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석탄 운반' 동탄호 6개월째 공해상 표류…와이즈 어네스트 움직임 위성 포착

지난 7일 촬영한 베트남 붕따우 항 인근 해상 위성사진에 북한산 석탄을 실은 동탄호(붉은 원)가 찍혔다. 동탄호는 여러 항구에서 입항을 거부당한 채 6개월째 공해상에 머물고 있다. 사진 제공: Planet Labs.

북한 석탄을 실었던 동탄 호의 공해상 표류가 6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탄 호에 앞서 이 석탄을 최초 운반한 혐의로 미국 정부에 의해 매각 처리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경매 이후 첫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동탄 호는 지난 4월 인도네시아 해역에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실려 있던 북한산 석탄을 옮겨 실은 선박입니다.

파나마 깃발을 달았지만 베트남 회사가 선주로 있는 동탄 호는 또 다른 베트남 회사가 용선, 즉 빌려 운항했고, 이어 중국의 회사가 재용선해 운영되던 중 북한산 석탄을 운반하게 된 겁니다.

동탄 호는 당시 문제의 석탄을 옮겨 실은 뒤, 이 석탄의 구매자가 있는 말레이시아에 4월19일 도착했지만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입항을 거부당했습니다.

이어 최초 출항지인 인도네시아로 되돌아왔지만 여기서도 입항 허가를 받지 못했고, 선주 회사가 있는 베트남에도 입항하지 못한 채 인근 해역에 머물게 됐습니다.

그렇게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시간이 닷새 뒤면 6개월을 맞게 됩니다.

VOA가 선박 추적시스템 ‘마린트래픽(MarineTraffic)’과 인공위성 사진 서비스 업체 ‘플래닛 랩스(Planet Labs)’를 확인한 결과 동탄 호는 지난 6월 입항을 시도하기 위해 다다랐던 베트남의 붕따우 항 인근 지점에 계속해서 머물고 있습니다.

선박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동탄 호는 동남아시아 일대 화물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선박입니다.

따라서 지난 6개월 간 북한 석탄을 하역하지 못한 채 공해상을 전전하는 동탄 호가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입었을 것이라는 게 선박 업계 관계자의 분석입니다.

통상 선박들은 물품 운송료로 하루 2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동탄 호는 대북제재 대상 물품을 잘못 실었다가 지난 180여일 동안 최대 360만 달러의 손해를 보게 된 겁니다.

동탄 호는 북한 석탄의 운송을 의뢰 받은 선박일 뿐, 판매자나 구매자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관계자는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동탄 호의 운항 불능 사태로 대북 제재에 대한 업계 내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녹취: 선박 업계 관계자] “제재나 이런 게 일반인들에게, 혹은 해운인들에게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진 적은 없습니다. 단지 리스키(위험)하다, 북한에 배가 들어가면 문제가 있다, 이 정도였지. 제재 화물을 실었을 경우에 어떻게 된다는 건 와이즈 어네스트와 동탄 호가 문제가 됨으로써 현실화 됐고, 경각심을 심는 계기가 됐죠.”

아울러 표면적으론 선박 1척이지만, 여기에 연결된 용선주들과 금융회사, 보험회사, 관리회사 등이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대북제재 위반으로 사실상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보게 된 건 비단 동탄 호 뿐만이 아닙니다.

최초 석탄을 넘겨준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지난 5월 미 검찰에 의해 공식 몰수 소송이 제기됐으며, 이후 미국령 사모아로 이동한 뒤 지난 8월 매각 처리됐습니다.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북한이 보유한 선박 가운데 두 번째로 큰 선박으로, 북한의 경제적 손실은 상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경매를 담당한 미 연방마셜국은 동탄 호의 매각과 관련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지만, 선박 업계에서는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가치가 고철 값으로만 150~3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경매 후 처음으로 본격적인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플래닛 랩스가 지난 3일 미국령 사모아의 파고파고 항을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와이즈 어네스트 호의 화물칸 덮개가 열려 있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 5월 해당 지점에 정박한 이후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미국 정부에 의해 몰수, 매각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를 촬영한 지난 7일 위성사진. 주변에 일부 선박이 접근하는 등 움직임이 포착됐다. 사진 제공: Planet Labs.

덮개가 열린 모습이 포착된 지 나흘 뒤인 7일자 위성사진에는 일부 선박들이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접선한 것으로 나타났고, 주변에는 중형 크기의 선박이 발견됐습니다.

또 기존에 있던 자리에서 약 280m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위성사진만으론 자세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선박의 해체나 이동을 위한 작업, 혹은 이동 중인 모습으로 추정됩니다.

앞서 미국 정부는 동력이 없는 와이즈 어네스트 호를 인도네시아에서 현 지점으로 이동시키면서, 선박을 직접 끌어오는 견인 방식을 이용했습니다.

다만 와이즈 어네스트 호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 배가 여전히 운항이 가능한 상태였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인위적으로 정지시킨 동력을 다시 가동하면 정상 운항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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