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뉴질랜드 장교 “유엔군 임무환경 많이 달라져”

지난해 7월 판문점에서 열린 한국전 정전협정 체결 65주년 기념식에 유엔군사령부 의장대가 도열했다.

한국 주둔 유엔군사령부의 임무환경이 지난해부터 크게 달라졌다고 유엔사 소속 뉴질랜드군 장교가 밝혔습니다. 지난해 미-북 정상회담이 촉발한 남북한의 군사 분야 합의로 비무장지대 일대에 큰 변화가 초래됐다고 소개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군사령부에 파견근무 중인 뉴질랜드 육군 소속 케빈 피 소령은 이달 발간된 뉴질랜드 육군 소식지(Army News)에 유엔군의 임무와 역할을 소개하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피 소령은 유엔군사령부의 역할이 군사분계선에서 정전협정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감시, 승인하는 것이지만, 최근 임무환경이 두 가지 이유로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피 소령] “The current mission’s climate is very different to previous missions for two reasons. The US and North Korea summit in June 2018 instigated the Comprehensive Military Agreement with broad lines of effort to demilitarize…”

지난해 첫 미-북 정상회담이 추동한 남북 군사 분야 합의로 판문점 등 비무장지대 일대에서 광범위한 활동이 벌어졌고, 이런 추가 활동들이 모두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검토와 감시가 이뤄지고 있다는 겁니다.

피 소령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비무장화와 일반인들에 대한 공개, 한강 하구 공동어로구역 설정 등 공동 이용, 남북공동 유해 발굴과 무기 제거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이런 추가 활동들을 검토하고 승인하면서 역할이 확대됐다는 의미입니다.

아울러 유엔군사령부 본부가 서울 용산에서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기지로 이전하면서 임무 수행에 여러 장애를 겪고 있는 점도 과거와 달라진 환경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과거에는 유엔사가 서울 중심가에 한국 국방부와 함께 있어 임무 수행이 편리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피 소령] “This small move has added travel days to the mission, as well as dis-locating the HQ from the ROKA ministry…This simple aspect of travel has exponentially increased administrative costs, driver fatigue and length of time on mission.”

가령 과거에는 모든 유엔군 사찰팀이 당일 비무장지대 최북단까지 갈 수 있었지만, 거리가 멀어지면서 행정비용과 운전자의 피로, 임무 수행에 걸리는 시간이 모두 증가하고 있다고 피 소령은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군사령부의 미군 대령이 흔히 쓰는 “결코 더 적지 않게, 더 바쁘지 않게, 더 멀지 않게”란 구호를 덧붙였습니다.

이런 상황이 정상적인 군의 작전 활동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겁니다.

피 소령은 유엔군사령부에 현재 뉴질랜드군 6명이 파견돼 있다며, 비무장지대 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인근에 있는 캠프 보니파스, 군사분계선 최북단 등지에서 남북을 오가는 모든 활동이 정전협정과 유엔 제재에 위배되지 않도록 승인하고 사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방문자들에게 남북 교류가 어떻게 평화롭게 번영하는 관계를 구축하는지 설명하고, 자국의 문화 전도사 역할도 한다고 소개했습니다.

피 소령은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이곳이 전선이고 남북은 평화협정을 체결한 게 아닌 정전 상황이라며, 아주 현실적이고 지속적인 사건과 위반 행위들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군사령부는 한국전쟁 발발 뒤인 1950년 7월에 창설됐으며,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시 한국군 59만 명을 포함해 17개국 총 93만 2천 964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 창설 뒤 유엔사의 역할은 정전협정 준수 확인과 관련 임무로 축소됐습니다.

유엔사는 현재 한국을 포함해 18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으며 유사시 유엔기를 들고 병력과 장비를 한반도에 투입할 수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