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한국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5년 이뤄진 한일 간 위안부 합의는 헌법 소원 심사 대상이 아니라며 각하 결정을 내렸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당 대표 경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정치적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베트남이 최근 새로운 의료· 성형 분야 관광국으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관련 내용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한일 간 최대 쟁점의 하나인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국 헌법재판소에서 중요한 결정이 나왔다고요.
기자) 네, 한국 헌법재판소가 27일, 한일 양국 간에 지난 2015년에 이뤄진 위안부 합의가 위헌이라며 제기된 헌법 소원 신청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습니다. 각하란 법원이 사안을 판단하기 전, 아예 처음부터 심판의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단인데요. 현재 한국과 일본 관계가 여러 가지 쟁점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이같은 결정이 향후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거의 4년 만에 나온 결정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위안부 피해자들은 지난 2016년 3월, 양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반발하며 한국 헌법재판소에 소원 신청을 냈었습니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양국 정부 간 일방적 합의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 기본권이 침해를 당했다며 양국의 위안부 합의에 대한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헌재에 요청했는데요. 한국 헌법재판소가 3년 9개월 만에 27일, 해당 사안에 대한 심사를 거부하는 결정을 내린 겁니다.
진행자) 지금 양국 간에 큰 논란이 되고 있는 한일 위안부 합의가 뭔지 좀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지난 2015년 12월에 한국과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인정하고,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에 10억 엔, 미화로 약 913만 달러를 출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양국 관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 계기가 됐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는데요. 하지만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즉 다시는 위안부 문제를 문제 삼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한국 시민사회와 위안부 지원 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셌고요. 급기야 이듬해 위안부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합의의 위헌 여부를 심사해달라는 소원을 제기했습니다.
진행자)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뭔가요?
기자)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요. 우선 당시의 합의가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실제로 침해됐는지였는데요. 한국 헌법재판소는 이날 최종 주문에서 양국의 합의는 외교적인 합의로서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의 기본권 등 법적 권한이 침해받을 가능성이 아예 없다는 게 한국 헌재의 판단입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해당 문제는 외교 사안으로 헌재의 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 헌법재판소는 한일 위안부 합의는 외교적 협의 과정에서 나온 정치적 합의로, 과거사 문제 해결와 양국 간 협력 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외교 정책적인 판단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판단은 정치적 영역에 속한다고 밝혔습니다. 헌재는 또 해당 합의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권리가 처분됐거나,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적 보호 권한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해당 합의로 인해 청구인들의 법적 지위가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재판부가 모두 이같은 판단에 동의한 겁니까?
기자) 네, 헌법재판소 9명의 재판관이 만장일치로 이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는 이 사안에 대해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한일 위안부 합의가 도출된 건 이전 박근혜 정권이었는데요. 문재인 현 정부도 지난해, 한국 헌법재판소에 사건을 각하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은 당시 의견서에, 한일 위안부 합의는 '조약'이 아니라 외교적 합의였기 때문에 공권력 행사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소견을 피력했었습니다.
진행자) 이번 결정이 한일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기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한국 언론들의 관측입니다. 만약 한국 헌법재판소가 이날 각하 결정이 아니라 위헌 결정을 내렸다면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할 수도 있었는데요. 합의는 인정하되 위헌 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각하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서 더 심각한 갈등 국면은 피했다는 평가입니다. 한국 위안부 관련 단체들은 헌재의 판단에 미온적이긴 하지만 합의의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피해자들의 기본권이 보호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일본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한국 헌재의 결정을 긴급 타전했는데요. 여러 주요 일본 매체들은 한국 헌재의 결정으로 최근 양국 간의 흐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이스라엘 집권 리쿠드당의 당대표 경선이 끝났는데요. 결과가 어떻게 됐습니까?
기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압승을 거두며 다시 당대표로 선출됐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26일 실시된 리쿠드당 당대표 경선에서 경쟁자였던 기드온 사르 의원을 무려 45%P 차로 따돌리고 승리를 거뒀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투표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기자) 네, 리쿠드당 당 대표 경선 투표는 26일 밤 11시까지 진행됐는데요. 개표 마감 결과 네타냐후 총리는 전체 리쿠드당 유권자 중 72.5%를 얻었고요. 반면 사르 의원은 27.5%에 그쳤습니다. 투표권을 가진 리쿠드당 전체 당원은 약 11만6천 명인데요. 이 중 약 50%가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네타냐후 총리가 당선 소감을 밝혔군요.
기자) 네, 네타냐후 총리는 투표 종료 한 시간 만에, 트위터에 큰 승리를 거뒀다며 자신을 신뢰하고 사랑하며 지지해준 당원들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신과 당원들의 도움으로 내년 총선에서 리쿠드당이 크게 승리하고 이스라엘이 전례 없는 업적을 이루도록 이끌어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경쟁자였던 사르 의원은 패배를 인정했습니까?
