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가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특히 올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언급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과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에서 발표한 올해 신년사의 큰 골자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평화와 번영’입니다.
문 대통령은 먼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언급하며 이를 위해 남북한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평화통일의 의지를 다지는 공동행사를 비롯하여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위한 여건이 하루빨리 갖춰질 수 있도록 남과 북이 함께 노력해 나가길 바랍니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답방을 거론한 것은 2018년 9월 평양 공동선언 이후 처음입니다. 9.19 평양 공동선언에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을 방문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난 1년 간 남북 협력에서 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며, 미-북 대화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남북 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한국 정부도 북-미 대화의 촉진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할 것입니다. 그러나 북-미 대화의 교착 속에서 남북관계의 후퇴까지 염려되는 지금, 북-미 대화의 성공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것과 함께 남북 협력을 더욱 증진시켜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습니다.”
올해 ‘운신의 폭’을 넓혀 남북관계 발전과 미-북 대화 진전의 ‘선순환’을 다시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됩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북한과 거듭 만나 끊임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나는 거듭 만나고 끊임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습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노력도 계속해갈 것입니다.”
아울러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를 비롯해 올 여름 일본 도쿄올림픽 공동 입장과 단일팀 구성을 위한 협의 등을 북한에 요청했습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올해 한국에서 열리는 동아시아 역도선수권대회와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북한 선수단의 참가도 언급했습니다.
이어 비무장지대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를 제안하며 북측에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박원곤 교수는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적극적인 남북관계 협력 및 강화 의지’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전체적인 남북 협력이나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제안들이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모두 북한이 호응을 해야 실현 가능한 것들로, 현재 남북관계 경색의 이유는 북한의 일방적인 대남 비난과 관계 단절이라는 겁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이 작년 1월 신년사에서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재개를 이야기했고 4월 시정연설을 통해 한국이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하지 말라는 거친 언사를 썼는데, 제재로 인해 못하고 있는 남북 합작사업을 한국이 미국과 국제 제재에서 이탈하더라도 본격적으로 추진해라, 그래야 남북관계가 회복된다, 라는 아주 명확한 조건을 밝힌 것이기 때문에 오늘 한 이야기 정도로는 북한이 응할 가능성은 커 보이진 않네요.”
한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홍상영 사무총장은 현재 남북한 교류와 협력은 거의 단절됐다며, 남북관계는 어느 한쪽만 열심히 하자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정면돌파전'을 강조하며 자력갱생을 밝힌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자 한다면 남북의 입장과 뜻이 일치해야 한다는 겁니다.
[녹취: 홍상영 사무총장] “남쪽에서 남북관계를 만들어서 잘 해보자, 라고 했다면 그 사이에 뭔가 공통분모가 있어야 되겠죠. 대통령께서 신년사에서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정부 차원에서 현재 중단돼 있는 남북관계를 새롭게 뭔가 돌파해 나갈 만한, 동력이 될 만한 뭔가를 갖고 계신 것인지 또는 그런 의지가 있는 것인지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요.”
이와 달리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새로운 길’에 대한 대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누구보다도 남북관계 성과를 원하는 사람은 바로 김정은 위원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야채를 재배하는 남새온실을 국가 3대 사업으로 내세우고 농업 문제를 정면돌파의 주 타격 방향이라고 할 정도로 국가사업 전반이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겁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중국 지원으로 먹는 문제 일부를 제외하고는 국가사업 전반이 정체되어 있거든요. 그렇게 보면 누구보다도 남북관계 성과를 원하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죠. 때문에 어느 정도 실리가 보장되고 성과가 도출된다면 김 위원장도 거부할 상황이 아니죠. 현실적으로 대남 비난이 있고 남북관계가 어려울 것처럼 보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파격적인 답방이나, 답방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거죠.”
조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불만은 한국이 남북 간 합의된 사항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지난해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한 만큼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
독자 제보: VOA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사화를 원하는 내용을 연락처와 함께 Koreanewsdesk@voanews.com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뉴스 제작에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제공하신 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되며, 제보자의 신분은 철저히 보호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