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40년만에 유대인 정착촌 인정...러, 우크라이나 선박 3척 방면

지난 2017년 이스라엘 점령 지역 서안 지구 내 베이트 엘 정착촌.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 정부가 40여 년 만에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한 입장을 바꿨습니다. 러시아가 흑해에서 나포했던 우크라이나 선박 3척을 1년 만에 풀어줬습니다. 스웨덴 검찰이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씨의 성폭행 수사를 중단했는데요. 관련 소식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한 새로운 입장을 밝혔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요르단강 서안에 있는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해 더이상 국제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간주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18일 국무부 청사에서 직접 이에 대해 발표했는데요.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한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접근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는 겁니다. 폼페오 장관은 그러면서 요르단강 서안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지난 수십 년간 일관되지 않았지만, 신중한 검토 끝에 트럼프 행정부는 레이건 대통령의 입장을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레이건 대통령의 입장을 따르기로 했다는 게 무슨 말일까요?

기자)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기자들에게, 이스라엘 정착촌과 관련해 전임 카터 행정부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이스라엘 정착촌은 본질적으로 불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이야기합니다. 전임 지미 카터 행정부는 1978년 이스라엘 정부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은 국제법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발표했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행정부가 41년 만에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한 미국의 공식 입장을 바꾸게 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법률적 논쟁의 모든 측면을 면밀히 검토했다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이같은 결론을 내리게 된 몇 가지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요르단강 서안에 있는 각 개인의 정착촌과 관련한 법적 문제에 관한 권한은 이스라엘 법원이 갖고 있다는 점, 미국은 요르단강 서안의 최종적 지위를 심사하거나 판단할 권한이 없으며 이는 전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점 등을 들었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요르단강 서안에 정착촌이 설립되게 된 독특한 역사와 상황 등에 근거한 현지의 현실을 인정하며 유대인 정착촌은 더이상 국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 문제가 되고 있는 유대인 정착촌 문제, 어떤 이야기인지 잠깐 짚어주시죠.

기자) 네, 이스라엘은 지난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요르단강 서안 지역과 예루살렘 동쪽 지역을 점령하고 정착촌을 세워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이 두 지역을 중심으로 약 70만 명의 이스라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대규모 정착촌의 경우, 주민 수가 3만 명이 넘습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도 장차 국가를 수립하면 이곳도 자기들의 땅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국제법에 위배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무슨 이야기입니까?

기자) 이스라엘이 유대인 정착촌을 짓는 것은 '제4 제네바협약(Fourth Geneva Convention)을 위반한다는 지적입니다. 전시 민간인 보호에 관한 제네바협약은 점령국은 점령한 영토에 자국민의 이주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오바마 행정부 마지막 해였던 지난 2016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착촌 건설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여러 대이스라엘 정책이 바뀌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수도 인정,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워싱턴에 있는 팔레스타인 외교사무소 폐쇄, 골란고원의 이스라엘 영토 인정 등이 트럼프 행정부 들어와 취해진 조처들입니다. 국제사회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대중동 정책 변화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2국가 해법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은 지난 1993년 오슬로에서 중동평화를 위해 두 나라 공존을 추진하는 역사적인 협정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정부의 발표에 국제사회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유럽연합(EU)'은 폼페오 장관의 발표 후 28개 회원국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모든 정착촌 관련 활동은 국제법에 위배되며 중동의 항구적 평화를 위한 2국가 해법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즉각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변인은 미국 행정부는 장차 중동평화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신뢰를 잃었다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이스라엘 정부 지도자들은 미국 정부의 결정을 열렬히 환영하고 있습니다. 주요 매체들은 이번 결정이 현재 연정 구성 실패로 고전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정치적 지렛대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요. 네타냐후 총리실은 성명을 내고, 미국 정부의 결정은 역사적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이스라엘 정부 구성권을 위임받은 베니 간츠 청백당 대표는 이번 결정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 정부의 확고한 동맹 관계와 전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위한 결의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폼페오 장관의 발표 후 예루살렘 주재 미국대사관은 자국민에게 요르단강 서안과 예루살렘, 가자지구 등에 대한 여행 경보를 내렸습니다.

지난해 11월 25일 흑해와 아조프해를 연결하는 케르치 해협에서 러시아가 대형 선박을 동원해 해협 입구를 막고 있다. 이날 러시아 해군은 우크라이나 해군 경비정 2척과 예인선 1척이 해협 통과 절차를 어겼다는 이유로 무력을 동원해 나포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러시아가 나포했던 우크라이나 선박들을 풀어줬다고요.

기자) 네, 지난해 러시아 해군에 나포됐던 우크라이나 선박 3척이 18일 풀려났습니다. 러시아 해군은 이날, 2척의 포함과 예인선 1척을 우크라이나 측에 인계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승선했던 해병들도 같이 풀려났습니까?

기자) 우크라이나 해병 24명은 이미 지난 9월 양국 간의 협상이 성사되면서 풀려났습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이날 풀려난 선박들은 우크라이나 오데사항으로 귀환하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진행자) 선박 나포 사건, 거의 1년 만에 종결되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11월 25일, 러시아 해군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러시아 사이에 있는 흑해 북동부 케르치 해협을 통과하던 우크라이나 선박들을 나포했습니다. 사전에 통과 허락을 받지 않은 불법 항해였다는 이유 등에서였는데요. 이후 양국 간의 긴장이 고조됐습니다.

