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연말기획: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5.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고조된 미-중 갈등

지난 8월 동중국해를 항해 중인 미 해군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 호에서 F/A-18E 슈퍼호넷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2019년 한 해가 저물어가는 현재 한반도 정세는 남북한을 둘러싼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히 미-북 비핵화 협상이 전혀 진전을 이루지 못한 가운데, 한반도에서 머잖아 2017년과 같은 위기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VOA는 연말을 맞아 올 한 해 한반도와 관련한 주요 움직임을 되돌아보는 기획물을 준비했습니다. 다섯 차례로 나눠 보내드리는 특집보도,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미-중 갈등에 대해 알아봅니다. 김동현 기자입니다.

미 국방부와 국무부는 올해 6 월과 11월 각각 인도태평양 전략에 관한 공식 입장을 담은 첫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국방부는 중국을 역내 핵심 위협으로 지목하면서, 궁극적으로 세계 패권을 위해 군 현대화를 가속화하고 있고, 경제정책을 통해 타국의 주권에 대한 간섭을 확대하고 있다며 맞춤형 역내 전략으로서 ‘인도태평양’을 제시했습니다.

반면 국무부는 “미국의 역내 목표는 어떤 나라도 배제하지 않는 것이며, 다른 나라들 사이에 어느 편을 선택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적시해 표면적으로는 중국을 겨냥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모든 나라의 주권 존중, 항행과 비행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준수 등이 새로운 위협으로 흔들리는 시기에 핵심적인 원칙을 유지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무부가 밝힌 원칙은 기존 질서를 흔들려는 중국에 대한 경고라며, 자칫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간접화법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들어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체화하고 본격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핵심은 냉전 종식 이후 20여 년 간 병력 감축과 함께 전력 현대화에 소홀한 사이 중국과 러시아가 상당한 군사적 역량을 키운 데 따른 강한 위기 의식입니다.

프랭크 로즈 전 국무부 군축∙검증∙이행 담당 차관보는 “지난 40여 년 간 대화를 통해 중국을 자유 국제질서에 편입시키려 했던 이른바 '키신저 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인식이 정치권에 폭넓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프랭크 로즈 전 차관보] “Both the republican and the democratic eyes in Washington has come to a conclusion that the effort to integrate China into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has failed and therefore we should take a tougher stance against China. Especially their aggressive behaviors in the region and their trade policies and that seems to me by talking to people and reading, a pretty bipartisan view in the United States at this point”

중국에 대한 압박을 통한 패권 제압정책이 효과적이라는 시각이 현 시점에서 미국의 여야 모두로부터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미국은 이같은 위기 의식을 바탕으로 역내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핵심 협조국으로 호주, 일본에 이어 한국을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이들 동맹의 역내 역할 확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지난 8월 취임 뒤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역내 동맹의 기여 분담은 인도태평양 전략과 밀접하게 연계된 사안이라며, 공정한 방위 분담 압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We would continue to expand our defense activities through out the region in close cooperation with our allies and partners while pressing for ‘equitable burden sharing’ from them as well”

호주 시드니대학 미국학연구소는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은 동맹의 기여 분담 확대를 통해 북한 등 2차적 위협에 대처하는 한편, 당면한 최고 위협인 중국과 러시아와의 단일-전면전 대비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중국에 맞서는 역내 군사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호주나 일본 등 중견국과 연계한 집단방위체제가 필연적인 전략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호주, 일본, 인도군은 올 한 해 합동훈련을 강화하고, 2+2 외교-국방 장관 회담 등을 통해 연대를 심화했습니다.