기자) 네, 사르 의원도 트위터에 네타냐후 총리의 승리를 축하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사르 의원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면서 자신의 동료들과 지지자들은 이제 내년 3월 총선에서 리쿠드당이 승리할 수 있도록 후방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돕겠다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이번 경선은 리쿠드당과 리쿠드당의 민주적 면모를 드러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선거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사실 당대표 경선 결과가 나오기 전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재신임을 받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현지 언론들이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리쿠드당 안에 네타냐후 총리를 필적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평가가 우세했습니다. 이번 당 대표 경선은 네타냐후 총리가 연거푸 연정 구성에 실패하자 사르 의원 등 당내 일부 의원들이 네타냐후 총리로서는 내년 총선에서 리쿠드당이 승리하기 어렵다며 경선을 요구했던 건데요.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탄탄한 입지를 다져온 관록의 정치인 네타냐후 총리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네타냐후 총리, 최근 여러 가지 문제로 최대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 아니었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4월과 9월 총선 후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데 실패하면서 지도력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여기에 부정부패 혐의로 검찰에 기소까지 된 상황인데요. 일단 이번에 다시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면책 특권에 따라 기소는 유예될 예정입니다.
진행자) 현직 총리가 범죄 혐의로 기소된 경우는 처음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법상 현직 총리는 기소되도 총리 직에서 반드시 물러나야 하는 건 아닙니다. 이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로서는 최대한 검찰의 기소를 피하기 위해 총리직을 유지하면서 의회에 면책 특권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네타냐후 총리, 다시 리쿠드당의 대표로 선출됐지만 여러 가지 난제들이 놓여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당장에 내년 3월 초에 있을 총선에서 리쿠드당의 승리를 이끌어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지난 4월 총선에서는 리쿠드당이 이겼지만 그 다음 9월 총선에서는 이스라엘 최대 야당인 청백당에 자리를 넘겨줬는데요. 이 때문에 3월에 있을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진행자) 총선에서 승리해도 또 다음 관문이 남아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다른 정당들과 연합해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는데요. 하지만 두번 모두 이미 실패한 상황이기 때문에 다음 총선에서 승리한다 해도, 과연 연정을 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베트남이 의료·성형 분야의 새로운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지금까지 베트남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베트남의 오랜 건축물이나 기암괴석 등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기 위한 관광 목적이 주를 이뤘는데요. 하지만 최근에는 의료나 성형을 목적으로 베트남을 찾는 관광객들이 급증하면서 베트남이 새로운 의료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진행자) 실제로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의료 목적으로 베트남을 찾았는지 구체적인 통계가 있습니까?
기자) 네, 베트남 관영 '베트남투자검토뉴스'에 따르면 지금까지 8만 명 이상 검진과 치료 목적으로 베트남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치과 치료와 성형 수술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진행자) 베트남의 의료 분야가 꽤 발전해 있나 보군요.
기자) 네, 현재 베트남은 싱가포르나 타이완, 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의료 관광국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관련 매체에 따르면 베트남의 의료 분야는 매년 18%에서 20%씩 성장하고 있는데요. 태국이나 특히 싱가포르보다 상대적으로 더 싼 의료비용도 관광객들에게는 매력적인 조건이 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유럽이나 북미주 대륙의 의료 비용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기자) 베트남 관계자들은 북미 지역과 비교하면 치과 치료 비용이 10분의 1 수준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해외에서 유학한 후 귀국하는 치과의사들이 늘고 있고, 의료 기술도 점진적으로 향상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의료진의 잘못된 시술이나 추후 관리 등에 따른 위험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베트남의 의료 관광 수입 현황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2017년 한 해만도 2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동남아시아의 핵심 의료 관광국으로 급부상했습니다. 태국의 경우, 지난해 전체 관광 수입에서 약 8억6천만 달러가 의료 관광 수입이었습니다. 이는 2017년보다 14%나 증가한 겁니다. 싱가포르도 2017년, 7억4천만 달러 가까운 의료 관광 수입을 올리면서 전체 관광 수입의 10%를 차지했습니다.
진행자) 베트남에는 뒤지지만 태국이나 다른 동남아 국가의 의료 관광산업도 상당히 각광을 받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동남아시아 국가에 있는 민간 병원들이 의료 관광과 연계돼 있는데요. 아시아 관광전문매체 'TTG'에 따르면, 동남아 민간 병원 매출의 적어도 3분의 1이 의료 관광 수입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행자) 의료 분야 말고 베트남의 관광 산업 역시 최근 급성장하는 추세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베트남이 1990년대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하고 서방에 문호를 개방한 이래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요. 그러면서 베트남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2010년과 2018년 사이, 외국인 관광객은 500만 명에서 1천500만 명으로 불과 8년 만에 3배나 늘었습니다. 중국인과 한국인들이 특히 많은데요. 올 1월부터 7월 사이, 베트남을 찾은 중국인은 280만 명, 같은 기간 한국인은 240만 명이 베트남을 찾았습니다. 한국인 관광객은 특히 한 해 전인 2018년보다 22%나 늘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