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 붕괴 30년…“북한 주민 인식 변화 위해 정보 제공 중요”

지난 1989년 11월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 당시 거리로 나온 시민들.

9일은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30년이 되는 날입니다. 전문가들은 자유를 갈망한 동독인 스스로 장벽을 허물었 듯, 북한 주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독일과 남북한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하는 만큼, 이를 극복할 방안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30년 전인 1989년 11월 9일 저녁, 45년 동안 동독과 서독 국경에 우뚝 서 있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습니다.

[현장음]

2차 세계대전 이후 계속된 동서 냉전의 종결 신호탄이었습니다.
전 세계가 TV를 통해 동서독 사람들이 베를린 장벽에 올라가 환호하고 망치로 장벽을 부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이후 이듬해 독일은 통일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남북한은 그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며,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남아 있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8일 VOA에, 쉽게 이뤄질 것 같지 않던 ‘독일 통일’이 한반도에서도 가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 주민 스스로 ‘그 세계’를 빠져 나오겠다는 의지라며, 이 점이 베를린 장벽 붕괴가 남긴 교훈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In the case of Germany, it all started with people demanding it, by themselves by leading the country and when the borders came down, they just all flat and that created unification.”

독일 통일을 이뤄낸 주역은 국가의 주인이 되겠다며 국경에 모여 장벽을 허문 동독인들이라는 겁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사무총장도 북한을 바꿀 수 있는 것은 결국 북한 주민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독일과 남북한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며, 이를 극복할 방안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대평양 차관보는
무엇보다도 분단기 동서독 간의 경제 격차는 지금의 남북 간 차이와 비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The per capital income of North Koreans and South Koreans is about one to 30 per capita difference income while East Germans and West Germans was about 1 to 4.”

당시 서독의 1인당 생산은 동독과 4배 차이였지만, 지금 남북한 간은 무려 30배 차를 보이고 있고, 당시 동서독 간 임금 체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겁니다.

힐 전 차관보는 특히 당시 독일 통일은 경제학적으로도 만만치 않았으며, 당시의 ‘통일 비용’은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독일은 통일 후 세계 4위의 경제대국이 됐지만 아직도 경제격차에 따른 동서 간 갈등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최근 독일 정부가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60% 가까운 동독 시민은 자신을 '2등 시민'으로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또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과정에 당시 일어난 동유럽의 민주화 바람이 크게 작용한 것도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습니다.

폴란드와 헝가리의 민주화, 구 소련의 개방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는 겁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당시 동서독 간 교류와 협력은 상당히 진행됐다며 철저히 차단된 남북과는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East Germans had a more understanding of how the western system worked. They had access to TV and many had relatives in Western German, North Koreans are more isolated.”

고립된 북한과 달리 동독은 서구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있었을 뿐 아니라 서독 TV 시청도 가능했다는 겁니다.

앞서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이 분단기 동독의 일상생활을 조사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985년에서 1990년 동독에서의 서독 TV 시청률은 최대 25%, 동독 TV 시청률은 40%로 나타났습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북한의 모든 상황이 동독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고립됐다며, 특히 북한의 인권 상황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North Korea has a far worse record of human rights violations than East Germany did. East Germany was a police state, but it didn’t have gulags, political prisoners, so the situations with North Korea is worse in every respect.”

동독도 인권탄압국이지만 북한처럼 강제 정치범 수용소는 없었으며,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는 훨씬 나쁘다는 겁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인권 탄압은 북한 주민의 의식을 깨우지 못하게 하고, 남북 간 대립을 조성해 ‘통일’에 대한 희망을 갖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힐 전 차과보도 외부 세계로부터 철저히 봉쇄돼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이 동독인들처럼 장벽을 무너뜨리기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인권위원회의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바깥 세상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겁니다. 부정부패가 얼마나 심각한 지, 자유 민주 국가가 번영하는 대한민국의 이야기를 해야합니다. 또한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 지 설명해야 합니다. "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70여 년 동안 세습 통치를 통해 탄압 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은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노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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