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홍콩에서 시위대가 지하철 운행과 도로를 가로막으면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는 시위대와 홍콩 당국 모두에 자제를 촉구했습니다. 10일 전격 사임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멕시코로 망명했습니다. 미얀마가 제노사이드, 즉 인종학살 혐의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됐는데요. 관련 소식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최근 홍콩 민주화 시위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하는 등 과격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요. 12일 아침엔 시위로 출근길에 큰 혼란을 겪었다고요?
기자) 네, 이날 아침 반정부 시위대가 지하철과 도로 점거를 시도했습니다. 도로에 장벽을 세워 차량의 이동을 막는가 하면 지하철 운행을 방해했는데요. 이로 인해 홍콩 시내 곳곳의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거나 지연됐고요. 승객들이 지하철에서 내려 철로를 따라 걸어서 이동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시위가 대학가에까지 번졌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홍콩 대학과 홍콩중문대학 등 여러 대학의 학생들이 교내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학생들은 교정에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학교 집기를 부수기도 했는데요. 이에 홍콩 경찰은 교내에 진입해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 진압에 나섰습니다. 이날(12일) 대부분의 홍콩 대학은 수업을 중단했고요. 초중고 학교들도 임시 휴교에 들어갔습니다.
진행자) 도심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수천 명의 시위대가 정오에 홍콩 상업 중심가에 모여 기습 시위를 벌였는데요. 시위대는 “5가지 요구사항을 들어달라, 하나도 제외돼선 안 된다”라고 외치며 시위대의 요구를 홍콩 당국이 들어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시위대는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행정장관 직선제 등 5가지 요구 사항을 내걸고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진행자) 전날 시위에서는 시위대가 경찰의 총에 맞는 사건이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11일 시위 현장에서 21살 남성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는데요. 홍콩 병원 당국은 이 남성이 위중한 상태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시위대가 친 중국파 남성에게 인화 물질을 붓고 불을 붙이는 사건도 있었는데요. 이 남성 역시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시위 현장에서 과격한 행동이 발생하면서 홍콩의 시위 사태가 다시 또 긴장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진행자) 홍콩 당국은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11일 폭력 사태가 발생하자 긴급 기자회견을 연 람 장관은 시위대의 정치적 요구를 홍콩 당국이 들어줄 것으로 기대하지 말라고 못 박았습니다. 또 12일 정례 브리핑에서는 홍콩을 마비시키자고 하는 급진적인 시위대가 “지극히 이기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대학교와 학교들이 학생들에게 폭력행위에 참여하지 말 것을 독려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람 장관은 그러면서 홍콩 주민들은 각자의 자리를 지킬 것이고, 폭력과 급진주의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홍콩 반정부 시위사태, 다섯 달째로 접어들었죠?
기자) 네, 지난 6월, ‘범죄인 인도 법안’ 일명 송환법 개정 반대로 촉발된 홍콩의 대규모 시위는 주말 집회를 이어가다가 최근엔 주중에도 이렇게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람 행정장관은 지난 9월 송환법의 완전 철폐를 선언했지만, 시위대는 홍콩의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3천 명 이상이 시위 도중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국제 사회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미국 정부는 홍콩 경찰이 11일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에 실탄을 쏜 것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시위대와 홍콩 당국 모두 자제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또 미국 정부가 홍콩 사태를 우려하면서 지켜보고 있다며 홍콩 정부와 시위대에 대화를 요구했습니다. 한편, 중국 정부를 향해서는 홍콩에 높은 수준의 자치를 보장하고 홍콩 주민들에게 표현, 집회의 자유 같은 인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존중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은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중국 외교부 겅솽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금 홍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폭력을 끝내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전날 발생한 경찰의 시위대 총격과 관련해 시위대가 먼저 경찰을 공격했고 경찰은 법에 따라 행동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겅 대변인은 이어 홍콩에 대한 그 어떤 외부의 간섭을 용납할 수 없다며 미국과 영국은 중국의 주권을 존중하고 홍콩 문제에 간섭하지 말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홍콩에서 선거가 열릴 예정이라고요?
기자) 네, 오는 24일 구의원 선거가 열리는데요. 앞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홍콩의 폭력 시위를 언급하며 구의원 선거가 연기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람 장관은 12일 시위 사태로 구의원 선거가 연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홍콩 당국은 의원 선거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홍콩 의회격인 입법회에서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의원들은 정부가 과격 시위를 유도해 구의원 선거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려는 명분을 만들고 있다며 홍콩 당국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앞서 볼리비아 대통령이 전격 사임했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볼리비아 대통령, 망명을 선택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 멕시코로 망명했습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부 장관은 인터넷 트위터에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멕시코로 오기 위해 11일 밤 비행기에 탑승했고 현재 안전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멕시코행 비행기 안에서 멕시코 국기를 펼치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진행자)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왜 멕시코로 망명한 겁니까?
기자) 앞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사임을 발표하자, 멕시코 정부는 모랄레스 대통령이 자국으로 망명을 원한다면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에브라르드 외교부 장관은 11일 기자회견에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망명 요청 전화를 받았다며 인도주의적 이유와 또 볼리비아의 위험한 상황을 고려해 정치적 망명을 수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망명길에 오른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어떤 생각을 밝혔습니까?
기자) 인터넷 트위터에 망명을 수락한 멕시코 형제들에게 감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정치적인 이유로 고국을 떠나는 것이 애통하지만, 더 많은 에너지와 힘을 갖고 곧 돌아오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대통령을 사임하고 이렇게 망명길에 오르게 된 계기가 있죠?
