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유엔총회에서 종교 자유 회의를 열어 전 세계 종교 박해 종식을 촉구했습니다. 북한에 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북한 정권의 종교 박해 문제를 강하게 제기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유엔 행사가 북한 정권에 주는 압박감도 클 것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이 왜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끊임없이 강조하는 걸까?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미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유엔본부에서 개최한 종교 자유 행사에서 그 이유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The United States is founded on the principle that our rights do not come from government; they come from God. This immortal truth is proclaimed in our Declaration of Independence and enshrined in the First Amendment to our Constitution’s Bill of Rights.
미국은 국민의 권리가 정부로부터 나오는 게 아니라 신에게서 나온다는 원칙으로 건국됐고, 이 영원한 진리는 미 독립선언서에 선포됐으며, 미국 헌법의 권리장전 제1차 수정안에 명시돼 있다는 겁니다.
아울러 종교 자유는 모든 사람이 양심에 따라 신앙을 갖고 살며 신에게 영광을 드리는 영원한 권리로, 모든 나라가 긴급한 이 도덕적 의무에 동참해 종교의 자유를 존중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교 자유 보호는 자신의 최우선 정책 가운데 하나라며, 전 세계 국가들에 종교 박해를 끝낼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Today, with one clear voice,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calls upon the nations of the world to end religious persecution.”
트럼프 행정부는 국무부 주최로 연례 ‘종교자유 증진을 위한 국제 장관급 회의’를 창설하고 관련 기금을 조성해 박해받는 전 세계 신앙인들을 지원하는 한편 국제종교자유동맹 출범을 계획하는 등 종교 자유 개선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런 신앙의 자유가 필요한 대상에 세계 최악의 기독교-종교 탄압국 가운데 하나로 지탄받는 북한도 예외가 아닙니다.
트럼프 행정부 내 종교 자유 캠페인을 주도해 온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지난 7월 제2회 종교자유 증진을 위한 장관급 회의 연설에서, 미국은 북한과 비핵화 협상 중에도 지속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종교 자유를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펜스 부통령] “As President Trump continues to pursue the 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 and a lasting peace, the U.S. will continue to stand for the freedom of religion of all people, of all faith on the Korean peninsula.”
북한은 국제 기독교 선교단체인 ‘오픈 도어즈’가 18년 연속 세계 최악의 기독교 박해국으로 지목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며, 북한 정권은 기독교 신자의 제거를 명령하고, 성경책 소지는 사형죄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북한 기독교 집안 출신인 탈북민 주일룡 씨는 지난 7월 백악관에서 열린 종교자유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친척들이 정치범수용소(관리소)에 수용됐거나 잔혹하게 처형당했다며, 북한 기독교인들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녹취: 주일룡 씨] “고모와 고모의 가족, 주춘희, 김철, 김지향, 김성식 모두가 정치범수용소에 갇혔습니다. 고모의 시아버지가 기독교인이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또 제 사촌의 가족은 성경의 복음을 전했다는 이유로 처형됐습니다.”
주 씨의 얘기를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정권에 종교 탄압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주 씨를 위로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ll bring them up. I’m understanding exactly what you’re saying. I’ll bring it up.”
미 정부 산하 독립기구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8~12만 명의 북한 정치범 가운데 최대 5만 명이 기독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종교나 신앙의 참된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국무부에 북한을 종교자유 특별우려국(CPC)으로 재지정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국무부는 6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민간 보고를 인용해 2017년에서 2018년 초까지 북한에서 1천 341건의 종교 박해가 집계됐고, 이로 인해 120명이 사망하고 90명이 실종됐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북한 정권은 외부인들 앞에서는 북한에 종교 자유와 관용이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 내부적으로는 모든 종교를 탄압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북한 정권은 헌법으로 신앙의 자유를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난 5월 유엔 인권이사회가 주최한 보편적 정례검토(UPR) 북한 심사에 출석한 리경훈 북한 최고인민회의 법제부장입니다.
[녹취: 리경훈 부장] “신앙의 자유는 사회주의 헌법에 규제된 공민의 기본 권리의 하나입니다. 헌법 제 68조에는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 이 권리는 종교 건물을 짓거나 종교의식 같은 것을 허용하는 것으로 보장된다. 공화국에서는 신앙의 자유를 법적으로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북한은 과거 평양이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릴 정도로 기독교가 번성했던 곳으로 김일성 주석의 외가가 모두 기독교 집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제 해방 후 김일성의 잔혹한 기독교 탄압으로 많은 기독교인이 남한으로 탈출했고, 나머지는 50~60년대 대대적인 숙청으로 대부분 수용소로 끌려갔다고 기독교 학자들은 증언합니다.
현재 남아있는 소수 기독교인은 ‘그루터기로’로 불리는, 신앙을 숨긴 사람들의 자녀들과 고난의 행군 때 중국에서 신앙을 가진 뒤 복귀한 지하교인들이란 지적입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지난 2017년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북한 헌법은 신앙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지만,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의 10대 원칙 등 노동당 규약과 김정은의 사상 교양이 헌법 위에 군림하기 때문에 신앙을 절대 가질 수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전 공사] “the North Korean constitution allows the freedom of belief. But in North Korean society where the constitution does not prevail. The charter of the Workers’ Party of Korea and the teachings by Kim Jong-un prevails over the constitution.”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우선적으로 믿어야 하기 때문에 신앙을 갖거나 개인의 권리를 내세우는 것은 당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철저한 배격 대상이란 설명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23일 유엔 종교자유 행사 소식을 들은 미국 내 탈북 기독교인들은 북한이 직접 언급되지 않았지만, 분명히 변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겼습니다.
미국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앤드류 조 씨입니다.
[녹취: 앤드류 조 목사] “환영할 일이죠. 기독교인이라면, 북한 사람일뿐 아니라 누구나 원하는 바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직접 북한에 대해 거론은 안 했지만, 은근히 거기에 대한 (북한 정권의) 압박감이 클 겁니다.”
샘 브라운백 국무부 국제종교자유 대사 역시 지난 6월 종교자유 보고서를 발표하며 북한 정권에 계속 강한 압력을 넣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브라운백 대사] “We’re going to continue to exert strong pressure with these factors I noted in our report. Unless they change radically they’ll continue to be CPC for us. These carry sanctions with them as well”
브라운백 대사는 그러면서 북한 정권이 이런 종교 박해 행태를 아주 크게 바꾸지 않는 한 특별우려대상국에 계속 남아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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