는 겁니다. 과거에는 엔진이나 안정성 등 주로 추진력과 관련된 기능과 씨름했었죠. 보통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면 실험을 자제하게 되는데, 오히려 더 많이 한다는 건 비행 양상의 미묘한 차이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미사일의 역량과 한계를 모두 알기 위해서 말입니다.
기자) 풀업 기동을 하는 미사일은 적의 레이더에 포착되기도 어렵습니까?
윌리엄스 부국장) 풀업은 레이더를 피하기 위해서라기 보다 명중률을 크게 높이기 위한 목적입니다. 이 미사일은 어차피 상당히 낮은 고도로 날기 때문에 정상적인 비행을 해도 레이더를 회피하는데 유리합니다. 북한이 이렇게 정확도에 초점을 맞추게 된 건 흥미롭습니다. 최근까지 미사일의 정확도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으니까요.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 그리고 북한이 몇 년 전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모두 정확도가 상당히 떨어졌죠.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이 도시를 겨냥하는 경우라면 정확도가 크게 문제 되진 않지만요.
기자) 정확도에 더 치중하게 된 것은 보다 근거리에 있는 구체적인 과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일까요?
윌리엄스 부국장) 제거하고자 하는 공군 기지나 병력, 레이더와 같은 군사적 목표물, 그리고 항구와 같은 기반시설 등을 겨냥할 때 정확도가 중요해집니다.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이 해당될 수 있죠. 하지만 일본까지는 사거리가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죠? 북한 발사체가 600km나 비행했다는 분석이 나왔는데 실제로 그랬다면 놀라운 일이고, 아마 탄두 중량을 크게 줄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겁니다.
기자) 이번 미사일 기술이 러시아에서 전수됐다는 진단이 나오는데, 북한이 여전히 다른 나라로부터 미사일 개발 관련 지원을 받고 있다고 보십니까?
윌리엄스 부국장) 저는 원래 북한의 독자적 미사일 생산 가능성에 상당히 무게를 둬왔던 사람입니다. 북한이 아무 도움없이 미사일 기술을 터득했을 리 없다고들 할 때도 저는 북한의 자체 역량에 훨씬 점수를 많이 줘왔죠. 그런데 이번 미사일은 완전히 다른 종류입니다. 북한 미사일은 이집트에서 들여온 스커드에서 시작해 노동, 대포동, 우주발사체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또 어디에선가 전수받은 R27 미사일은 북극성, 무수단으로 이어지고요.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엔진은 외국으로부터 들여온 것으로 보이지만요. 또 화성 12, 14, 15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미사일은 난데없이 나타났습니다. 북한이 많이 보유하고 있지 않은 고체연료 미사일이고, 너무 갑작스럽게 나타났는데도 매우 잘 작동되는 것 같아 의심스럽습니다.
기자) 다른 나라의 과거 경험과 비교할 때 북한이 더 성공적으로 새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까?
윌리엄스 부국장) 북한 보다 훨씬 재원이 풍부한 나라들과 비교할 때 그렇습니다. 북한의 국내총생산 규모가 우간다나 르완다와 비슷하다는 걸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죠. 한국도 10년 전쯤부터 미사일 프로그램에 상당히 투자를 많이 했고 현무-2B는 북한 미사일 보다 훨씬 정교한 단거리탄도미사일 입니다. 순항 미사일인 현무-3도 마찬가지고요. 한국은 미사일 기술을 더 진전시킬 수도 있지만 이건 재원 배분 선택의 문제이죠. 아무튼 북한의 재정 상태나 국제 시장 접근의 한계, 이공계 유학생의 부족 등을 고려할 때 놀랄 만한 기술을 갖춘 겁니다.
기자) 이렇게 이동식발사대를 이용해 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하는 추세라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특정 미사일 시설 폐기를 요구하는게 별 의미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요?
윌리엄스 부국장) 글쎄요. 이동식미사일도 완전히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게 아닙니다. 미사일을 운용하는 인력과 부대시설이 갖춰져야 하고 일종의 저장시설이 필요합니다. 주변의 도로와 평평한 발사대도 필수적입니다. 이동식미사일이라는 명칭 때문에 트럭에 싣고 도로를 벗어나 숲이나 산 속으로 옮겨 아무 곳에서나 쏠 수 있다고 상상하면 안 됩니다.
기자) 그런 제약은 연료의 종류에 따라서도 달라지지 않습니까?
윌리엄스 부국장) 특히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경우엔 대규모 병참 지원이 필요합니다. 북한이 액체연료 미사일 발사 장면을 공개할 때 미사일과 발사차량만 보여줍니다. 발사 준비를 위해 이들을 따라다녀야 하는 다른 트럭들은 보여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선 명령을 전달할 장비를 갖춘 통신 트럭, 다른 종류의 연료를 실어 나르는 트럭, 인력 수송 트럭 등이 따로 필요합니다. 스커드 미사일 발사 만 해도 10~12대의 지원 트럭이 있어야 하죠. 고체연료 미사일의 경우는 이런 병참 지원이 덜 필요하지만, 미사일을 유지하고 발사하기 위해선 이 역시 어떤 장소들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여기에 핵탄두까지 탑재하는 경우 훨씬 많은 인력과 지원이 필요하고요.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으로부터 북한 미사일의 기술적 특징과 가속화되는 개발 추세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