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한·일 핵무장’ 발언, “북한 대화 복귀 촉구… 중국 역할 압박”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6일 미시건대학에서 북한 문제에 관해 연설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론을 거론한 데 대해, 북한에 협상 복귀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분석했습니다. 중국에 좀더 적극적인 비핵화 역할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김카니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북 비핵화 실무 협상의 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지난주 거론한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핵무장론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비핵화 협상이 실패할 경우를 가정해 제기한 비건 대표의 이 발언에 대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을 협상장으로 다시 나오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연구원] “I think that's what he is really saying. If North Korea does not denuclearize, they are the ones that will be responsible for an arms race because South Korea and Japan may believe that they have no other option but to arm themselves in the face of North Korean threat.”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9일 VOA에, 비건 대표는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으면 군비 경쟁의 책임을 북한이 지게 될 것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으면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위협에 직면해 핵무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또, 비건 대표의 발언은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원하지 않는 중국이 북한의 대화 복귀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경고한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이 일어나서는 안 될 시나리오라는 점을 우선적으로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비건 대표의 발언은 북한을 압박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베넷 연구원은 또,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을 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과도 반대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임을 비건 대표가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베넷 연구원] “I think Representative Biegun is trying his best to help China understand that it has more equity in this issue than it is normally willing to admit to.”

베넷 연구원은 한국이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를 배치했을 때 중국이 크게 반발했던 사례를 들면서, 비건 대표는 북한 비핵화 문제에 있어 중국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이해시키려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토마스 컨트리맨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 대행도 비건 대표의 발언은 북한이 협상에 나오도록 부추기기 위한 전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컨트리맨 전 차관대행] “He added also the possibility of Japan and South Korea building nuclear weapons as a means to give a further incentive to Pyongyang to begin those negotiations. I think part of it is to remind the North Koreans in a very subtle way that the U.S. has the capability to discourage or encourage the development of such weapons by its allies.”

비건 대표는 미국이 동맹국들의 핵무기 개발을 장려하거나 막을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는 것을 북한에 상기시켰다는 것입니다.

컨트리맨 전 차관 대행은 미국이 동맹국들의 핵무장을 허용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면서도, 비건 대표의 발언은 협상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비건 대표의 발언은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을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장기적 위협에 대해 밝힌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don’t think this is an immediate risk because the governments in both Seoul and Tokyo are opposed to nuclear weapons development. But over the long term, over years if the North Korean program continues to advance and if there are questions raised about the U.S. alliance with the ROK and Japan, then it certainly increases the risk of nuclear proliferation.”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은 두 나라 정부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시급한 위협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진전되고 한국, 일본과 미국의 동맹이 약화될 경우 동아시아의 핵 확산 위협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관은 또 역내 국가들이 핵무장을 하면 가장 우려할 나라는 중국이라는 것을 미국이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을 하지 못하도록 미국이 영향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하고 있고, 비건 대표는 동맹국들의 핵무장 가능성을 거론함으로써 중국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압박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카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