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소니영화사 해킹 5년, 북한 소행 여부 논란 여전”

지난 2014년 12월 미국 헐리우드에 소니 영화사가 제작한 '인터뷰' 광고판이 걸려있다.

지난 2014년 발생한 소니영화사 해킹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는 주장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습니다. 일부 전문가와 당시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러시아 배후 가능성과 내부 소행 가능성 등 의혹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27일, 소니영화사 해킹 사건 5년을 맞아 이 사건이 미국의 사이버 보안에 미친 영향과 의미를 평가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 신문은 2014년 11월 24일, 소니영화사의 컴퓨터 시스템이 사이버 공격을 받아 완전히 멈추고, 소니영화사가 제작한 5개 영화와 임원진의 비밀 대화 내용이 인터넷에 유포됐던 당시 사건을 자세히 재조명했습니다.

특히 당시 사건이 지금까지 미국을 목표로 했던 사이버 공격 중 가장 상징적이고 위험하며, 대중에게 각인됐던 공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사건 발생 5년이 지났지만 북한이 해킹의 배후라는 미 정보 당국의 발표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고 보도했습니다.

`폴리티코’와 `THR 매거진’ 등 미 언론들도 미 당국에 의해 북한 소행임이 밝혀지고 이와 관련해 북한에 제재 조치까지 단행됐지만, 당시 영화사 관계자들과 일부 전문가들은 계속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THR 매거진’은 당시 소니영화사에 근무했던 20여 명의 임원들과 인터뷰한 결과, 절반 이상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미 연방수사국 FBI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의 해킹 동기가 단지 소니영화사가 제작했던 김정은 위원장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의 상영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믿기 어려우며, 당시 임직원 대부분은 FBI의 조사 결과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영화 ‘인터뷰’의 감독이자 주연배우였던 세스 로건 씨도 인터뷰에서, “북한의 분노를 일으킬만한 영화를 만든 감독과 제작자, 출연진, 작가 모두 당시 해킹 공격의 표적이 되지 않았으며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사실이 항상 의심스러웠다”고 말했다고 `THR 매거진’은 전했습니다.

사이버 보안팀과 사설탐정까지 고용해 해킹 흔적을 확인했지만 해킹 시도 흔적 조차 찾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미 언론들은 해킹 이후 주가 폭락으로 이익을 챙기려 한 일부 소니 투자자나 내부자에 의해 고용된 러시아 해커들의 소행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옛 소련 출신 해커였다가 FBI 정보원으로 활동했던 맥스 포포프 씨가 2015년 초, 사건 발생을 전후해 자신이 러시아 해커로부터 외부에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소니의 기밀문서를 넘겨받은 적이 있다고 폭로한 것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소니영화사 해킹 사건이 북한 소행이 아닐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FBI가 북한 소행이라고 공식 발표한 직후 맥아피, 타이아 글로벌 등 미국과 이스라엘의 사이버 보안 업체들은 북한 IP 미확보 등 구체적인 증거 부족과 북한의 능력보다 높은 수준의 해킹 공격이 이뤄졌다는 이유로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또 미국 보안업체 노스 등은 시스템 공격 수준을 볼 때 공격자가 소니영화사의 컴퓨터 시스템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며 내부자의 소행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사건 발생 이후 일관되게 북한의 소행임을 강조했습니다.

FBI는 사건 발생 한 달 만인 2014년 12월 20일, 암호와 컴퓨터 코드가 북한 소프트웨어와 유사성이 있고, IP 추적 결과 북한 기관과 관련이 있으며, 과거 한국의 은행과 언론사를 공격했던 악성 프로그램과 유사성을 발견해 북한을 배후로 지목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어 당시 바락 오바마 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이 북한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상응한 대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2015년 1월에는 대북 제재에 관한 대통령 행정명령을 발표했습니다.

미 정부는 계속되는 소니 해킹 배후 논란에 “민간 전문가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기밀 정보채널이 있으며 국토안보부 등 미 정부기관과 해외 우방국, 민간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해 북한이 해킹에 관여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반면 북한은 미국에 줄곧 이 문제에 대한 미-북 간 공동조사를 촉구하는 등 해킹 의혹을 부인해 왔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