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권 실종된 세네갈의 북한인 노동현장…격리된 채 100달러 월급 (3)

아프리카 세네갈 수도 다카르 도심의 북한 건설 노동자 숙소. 허름한 단층 건물에서 노동자들이 지내고 있다.

북한은 세네갈에서 대규모 건설 사업 등을 통해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는 매우 열악했습니다. 이들은 불과 100달러 상당의 월급을 받으면서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채 생활하고 있었는데요. VOA가 세네갈 현지 취재를 통해 보내드리고 있는 북한의 제재 위반 실태, 오늘은 세번째 순서로 인권이 실종된 북한 노동자들의 노동 현장을 전해 드립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세네갈 건설 현장에서 VOA와 만난 50대 북한 노동자 오 모씨는 근무 시간이 하루 7시간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 모씨] (근무 시간이 어떻게 되세요?) “9시부터 12시까지. 또 2시부터 6시. (중간에 점심식사 하시고?) 네, 2시간.”

또 다른 노동자는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며, 중간에 점심시간 2시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마치 국제 노동 기준에 맞춘 근무 환경을 보장받은 것처럼 들리지만, 이들이 손에 쥐는 돈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와는 거리가 멉니다.

VOA 취재 결과 북한 노동자들이 주 6일을 일하고 매달 지급받는 돈은 100달러 수준. 생활비를 제하면 연 1천 달러 정도입니다.

통상 3~4년씩 해외에 머무는 북한 노동자들이 귀국할 때쯤 수중에 남는 돈이 4천 달러도 안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북한 회사 코르만 컨스트럭션은 이들의 노동을 통해 연간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입니다.

북한 노동자들에게는 최저 임금에도 훨씬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한 뒤 북한 당국에는 거액의 돈을 상납하고 있는 겁니다.

아프리카 세네갈의 식품회사 '파티센'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처한 주거와 근무 환경도 열악하긴 마찬가지입니다.

VOA는 세네갈 다카르 도심에 위치한 노동자들의 숙소를 찾아갔습니다.

내부로 들어갈 수 없어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었지만, 건물 외형과 간간히 엿보이는 실내 모습, 바깥에 위치한 화장실 등으로 미뤄볼 때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VOA와 만난 현지인은 이 건물들에 물이 새고, 모기가 많아 말라리아 감염 위험이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 노동자들이 단체로 한 달에 한 번 시장에 들러 중고 옷가지 등을 구매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주말에도 외출을 하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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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영상] 북한 건설 노동자들의 세네갈 외화벌이 현장 포착 (1)

아울러 세네갈인들에게도 일상이 된 휴대전화 등을 사용하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이들 노동자들은 해외에 머무는 동안 가족과 전화통화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신 본국으로 돌아가는 노동자 편에 서신을 전달하는 식으로 가족과 연락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의 평균 연령은 47살로, 이들의 출입국 기록을 살펴 보면 부인이나 자식 등 가족과 함께 세네갈에 체류 중인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 같은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 유린 문제를 지적하며, 국제사회가 문제 해결에 동참할 것을 촉구해 왔습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 6월 발표한 ‘2019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북한을 최하위인 3등급으로 분류하고, 북한이 해외 노동자 착취 등을 일삼는 나라로 지목했습니다.

당시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은 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북한 정권의 행태를 비난했습니다.

[녹취: 폼페오 국무장관] “In North Korea, the government subjects its own citizens to forced labor both at home and abroad. And uses its proceeds to fund nefarious activities.”

북한 정권은 자국민을 국내와 해외 강제 노역으로 내몰고, 거기서 벌어들인 돈을 범죄자금으로 사용한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지난 2016년 코르만의 전신인 만수대 해외 프로젝트(MOP)를 제재 명단에 추가하면서 “해외 노동자가 창출한 수입 일부는 미 국무부가 제재한 북한 군수공업부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는 최근 프랑스와 독일, 영국과 함께 대북 제재 이행을 촉구하는 서한을 30여개 유엔 회원국들에 보냈습니다.

미국 등은 이 서한에서 북한의 모든 해외 파견 노동자들을 올해 말까지 본국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안보리 대북 결의를 이행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세네갈 북한 노동현장 취재 기획, 내일은 북한 노동자들의 외화벌이 실태와 제재 위반을 세네갈 현지에서 취재한 함지하 기자로부터 취재 뒷얘기와 제재 이행의 문제점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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