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모든 것 잃을 것", 북한 "잃을 것 없어"…미-북 설전 고조

지난 6월 한국 서울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2차 정상회담 당시 모습을 담은 영상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북한이 연말 시한을 앞두고 벌이고 있는 설전에 미국 대선 이슈까지 개입되면서 양측의 기싸움이 점점 더 격앙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성 발언에 대응해 트럼프 대통령의 호칭을 생략한 채 강경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며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는 지난 7일 유엔에 보낸 항의서한에서, 앞서 나온 유럽연합 6개 국가의 대북 규탄 공동성명을 비난하며 이는 미국의 의도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서한에서 “미국이 추구하는 지속적이며 실질적인 대화는 국내 정치적 어젠다로, 북-미 대화를 편의주의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시간벌기 속임수”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언급한 ‘국내 정치적 어젠다’란 내년의 미국 대선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자 트럼트 대통령은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적대적으로 행동하면 놀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지난 7일)] “I'd be surprised if North Korea acted hostilely.”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대선에 개입하려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두 차례나 강조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지난 7일)] “But I really don't think he wants to interfere with the election.”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에도 트위터를 통해 대북 경고성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발표한 데 대한 반응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적대적으로 행동하면 잃을 것이 너무 많고,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복해서 말하는 ‘대선 개입’이란 북한의 중대한 도발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중단을 주요 업적으로 꼽아왔는데 북한이 이를 재개한다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경고에 북한 역시 연이은 담화 발표로 응수했습니다.

북한은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도발 시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를 맞받았습니다.

김영철 위원장은 또 "트럼프가 우리가 어떠한 행동을 하면 자기는 놀랄 것이라고 했는데 물론 놀랄 것"이라며, "놀라라고 하는 일인데 놀라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우 안타까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냉소적으로 반박한 겁니다.

담화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칭도 생략했습니다. 이전까지 빼놓지 않았던 ‘대통령’ 호칭을 삭제한 채 아예 ‘경솔하고 잘망스러운 늙은이’로 비하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감추지 않으면서, 여차하면 앞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위협한 대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맞대응 `폭언’이 이어질 수 있음을 내비친 것입니다.

바로 이어 나온 리수용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명의의 담화에서도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칭은 생략된 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막말을 중단하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번 설전에는 미국 고위 관리들도 합세하고 있습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8일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실시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그렇게 한다면 북한이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약속과는 다른 길을 택할 경우 미국은 “많은 수단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도 지난 8일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대화는 항상 열려있다”면서도 “만약 필요하다면 오늘 밤에라도 싸워서 이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