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위 관리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을 번복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이뤄진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미한일 3국 안보협력의 중요성이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마크 내퍼 미 국무부 한국-일본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이 번복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내퍼 부차관보는 25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서 한일관계가 안보 문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이같이 말했습니다.
미국의 최대 우방국인 한국과 일본 관계가 악화되는 것이 우려된다는 겁니다.
내퍼 부차관보는 최근 러시아와 중국이 일본 해역을 공동 정찰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며, 한일관계 악화가 지속된다면 이러한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앞서 지난 7월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 다섯 대가 한국방공식별구역을 침입한 사건을 말한 것으로 보입니다.
내퍼 부차관보는 아울러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나 러시아, 중국의 부상 등 지정학적으로 서로를 활용해야 할 기회들이 많이 있다며 두 나라가 긍정적인 방법을 찾는다면 미국이 도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전문가들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결정 철회를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연장을 하지 않는다는 결정만 됐을 뿐 아직 발효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결정 철회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양국의 정치적 의지라고 지적했습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입니다.
[녹취: 천영우 전 수석] “그게 조약으로 돼서 국회 동의를 거치고 이런 법률적 효력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일종의 국방부 간 약정 형태로 되어있기 때문에, 발효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다시 철회 결정을 하면 논리적으로나 법적으로나 문제가 없죠. 정치적 의지의 문제라고 봐야겠죠.”
샌드연구소 최경희 대표는 앞서 일본의 대한국 백색국가 제외 결정을 철회할 경우 한국 역시 협정 폐기를 철회할 의향이 있다는 한국 정부 내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며 하지만 이미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한 만큼 철회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뭔가 다른 명분이 주어진다면 철회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경희 대표] “원래는 제대로 앞뒤가 맞자면 그거 번복할 명분이 없어요. 근데 다른 명분을 만들어서 원상복귀 할 가능성도 있죠. 미국이 압박하니까, 또 북한과의 관계개선에서 북한도 요즘은 어느 정도 한국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띄워주는 모양인데 이번에 방위비 포함해서 미국이 필요한 이야기를 거의 들어주는 방향이고 지소미아 철회하는 것도 명분 만들면 할 수 있겠죠.”
한편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내퍼 부차관보의 이같은 언급이 한일관계에 대한 미국의 중재 의사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미국의 대북-대중 전략을 봤을 때 미한일 3국 군사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으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나 대북 압박을 위해서도 미한일 군사 협력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앞서 미국 백악관은 현지 시간 25일 미일 정상회담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두 나라 정상이 미한일 3자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문제 역시 논의됐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이 한일관계 중재를 시작했다면 앞으로 한국 정부와의 물밑접촉이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이뤄진 미한 정상회담에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문제나 한일관계 관련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같은 정황을 놓고 볼 때 미국이 북핵 협상 시작 전에 미한일 군사 협력을 복원하고 싶어 하며, 이를 대북 협상력을 강화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 전문가는 분석했습니다.
아울러 대북협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북한 역시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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