일본 집권 자민당 내 방위대강 개정 실무그룹을 주도하면서 방위백서 발간 등 일본의 방위정책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오노데라 이쓰노리 전 방위상은 인도태평양은 한 개 나라가 대응하기엔 매우 넓은 지역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의 역내 패권전략에 대응해 미국을 중심으로 호주, 일본, 인도의 4각 협력을 안보전략의 핵심으로 분류하고, 가능하다면 한국도 참여해 철저한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 오노데라 이쓰노리 전 일본 방위상] “そいう意味では同じ価値観を持つ日本、アメリカ、オーストラリア、あるいは日本、アメリカ、インド、できれば日本、アメリカ、インド、オーストラリアの関係、そして韓国もここに加わりますがその関係が強まれば大変重要だと思っています。できればこの地域で4カ国できれば韓国も加わった形でのしっかりした態勢が必要だと思います。”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도 중국과 러시아의 부상에 따른 세계 안보 균형 붕괴에 따라 비동맹 중립정책에서 탈피해 적극적인 관여정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0월 필리핀 삼발레스에서 미국과 인도, 필리핀 해병대가 합동 상륙훈련을 벌였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한국도 인도태평양과 연계한 신남방정책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다른 동맹들에 비해 시야가 여전히 한반도에 국한돼 있다고 지적합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한국은 지정학적 특성상 중국의 위협에 더 직접적 영향권에 있기 때문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역내 기여도에 따라 동맹에 대한 미국의 선호나 우선순위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조정관] “ And, you know, just to go back to the example, Japan is clearly more willing and able to join the United States in a policy directed against China, than South Korea. So you know, from that standpoint, the people in Washington who worry about China are going to see Japan as a more important asset than South Korea”

일본이 한국보다 미국의 반중국 정책에 동참할 의지가 더욱 강한 것은 분명하며, 따라서 중국에 대해 우려하는 워싱턴의 정책입안자들의 입장에서는 한국 보다는 일본을 더 중요한 자산으로 여길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동맹의 기여 부문에서 구체적으로는 비용 분담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미 태평양육군사령관을 지낸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미국의 역내 전략 변화와 깊이 연계돼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역내 집단안보에 대한 동맹의 기여가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 빈센트 브룩스 전 사령관] “Within the discussion about alliances, the expectation of burden sharing is certainly embedded in that…From this administration there is an expectation of a greater contribution.”

실제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대표인 정은보 대사는 “미국의 상당한 증액 요구에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른 의미도 함축돼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협상대표도 기존 협정 틀에 대비태세 항목을 신설해 미군의 역외훈련 비용 등을 분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미국이 지난 12일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한편 미국은 중국의 역내 무력 증강을 실질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지난 8월 중거리핵전력금지조약(INF)에서 탈퇴한 뒤, 아시아 동맹 내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존 볼튼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런 계획에 대해. 한국과 일본 등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호주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논란이 일자 에스퍼 국방장관은 아직 어떤 나라에도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 일본 등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추진하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양자택일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에반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But the critical thing obviously for America’s allies is that at some point in the coming months and years, they are going to be faced with tough choice. Washington is obviously going to want to consult with them about accepting new intermediate range missile systems on their territory”

미국은 또 역내 동맹들에 화웨이 등 중국의 차세대 이동통신망(5G) 장비를 도입한다면, 정보 공유뿐 아니라 군사력 동원 측면에서 심각한 장애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5G 통신장비를 도입한다면 설령 동맹이라고 해도 향후 공조 방식을 재검토할 것임을 경고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이같은 미국의 일방적인 역내 동맹 역할 확대 요구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동일한 가치관을 토대로 러시아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창설된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와 달리 아시아 나라들은 미국과의 일대일 관계에 초점을 둔 거점집중 방식(Hub and Spoke)에만 치중해온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녹취 :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 “China understands that US Alliance structure is not a tight structure as it was in Europe and so the time to break that hub & spoke is before it tightens up.”

중국 역시 역내 미국의 동맹들 간 연대가 견고하지 않다는 점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더 강화되기 전에 전방위 군사정책을 통한 분쇄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가 지난 7월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을 비행한 데 대해 미국 정부는 당시 독도 침범이 한-일 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매우 계산된 행동이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위협에 대한 공동 인식을 역내 동맹에 환기하고 설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

2019년 연말을 맞아 VOA가 준비한 특집보도, 오늘 순서를 끝으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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