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동아시아에서 화석연료 감축과 에너지 다양성 등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지 않는 유일한 나라라고 국제 민간기구가 밝혔습니다. 석탄 발전 비중이 높고 전기 공급 비율은 39%로 열악하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세계에너지협의회(WEC)가 최근 발표한 ‘2019 세계 에너지 시나리오’ 보고서에서 북한의 전기 문제와 열악한 정책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전기 공급률은 39%에 불과하다며, 100% 국민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주변국과 비교했습니다.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이 과도한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북한만 예외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을 제외한 지역의 모든 나라가 안정적 에너지 공급과 지속적인 경제 유지를 위해 화석연료 소비 감축, 에너지원의 다양화, 재생에너지 개발을 최우선 정책 의제로 추구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부는 수력발전과 석유를 대체하기 위해 석탄을 전기 공급 원료로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기후변화의 주범인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청정-대체 에너지 생산과 활용 방안을 적극 모색하는 국제사회의 기류에 사실상 역행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세계에너지협의회는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 민간기구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과 이용을 통해 모든 사람들에게 최고의 혜택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 통계청과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의 1차 에너지 총 공급량은 2017년 기준 1천 124만 TOE(석유환산톤)로 3억 66만 TOE에 달하는 남한의 27분의 1에 불과합니다.
또 1인 당 북한의 에너지 공급량은 0.45 TOE로 한국의 5.84 TOE에 비해 13분의 1 수준입니다.
에너지 공급 비중도 북한은 석탄이 53.7%로 가장 많고 수력 26.5%, 기타 11.2%, 석유 8.6% 순이었지만, 한국은 석유가 39.7%로 가장 많았고 석탄, LNG, 원자력 등 에너지원이 다양합니다.
전문가들은 현대 산업사회에서 여전히 절대적 역할을 하는 석유를 석탄으로 대체하는 후진성 때문에 북한의 산업 자체가 발전하기 힘든 구조라고 지적합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세계은행 등 5개 국제기구는 지난 4월 발표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에너지 보고서에서 북한은 이런 이유 등으로 인구 1천 4백만여 명이 제대로 전기를 공급받지 못한 채 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 세계에서 북한보다 전기 공급이 낮은 나라는 21개국으로, 대부분 세계 최빈곤 지역인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뿐이란 겁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앞서 VOA에, 북한 정부가 가뜩이나 열악한 국가재정을 석유 수입 등 1차 에너지 공급 개선보다 군사력에 과도하게 투입하면서 전기 공급이 수 십 년째 불안정한 게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n most countries like in Africa or in Latin America, poor countries, then the access rate makes sense. Do you have power line to your living space? Yes, or No! North Korea, my thinking is everybody has a line but supply is very unstable.”
아프리카나 라틴아메리카의 가난한 나라들은 가구에 연결된 전선 여부로 전기 공급 비율을 알 수 있는 것과 달리 북한은 모든 가구에 전선이 연결돼 있지만 공급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겁니다.
실제로 한국 통계청은 2017년 기준 북한의 발전 전력량이 235억 kWh(메가와트시)로 한국의 5천 535억 kWh 대비 24분의 1 수준, 발전 설비용량은 15분의 1 수준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의 1인 당 전기사용량은 10.2MWh(메가와트시)로 일본이나 영국 보다 더 많습니다.
한국 정부는 남북 경협의 하나로 북한 에너지산업에 대한 산업적, 기술적, 정책적 지원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북한 정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