기자) 네, 볼리비아는 지난달 20일 치러진 대선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돼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큰 차이로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미주기구(OAS)는 감사 결과 선거에서 부정과 조작이 의심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모랄레스 대통령은 재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혔지만, 군부까지 나서 반발하자 10일 전격 사임을 발표했는데요. 야권은 14년 가까이 집권한 모랄레스 대통령이 완전히 정치권에서 물러날 것을 주장하지만,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쿠데타로 자신이 희생됐다는 주장입니다.
진행자) 국제 사회는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기자)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좌파 정권들은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쿠데타로 인해 물러나게 된 거라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하지만 미국의 입장은 좀 다르다고요?
기자) 네, 미국은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사임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성명을 내고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퇴진은 서반구 민주화에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14년 집권 기간과 볼리비아 헌법을 무시한 행보 그리고 국민들의 열망이 대통령 사퇴를 가져왔고 또 볼리비아의 민주주의를 지켰다는 겁니다. 또 최근 볼리비아 사태는 민주주의와 국민의 뜻이 항상 승리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베네수엘라와 니카라과의 불법 정권에 보내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미얀마가 제노사이드 즉 인종학살 혐의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서아프리카의 나라 감비아가 11일 이슬람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학살했다는 이유로 미얀마 정부를 ICJ에 제소했습니다. 무슬림 국가인 감비아는 57개 회원국을 가진 이슬람협력기구(OIC)를 대신해 미얀마를 고발한 건데요. 감비아 정부를 대변하는 변호인은 국제 사회에서 법적으로 가장 권위가 있는 국제사법재판소가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학살을 확정판결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제소라고 하면 법정 분쟁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 최종 판결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기자) 적어도 몇 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변호인단은 따라서 ICJ가 사건을 검토하는 동안 미얀마 정부가 로힝야족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도록 요구하는 ‘잠정적 조처’가 먼저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는데요.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ICJ는 이르면 다음 달에 관련 심리를 열 예정입니다.
진행자) 로힝야족 문제, 어떤 내용인지 먼저 짚어보고 갈까요?
기자) 로힝야족은 주로 미얀마 북부 라카인주에 사는 소수민족입니다. 불교국가인 미얀마 정부는 이슬람교를 믿는 로힝야족을 소수민족으로 인정하지 않고 자국에 불법 입국한 벵골족, 즉 방글라데시인들로 간주하면서 오랜 세월 갈등을 빚어 왔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2017년 8월 라카인주에서 로힝야족 일부가 경찰초소를 공격하자 미얀마 정부는 대대적인 로힝야족 토벌 작전에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살과 성폭행, 방화가 일어났고요. 70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이 방글라데시로 피신해 난민촌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로힝야족 문제에 대한 국제 사회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기자) 국제 인권단체들은 미얀마군이 로힝야족을 대량 학살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유엔 진상조사단은 지난해 미얀마군의 로힝야 탄압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미얀마군 수뇌부의 처벌을 촉구했는데요. 로힝야족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된 보고서는 최소한 1만 명의 로힝야족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진행자) 그리고 이제 이 문제가 ICJ에 제소됐는데 미얀마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기자)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 학살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하우 도 수안 유엔주재 미얀마 대사는 VOA에 이 같은 주장은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다는 점이 분명하다고 밝혔습니다. 수안 대사는 특히 감비아는 미얀마 문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나라라며, OIC와 감비아는 멀리 있는 타국의 문제에 간섭하기 전에 자신들 나라 앞에 놓인 문제나 먼저 해결하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얀마는 해당 문제를 지속 가능하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ICJ가 인종 학살 문제도 다룰 수 있는 겁니까?
기자) 네, 국제 사회는 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이후 인류 역사상 다시는 대량 학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1948년 ‘제노사이드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협약 9조는 대학살 범죄에 대한 처벌 또는 방지를 이행하지 못하는 국가에 대해 협약 당사국은 ICJ에 사건을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ICJ는 로힝야 문제와 관련해서도 우선, 관할권이 있는 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왜 감비아가 나서서 미얀마를 제소했을까요?
기자)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감비아가 이렇게 나선 데 대해 의미를 부여했는데요. 서아프리카의 작은 국가이자 최근에서야 수십 년간의 독재에서 해방된 나라가 제소를 한 것은 국제 사회에 영감을 주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앞서 국제사회에서 미얀마 정부에 대한 강력한 제제는 없었습니까?
기자) 유엔에서 자체 조사를 하고 학살 중단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내놓긴 했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재는 없었습니다. 지난해 안보리가 미얀마에 대한 경제 제재를 포함해 국제사회의 구체적 행동을 추진하는 결의안 채택을 검토했었는데요. 하지만 미얀마의 우방인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부결됐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 측은 하지만 로힝야 문제가 ICJ에 제소된 만큼 중국도 정치적 부담을 느끼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ICJ가 판결한 대량학살 관련 사안이 또 있습니까?
기자) 네, ICJ는 지난 1993년에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정부가 세르비아 정부를 상대로 낸 청구에서 보스니아 쪽의 손을 들어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세르비아가 제노사이드 협약을 위반하고 대량학살을 자행했다며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었는데요. 이 판결은 국가적 차원에서 대량 학살의 책임을 추궁한 첫 번째 판결이었고요. 최종 판결까지 4년이 걸렸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