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교착 상태에 있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스냅백’ 방식의 제재 완화와 일부 핵 시설 폐기를 교환하는 내용의 합의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민주당의 앤디 김 하원의원이 제안했습니다. 미-북 대화에 의존하지 않고 남북 협력 사업 진전에 속도를 내고자 하는 한국 정부의 기조 변화는 미국이 북한 문제를 우선시하고 있지 않다는 우려를 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의 전반적 기류와 달리 김 의원은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에 남북 경협 지지를 촉구하며 다소 전향적 입장을 보인 인사로, 김창준 전 공화당 하원의원에 이어 두 번째 한국계 의원입니다. 김 의원을 이조은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은 당초 예고했던 ‘크리스마스 선물’ 대신 최근 당 전원회의 보고를 통해 미국을 상대로 ‘충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새로운 전략무기’ 공개를 예고했습니다. 미국의 셈법 변화를 다시 한 번 압박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미국의 접근법이 바뀔 것이라고 보십니까?
김 의원) “저는 북한과의 대화를 지지합니다. 한반도 핵무기 위협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에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의 실패로 상황이 더 악화됐습니다. 스티브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과 같은 대표들이 합의 도출을 위해 더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어야 합니다. 하노이 회담에서 많은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대로 된 합의 없이 모여 미-북 두 정상이 자리를 떠버린 것은 매우 유감이고, 이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습니다.”
기자) 북한의 신년 메시지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냈고,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에 실무 협상 재개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협상이 곧 재개될까요?
김 의원)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그러나 생일카드나 의례적인 인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략이 없다는 사실을 만회하지는 못합니다. 정말 실망스러운 부분입니다. 저는 트럼프 행정부에 목표가 무엇이고, 북한에 어떤 제안을 할 의향이 있는지 알려달라고 계속 요청했습니다. 협상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미국의 이익과 한국과의 전략적 관계가 유지되고, 향후 단합과 신뢰를 갖고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 행정부의 방침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행정부와 의회 간 계속되는 불신으로 인해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힘이 합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기자) 미국이 협상 교착 상태 해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김 의원) “하위 단계에서의 관여가 필요합니다. 미군 유해 송환이나 미-북 이산가족 상봉 노력과 같은 조금 다른 각도의 접근을 통해 북한과 어느 정도 협력하고 마음을 열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이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겠지만, 협력을 시도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어느 정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행정부에 요청한 것이기도 합니다.”
기자) 그러나 결국 북한이 원하는 식의 제재 완화 또는 해제 방안을 내놓지 않는 이상 협상 재개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제재 완화는 어느 단계에서 제공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김 의원) “가장 최근 협상에서 제시된 방안들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미 제시됐던 방안인 ‘북한의 일부 (핵) 시설 해체 조치를 대가로 일부 제재 완화를 교환’하는 방식, 이런 합의를 면밀히 검토해봐야 합니다. 저는 트럼프 행정부가 하노이 회담에서 왜 그렇게 강경한 노선을 취해야 한다고 느꼈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이런 식의 합의는 임시일 뿐입니다. 북한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는 복원 가능합니다. 이런 합의를 한다면 미국과 국제 사찰관을 북한에 파견할 수 있게 되고, (북 핵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 높아질 겁니다. 이런 식의 합의 전략이 여전히 논의되고 있길 바랍니다. 물론, 가치 판단 전 최종 패키지 합의를 봐야겠지만, (협상의) 문은 계속 열어둬야 합니다. 하노이 회담 이후 경험했듯이 문을 닫을 경우 상황은 더 악화될 겁니다. 진전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기자) 존 볼튼 전 보좌관은 ‘김정은의 신년 위협 대응 방안’은 미-한 연합군사훈련 전면 재개와 주한미군 준비태세 점검을 위한 의회 청문회 개최라고 주장했는데요. 적절한 방안입니까?
