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무역과 안보 등 전반에 걸쳐 큰 지정학적 변화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 접근방식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프랭크 로즈 전 국무부 군축∙검증∙이행 담당 차관보는 7일 VOA에, 미국에서 “지난 40여 년 간 대화를 통해 중국을 자유 국제질서에 편입시키려 했던 이른바 `키신저 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인식이 정치권에 폭넓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에 대한 압박을 통한 패권 제압정책이 효과적이라는 시각이 여야 모두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프랭크 로즈 전 차관보] “Both the republican and the democratic eyes in Washington has come to a conclusion that the effort to integrate China into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has failed and therefore we should take a tougher stance against China. Especially their aggressive behaviors in the region and their trade policies and that seems to me by talking to people and reading, a pretty bipartisan view in the United States at this point”
로즈 전 차관보는 미-중 간 패권경쟁 심화와 러시아의 태평양 패권국으로의 회귀, 동맹 간 균열, 트럼프 정권의 동맹 불신 등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역내 지정학적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아울러, 최근 미국이 중거리핵전력금지조약(INF)를 탈퇴한 배경에는 역내 무력 증강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고 동맹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한 분명한 목적이 있지만, 구체적인 적용에선 미흡한 점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아시아 내 지상용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시사한 점은 동맹 내 정치적 역학구도를 고려하지 못한 접근이라는 주장입니다.
국무부 재직 중 한국 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 배치에 깊이 관여했던 로즈 전 차관보는 “사드 배치 때와 마찬가지로 민주 국가에 미사일 체계를 전진배치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공격용 지상 발사 미사일 배치는 필연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보복을 불러와 호주, 한국, 일본 등 동맹이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프랭크 로즈 전 차관보] “As we saw with the THAAD deployment it is very difficult to deploy missile systems, especially offensive missile systems in democratic countries and quite frankly I don’t see lot of enthusiasm in places like Australia, Republic of Korea or Japan on forward deployment of US ground launched cruise missiles”
로즈 전 차관보는 아시아 내 중거리 미사일 배치는 공화당이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배치 단계에서 의회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현재로선 현실화 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동맹국에 배치하지 않아도 자유롭게 전개하면서 억지력을 제공할 수 있는 핵 탑재 순항미사일 등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VOA에, 중국과의 패권경쟁 일환으로 트럼프 정권은 한국과 일본 등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 압력을 강화할 것이며, 점점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이미 방위비 분담금과 통상 마찰 등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동맹국에 추가 부담을 지우는 조치라고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우려했습니다.
[녹취: 에반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But the critical thing obviously for America’s allies is that at some point in the coming months and years, they are going to be faced with tough choice. Washington is obviously going to want to consult with them about accepting new intermediate range missile systems on their territory”
특히 최근 북-중-러 사이의 연대 강화는 모두 한-미-일 3각 공조체제 균열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으며, 지난달 중국과 러시아 공군기의 한국 영공 침공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은 한-일 관계 악화와 미-중 패권경쟁을 틈타 제재 완화와 미-한 연합훈련 중단 요구를 통한 주한미군 철수 등 한반도 내 미국의 영향력 차단에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VOA에, 동맹 내 공조를 무시하는 트럼프 정권의 외교적 접근이 궁극적으로 동맹 균열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또는 일본을 배제한 미-북 대화나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도발에서 한국 또는 일본의 안보를 경시한 태도 등이 동맹 내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녹취: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 “The Decision to go at North Korea by itself without any effort with South Korea or Japan has not been helpful and more over the confusion to down play the North Korean short-range missile by well in range of South Korea and may be in a different version could be in range of Japan is also undermining a Korean policy”
앞서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 신문은 지난 5일 기고문에서 지난 40여 년 간 미국의 아시아 정책의 틀이었던 `키신저 모델'이 종말을 고하고 있다며, 트럼프 정권이 한국과 일본 동맹의 가치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이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마이클 푹스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는 VOA에, 미국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 역시 대중국 압박을 통한 무역 협상 타결 만을 최우선시하고 있다며, 동맹과 가치를 향유할 수 있는 전략 없이는 `키신저 모델'을 대체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