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북한의 군축협상 시도 일축해야"

미국과 비핵화 실무협상을 벌일 북한 대표단이 3일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 알란다 공항에 도착했다.

미-북 간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어떤 논의가 이뤄질 지 관심이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 대표단이 북한의 비핵화 정의를 명확히 확인하고, 비핵화 대신 군축 협상으로 끌고 가려는 북한의 시도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제언을 조상진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의 정의가 무엇인지 분명히 확인하라”

전문가들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이끄는 미국 실무협상단이 북한 관리들과 만나 반드시 얻어내야 할 성과로 ‘북한의 비핵화 정의와 진의 파악’을 꼽았습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는 비핵화의 의미를 서로 정확히 이해하고, 합의된 비핵화의 정의를 종착점으로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북한으로부터 받아내는 것을 최소한의 목표로 삼아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녹취 : 버시바우 전 대사] “The minimum goal has meeting in my view is to achieve a clear understanding of what the denuclearization means, and to get a North Korean commitment to that version of that definition of denuclearization as the end state of the process.”

그러면서 가장 좋은 결과는 비핵화의 전체 경로를 단계별로 정의하는 로드맵을 만드는데 합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비핵화 검증과 국교정상화, 안전보장과 평화 구축 노력 등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논의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단 한번의 회담을 통해 로드맵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포괄적인 로드맵 마련을 위한 합의에 이르는 것 만으로도 매우 성공적인 결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협상에서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려가지 말고 주도권을 확실히 잡을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녹취 : 데이비드 맥스웰 연구원] “We need to stay focused on 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 I think that North Korea is actually trying to set the conditions. Not for denuclearization, but for arms control negotiations, and they want to talk in terms of arms control negotiations, which will make North Korea a nuclear state.”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비핵화가 아닌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군축 협상으로 대화의 방향을 바꾸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 대표단은 협상의 초점을 북한 비핵화에 명확히 맞추고 북한의 요구에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이번 회담이 실무급 협상이라는 점을 양측 대표단이 모두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 맥스웰 연구원] “I think it's important to realize that these are working level negotiations. And so, by definition, work is going to be conducted. That means that exchange of positions, ideas, and really to establish a framework for continued negotiations.”

실무협상은 입장과 생각을 교환하고 지속적인 협상의 틀을 만드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번 협상에서 실질적 결과물이 없더라도 다시 만나자는 합의만으로 충분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북한이 약속한 영변 핵시설 폐쇄가 협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도 이어졌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영변 핵시설 폐쇄에만 그쳐서는 안되며 북한 내 다른 우라늄 농축 시설 폐쇄도 압박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도 2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 중단된 영변 핵시설 폐쇄에서부터 다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하노이 정상회담 합의 결렬 이후 8개월 만에 어렵게 열리는 실무협상인 만큼 미국이 외교적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녹취 : 피츠패트릭 부차관보] “They should not make an unrealistic demand for a full declaration of facilities at this stage. And they should be willing to offer some degree of sanctions relief in exchange for North Korean concession.”

현 단계에서 북한 내 핵 시설의 전면 신고라는 비현실적 요구보다는 북한의 양보를 대가로 어느 정도의 제재 완화 조치를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매닝 선임 연구원도 ‘전부 아니면 전무’ 접근법은 협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이 부분에서 효과적인 대북 접근법을 개발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전략적으로 외교적 융통성을 발휘하되 원칙적으로 단호한 태도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검증에 앞서 제재 완화 등의 요구를 수용해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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