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지소미아 종료, 미-한 동맹 약화 우려...방위비 문제로 추가 긴장 상태 조성될 수 있어”

지난 2017년 11월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3척이 한국 동해상의 한국작전구역에 진입해 한국군 함정과 고강도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미국의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미-한 동맹’을 약화시키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며 우려했습니다. 방위비 협상 등 남아 있는 미-한 두 나라의 현안에 따라 더 큰 긴장 상태가 조성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실망감 표출’은 안보에 대한 한국 정부와의 인식 차이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 think the US’s disappointment...”

베넷 선임연구원은 2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의 실망감은 한국이 일본의 도움 없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데 대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지소미아 종료 자체 보다는 한국이 안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다루지 않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의 결정이 동맹을 매우 어렵게 만들었다며, 미국은 방위 부분에서 실행 가능한 부분을 잘라내 버린 한국에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한국 정부의 이번 결정이 자칫 국가안보 보다 국내정치 문제에 더 큰 관심을 둔다는 인상을 미국에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And that is going to give some people in the United States the idea that perhaps South Korea...”

한국이 자국의 안보 이익을 위해 (이번 결정을 재고하는) 힘든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미국 내 일각에서는 한국을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이로 인해 미-한 동맹에 더 많은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주장했습니다.

특히 최근 불거진 미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와 이번 결정이 결부된다면 동맹관계에 더 큰 긴장 상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The United States, if it doesn’t get that funding...”

만약 미국이 원하는 비용을 한국으로부터 얻어내지 못할 경우, 이번 지소미아 결정과 맞물려 미국이 한국에 대한 방위력 제공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이런 상황이 실제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고 전제했습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에는 동맹의 중요성을 확고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지 않다면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으로 촉발될 불협화음이 이들의 목소리를 키울 수 있고, 결과적으로 동맹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ICAS) 연구원은 한국의 결정이 다른 사안들에 대한 미국과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닉시 연구원] “Will this cause President Trump to escalate...

닉시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과 연합훈련 비용 등을 문제 삼은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부분들에 압박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미국이 원하는 만큼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경우 한국에 대한 부정적 행동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가까운 미래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닉시 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한국과 일본의 일본군 위안부 협정 체결 당시 미국이 중개인 역할을 한 점을 지적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위안부 합의 파기와 이후 취한 행동들은 일본만이 아닌 미국에 맞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닉시 연구원] “What kind of price is South Korea...”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한 한국 정부가 어떤 값을 지불할지, 또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비용을 얻어낼 지 앞으로 주목해서 봐야 한다는 겁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주한미군 등 해외 주둔 미군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을 우려했습니다.

[녹취: 매닝 선임연구원] “I think Moon is providing President Trump with a rationale...”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미군 배치의 필요성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 하고 있으며, 이는 큰 문제라는 겁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이런 이유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 등이 촉발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직감을 따를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고, 이는 동맹에 긍정적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번 결정이 오랜 기간 미-한-일 동맹을 깨려 많은 노력을 기울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중국 정부를 크게 웃게 했을 것이라면서, 한국 정부가 큰 실수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한-일 문제에 적극 개입하지 않은 트럼프 행정부의 책임도 있다고, 매닝 선임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은 이번 결정을 계기로 보수적인 지도자가 이끄는 미국과 일본이 아마도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 would agree that this is probably going to cause the United States...”

앞으로 남은 문제는 한국이 어떻게 할 지에 대한 것이며, 한국이 관계 회복을 시도할지 아니면 당분간 미국과 일본을 멀리할지를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고스 국장은 한-일 관계가 악화된 근본 원인은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북 관계에 진전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남북관계도 멈추게 됐고, 이는 북한 문제를 핵심 정책으로 삼은 문재인 정부가 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좁혔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한-일 관계 개선과 미-한-일 관계, 그리고 미-북 관계가 모두 퍼즐의 여러 조각으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한국이 다시 미국으로 향할지 등은 아무도 모르며, 좀 더 지켜볼 일이라고 고스 국장은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