진행자) 케르치 해협은 우크라이나에는 매우 중요한 바닷길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케르치해협은 흑해에서 아조프해로 건너가는 길목에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서쪽 오데사항에서 출발해 우크라이나 동쪽 마리우폴항 등으로 가려면 반드시 크림반도 인근 케르치해협을 통과해야 하는데요. 하지만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래 러시아는 사전 통보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지난해에도 영해 침범을 이유로 선박에 총격을 가하고 나포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러시아 정부가 갑작스럽게 선박을 풀어주기로 한 어떤 배경이 있을까요?

기자) 정확한 배경은 알 수 없지만, 다음 달에 있을 양국 간 정상회담에 앞서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한 조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오는 12월 9일 파리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입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독일 정상들을 초청해 우크라이나 분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4자회담을 개최할 계획인데요.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처음 만나는 겁니다.

진행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금 크림반도를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3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했습니다. 크림반도는 러시아어를 쓰는 주민들이 대부분으로 러시아 귀속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분리, 반란을 꾀하는 세력에 무기와 인원을 제공하며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는 간헐적인 전투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현재까지 1만 명 이상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지금 우크라이나는 미국 정치권에서도 핵으로 떠오르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지난 7월 했던 전화 통화 내용을 둘러싸고 탄핵 심사를 받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우크라이나는 지금 미국 정치권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하지만 지난 1991년 구소련에서 탈퇴한 이래 우크라이나는 이미 미국의 지정학적 주요 우방으로 미국 정치권에서는 중요한 입지를 차지해왔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주요 농산물 수출국이자 천연가스 등 광물 자원이 풍부한 나라로, 유럽에서는 면적이 가장 큰 나라기도 합니다.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스웨덴 당국이 '위키리크스(Wikileaks)'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씨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기로 했다고요.

기자) 네, 스웨덴 검찰 당국이 19일,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씨의 성폭행 의혹에 대한 수사를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에바마리 페리손 스웨덴 검찰 차장은 피해를 주장한 여성의 증언이 신뢰할 만하지만, 어산지 씨를 기소할 만큼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수사 중단 이유를 밝혔습니다.

진행자) 줄리언 어산지 씨가 어떤 사람이길래 국제사회의 주요 뉴스 인물이 되고 있는 겁니까?

기자) 올해 48세로 호주 국적자인데요. 2006년에 인터넷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를 공동 설립한 사람입니다. 위키리크스는 익명의 제보자들로부터 정보를 얻거나 자체 수집한 수많은 정보를 공개하며 주목을 받았는데요. 어산지 씨는 특히 지난 2010년 6월, 미군 정보요원 첼시 매닝 씨와 공모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 수십만 건을 웹사이트에 올리면서 미국 정부의 1급 지명수배 대상이 됐습니다.

진행자) 위키리크스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 때도 큰 파문을 일으키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위키리크스는 2016년,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개인 이메일과 선거대책본부장과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관계자들 간에 오간 이메일, 녹음 파일 등을 전격 공개하며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자료들은 특히 러시아 정보당국이 불법으로 전산망에 침입해 빼낸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자료들은 당시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로 꼽히던 클린턴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스웨덴 검찰이 왜 그동안 어산지 씨에 대한 수사를 해온 겁니까?

기자) 어산지 씨가 2010년 8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위키리크스 관련 회의에 참석한 후 스웨덴 여성 2명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스웨덴 검찰은 즉각 어산지 씨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는데요. 하지만 어산지 씨는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도피 생활을 하다가, 지난 2012년부터는 영국에 있는 에콰도르대사관으로 피신해 그곳에서 망명자 신분으로 지냈습니다.

진행자) 그럼 어산지 씨가 지금도 에콰도르대사관에 있는 겁니까?

기자) 아닙니다. 지난 4월, 에콰도르 정부가 더 이상 어산지 씨에 대한 보호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런던 경찰이 어산지 씨를 전격 체포했고요. 어산지 씨는 지난 2012년 보석 중 도주한 것에 대해 50주의 실형을 받고 현재 런던 교도소에 수감 중입니다. 스웨덴 검찰은 어산지 씨가 에콰도르대사관에 망명 중이던 2017년 성폭행 의혹 수사를 중단했다가 어산지 씨가 체포되자 5월 다시 수사를 재개했었습니다.

진행자) 어산지 씨의 거취를 놓고 여러 정부가 얽혀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스웨덴 정부는 어산지 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 영국 정부에 신병 인도를 요구해왔고요. 여기에 미국 정부도 어산지 씨의 송환을 공식 요구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일각에서는 스웨덴 검찰이 성폭행 의혹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어산지 씨가 50주 형이 끝나는 내년에 미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위키리크스 측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이번 스웨덴 검찰의 결정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위키리크스와 어산지 씨 지지자들은 스웨덴은 언론인 보호에 적극적이고, 어산지 씨가 성폭행 혐의로 스웨덴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해도 무죄 또는 형량이 적을 것으로 내다봤었는데요. 하지만 어산지 씨가 미국에 송환되면 미국의 사법체계에 따라 간첩 혐의가 적용돼 중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