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북핵 역량, 추가 실험 불필요…핵실험장 폐쇄 의문"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

북한 핵 역량은 실험이 불필요한 단계에 이르렀고 상당한 핵탄두 소형화 기술 역시 확보했다고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이 평가했습니다. 1, 2차 북 핵 위기 당시 영변 핵 시설 사찰을 주도했고 20여 차례 방북했던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에 핵 공격을 할 수 있는 북한의 중단거리미사일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다 훨씬 실질적인 위협이라며 북한은 이미 임계치를 넘었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장 폐쇄 주장에도 거듭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을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연말 시한’을 제시하고 ‘새로운 길’을 거듭 언급하면서 추가 핵실험 여부가 관심인데요. 풍계리 핵실험장을 실제로 폭파했다면 실험을 못하는게 정상 아닌가요?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풍계리 핵실험장을 어느 정도나 되돌릴 수 없도록 폐쇄됐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터널 어느 곳도 재사용이 어려울 정도로 폭파가 이뤄졌느냐는 거죠. 어떤 전문가도 현장에 접근하지 못해 모든 터널에 붕괴됐는지 여부를 모릅니다. 또 한가지 가능성은 새로운 터널을 뚫을 수 있다는 점인데 몇 달은 걸립니다.

기자) 풍계리 핵실험장에 있던 각종 장비들의 행방도 추적하기 어려운 것 아닙니까?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핵실험을 하려면 많은 관측 설비들이 필요한데, 이런 제어 시스템들이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습니다. 주변 건물들은 여전히 그대로 있습니다. 현장은 플루토늄 오염 문제가 있기 때문에 북한이 그곳을 완전히 내버려둘 순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상주하고 건물들과 검측 시스템을 유지할 겁니다. 핵실험은 두 단계로 나눠서 봐야 합니다. 우선 물리적으로 핵무기를 폭발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건데, 여기엔 정치적 메시지가 담겼죠. 하지만 동시에 핵무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평가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이렇게 폭발력 등을 측정하기 위해 필요한 많은 장비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릅니다.

기자) 추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다른 장소가 예비돼 있을 가능성을 뜻하는 거죠?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다른 곳에 만들 수 있습니다. 현지엔 산이 많고, 용도가 불확실한 많은 터널들이 뚫려 있습니다. 또 풍계리 인근이나 멀리 떨어진 곳에 다른 핵실험장이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의 많은 산들이 핵실험에 다 적합한 것은 아니고 고립돼 있는 지역이라야 합니다. 특정한 곳을 지목하기는 어렵지만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예비 장소(spare site)’의 존재를 배제할 수 없다고 보는게 합리적입니다.

기자) 그래도 북한 입장에선 완전히 새로운 장소보다 관측 건물들을 이미 갖춘 풍계리 핵실험장 사용이 유리하지 않을까요?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꼭 그렇진 않습니다. 중요한 건 터널과 계측 장비들이지 건물들은 어디든 지을 수 있습니다. 풍계리에 있던 계측 장비들의 행방이 중요한 건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북한은 이런 모든 것을 계획할 충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애초에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결정을 내렸을 때, 진작부터 미-북 합의가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추가 핵실험 준비를 시작했다 해도 놀라울 게 없습니다.

기자) 만약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추가 핵실험을 한다면 폐쇄 주장이 허구였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결과가 될 텐데요.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북한이 또다시 풍계리 핵실험장을 이용할 경우 이를 어떻게 정당화할지 모르겠습니다. 상황이 달라졌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죠. 마지막 핵실험 이후 상당 시간이 지났고 마지막 미-북 회담이 끝난 뒤에도 많은 시간이 지난 만큼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시간은 충분했습니다. 따라서 저라면 놀랄 준비를 하겠습니다. 풍계리 핵실험장을 이용하는 것이 다소 편리할 순 있겠지만 다른 장소에서 할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것을 다시 말씀드립니다.

기자) 관련 국제기구에서도 혹시 그런 의심을 갖고 제2의 핵실험장을 찾으려는 시도를 해왔습니까?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예비 장소가 있을 경우 이를 발견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북한에는 많은 굴착 작업이 이뤄지고 있어 모든 광산과 터널을 다 주시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CTBTO(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 혹은 다른 어떤 기구도 정확한 실태를 알지 못할 겁니다. 인적정보나 통신정보에 의존하는 게 유일한 방법입니다.

기자) 게다가 마음만 먹으면 굳이 공개적인 실험을 하지 않고도 비밀리에 핵 역량을 진전시킬 수 있지 않습니까?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그렇습니다. 실제 핵폭발 실험에 앞서 모의실험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북한과 비슷한 횟수의 핵실험을 했던 파키스탄과 인도는 이미 20여년 전에 핵 보유국이 됐고 핵무기 100개 이상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난 수십년 동안 핵실험을 할 필요도 없었죠. 북한도 마찬가지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기자) 북한 핵무기 기술은 이미 추가 핵실험이 필요 없을 정도에 도달했다고 보시는 건가요?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만약 완전히 다른 종류의 핵무기를 개발하려면 실험이 또 필요하겠죠. 폭발력이 매우 컸던 북한의 마지막 핵실험을 고려할 때 뭔가 다른 개념의 무기를 염두에 두고 있을 수 있고, 그럴 경우엔 추가 실험이 필요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북한이 갑자기 핵무기 성능을 시험해보기 위해 핵실험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미 충분한 실험을 거쳤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봅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그들이 핵실험을 추진한다면 그건 정치적 목적입니다. 1천 번이 넘는 핵실험으로 경쟁하던 미-소 냉전시대와 달리, 이제는 억지력을 갖출 목적으로 북한과 같이 작은 나라가 많은 실험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자) 북한이 성공적인 핵실험을 했다는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핵탄두 소형화에도 영향을 미칩니까?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 추정할 수 밖에 없는 영역입니다만, 마지막 대규모 핵실험을 제외하더라도 북한은 이전 실험을 통해 ICBM 탑재용 핵무기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안정된 ICBM 기술을 갖추는 문제가 따르고, 북한이 어느 수준까지 왔는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제가 정말 걱정하는 건 미국이 우려하는 ICBM보다 한국과 일본을 겨냥하는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입니다. 최대 1톤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는 수백 킬로그램 수준일 겁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 북한은 이미 임계치를 넘었습니다. 미국을 겨냥하는 ICBM만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으로부터 북한의 핵무기 역량과 추가 핵실험 필요 여부에 대한 진단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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