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사령부와 한국 국방부가 유엔사의 지위와 역할 등에 대한 이견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전작권 전환 이후 유엔사의 권한과 그 범위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안소영 특파원 입니다.
유엔군사령부와 한국 국방부가 유엔사 역할 확대와 관련한 이견을 조율하기 위해 고위급 협의체를 가동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양측은 유엔사가 참모조직을 확대하는 등 한반도에서의 역할 강화에 나선 데 대한 협의에 들어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김열수 한국 군사문제연구원 교수는 특히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유엔군사령관의 권한과 그 범위가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 8월 열린 미-한 연합훈련에서 이를 둘러싸고 양측 간 이견이 있었다는 겁니다.
[녹취: 김열수 교수] “8월에 한-미 연합훈련 연습할 때 원래는 전작권 전환을 염두에 두고 IOC에 대한 평가를 하기 위한 그런 연습이었다고 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사령관이 되고 현재의 한미연합사령관은 부사령관이 돼 연습하는 것으로 계획했는데 사실상 유엔사가 직접 개입을 해서 문제가 있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어요.”
김 교수는 사실상 정전협정이 지속하는 동안에는 유엔사가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더라도, 전시 단계로 넘어가면 연합사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향후 유엔사의 역할 정립 등이 논의되고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유엔사 역할에 대해 문제가 제기된 배경은 연합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 간 역할 충돌 개연성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전작권 전환은 데프콘-3에서 전환되고 전쟁이 일어나 정전 관리 의무가 완전히 이월된다고 볼 수 있는 건 데프콘-1이에요. 그러니까 데프콘-2와 3에서는 유엔군사령관의 정전 관리 기능과 연합사령관의 전투 수행 기능이 충돌할 수가 있어요.”
현재는 미군 사령관이 관련 권한을 단독으로 행사해 큰 문제가 없지만, 한국군이 연합사령관을 맡은 후 양자 간 의견이 다르면 잡음이 생긴다는 겁니다.
이는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당연한 사안으로 전작권 전환 과정에서 준비해 나가면 되는 것이라고 신 센터장은 설명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유엔사의 역할 조정과 관련해서는 의도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며, 다음달 말에 있을 미-한 연례안보협의회에서 협의해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유엔사는 주한미군사령부 장성이 겸한 유엔사 부사령관에 캐나다와 호주군 장성을, 또 참모장에는 주한미군사령부 소속이 아닌 미군 소장을 임명했습니다.
미국은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한반도 유사시 유엔군사령관이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지시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한국 정부 소식통도 유엔사가 참모조직을 늘리고 역할을 확대하는 조치와 관련해 한국 국방부와 견해차가 있다면서, 전작권 전환 이후 상황에 대해 협의해야 할 요소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논의 과정에서 미-한 관계에 흠집이 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미국이 유엔사를 강화하려는 데는 전작권 전환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유사시 안보 공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일 수 있는데 이를 잘못 이해하면 미-한 간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신원식 전 합참작전본부장은 전작권 전환은 조건에 기초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한국 군의 핵심 군사 능력과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충분한 방위 능력, 한반도와 역내 안보환경 등을 평가해 전환하기로 이미 합의됐다는 겁니다.
[녹취: 신원식 전 본부장] “미국이 정상적으로 증원한다고 했을 때 미국이 가장 자랑하는 핵잠수함과 항공모함 등인데 그것을 한국에 주겠습니까? 더구나 한국 장군들은 (운용) 경험이 없는데. 그래서 조건에 기초한 것이 무엇이냐 하면 한국 군이 이것을 지휘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을 때에 주고 한반도와 동북아에 평화 구도가 잡힐 때에 준다고 한 겁니다.”
미국과 한국은 지난 2014년 열린 제46차 안보협의회의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원칙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신원식 전 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개시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전작권 전환 논의를 연관지어 진행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한국 국방부는 유엔사와 여러 사안을 놓고 실무급에서부터 고위급 사이에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지만 별도의 협의체를 만들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유엔사의 권한과 기능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와 유엔사가 협의체를 만들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에 근접하지 않다고 일축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유엔사 부사령관이 바뀌어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만나서 유엔사에 관한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의견 교환을 한 것은 있지만 협의체를 가동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전작권 전환 이후 유엔사의 역할 등에 대해 논의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