김 의원) “볼튼 전 보좌관이 백악관을 떠나 훨씬 안심됩니다. 북한 문제에 그렇게 늘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어떤 것도 만족해하지 않을 겁니다. 더 실용적 접근법을 가진 당국자들이 필요합니다. 물론 북한의 위협은 잘못된 접근이라는 점을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북한이 국제적 위상을 올리고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해 수 십 년 간 해온 겁니다. 북한이 이런 수법을 쓸 때마다 매번 반응을 할 필요도 없고, 그런 행동을 보상해서도 안 됩니다. 관여를 위한 올바른 접근법을 찾아야 하는데, 역내 노력이 요구됩니다. 그동안 미-북 정상 간 관여가 많았는데, 그런 ‘위대한 리더십 이론’은 여기서 작동하지 않습니다.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북한의 위협을 우려해야 하는 역내 모든 국가들과의 연합 접근, 다자적 접근을 통한 완전한 외교적 노력이 요구됩니다. 그런데 지금 문제는 볼튼 전 보좌관과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사람들이 계속 ‘미국 우선주의’식의 접근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제 생각엔 미국 혼자 알아서 해야 한다는 ‘미국 유일주의’ 접근입니다. 한 예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관여를 시도하면서도 동시에, 한국에 엄청난 금액의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며 한국을 강탈하려 하고 있습니다. 미-한 관계를 모욕하는 행위입니다. 미-한 동맹은 70년된 동맹으로 아시아에서 미국 전략의 핵심입니다.”
기자) 북한이 핵 혹은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감행해도 미국의 대응은 불필요할까요? 가능한 대응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 의원) “그런 경우라면 연합훈련 재개 혹은 제재 부과와 같은 옵션들이 있다고 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실제로 이런 유형의 조치로 대응하기도 했고요. 그러나 이런 식의 노력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술칼’이지 ‘야구방망이’가 돼선 안 됩니다. 초점이 명확해야 하고, 원하는 결과를 정확히 이해하는 정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매번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느끼며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라는 겁니다. 군사적 해법은 없습니다. 정치적, 외교적 해법만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외교에 군사 옵션만큼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기자) 한국은 그동안 남북관계 개선을 원하면서도, 북 핵 해결과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는 기조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남북 협력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며, 남북관계가 미-북 대화에 의존할 수 없다는 식의 입장을 보였는데요. 이런 기조 변화가 북 핵 관련 미-한 공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김 의원) “제 생각에 미-북 대화의 동력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한국이 스스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은 미국이 북한 문제를 우선 순위에서 뒤로 미루고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다고 봅니다. 제가 듣기로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대북 관여는 확실히 줄었습니다.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 문제에 충분한 관심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있다는 데 매우 우려하고 있는 겁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문제는 당분간 보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 같습니다.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떤 면에서 한국은 ‘여전히 기회가 있다’고, 스스로 책임져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겁니다. 미국이 북한과 관여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이 먼저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남북이 다시 관여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관여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던 겁니다. 한국이 재관여를 위해 스스로 얼마나 멀리 나아갈 의향인지 지켜봐야 할 겁니다.”
기자) 한국이 남북 협력사업 등 양국 관계 진전에 먼저 속도를 낼 경우, 미국과의 마찰이 우려되지는 않나요?
김 의원) “그런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이기 때문에 모를 일이긴 합니다. 한국에 5배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지 예상하지 못했듯이, 행정부의 반응은 예상할 수 없습니다. 한국은 북한과의 협력을 위한 양국 간 방안을 찾기 위해 북한과 관여할 권리가 충분히 있습니다. 모든 것이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운영되고 승인될 이유는 없습니다. 한국은 주권국가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이런 기조를 알고, 한국이 다른 방식으로 나아가길 원한다면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자고 하길 바랍니다.”
기자) 미-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5배 인상이라는 미국의 요구에 계속 우려를 표명하셨는데요. 어느 수준의 요구가 공평하다고 보십니까?
김 의원) “우선, 트럼프 행정부는 어떻게 그 금액을 도출했는지 계산법을 제시해야 합니다. 저도 그 세부 내용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계속 모호한 답변만 줄 뿐입니다. 그런데 지금으로서는 가격표에 연연하고 싶지 않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행동 자체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마치 미국은 한국의 부탁을 들어주며 모든 안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을 비롯한 많은 당국자들이 한국에 호의를 베푸는 것이니 한국이 돈을 더 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잘못된 접근입니다. 미국과 한국은 공통된 이익이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을 위한 전략적 지역으로, 역내 미국의 최우선 사안들을 위해서는 한국과의 강력한 관계가 요구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근본적으로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폼페오 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에게 이런 우려를 전했고, 계속 그렇게 할 겁니다.”
기자) 폼페오 장관 등 행정부 관계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김 의원) “미군과 관련 사안들에 대한 공정성에 관한 것들만 계속 얘기할 뿐입니다. 미-한 동맹이라는 파트너십과 주한미군의 의미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은 시기상으로도 이 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둔감함을 보여줍니다.
기자)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의원들도 과도한 인상 요구를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인데요. 이 문제와 관련해 의회는 어떻게 행정부에 대한 감독 역할을 행사할 수 있을까요?
김 의원) “제가 소속돼 있는 군사위원회도 이 문제에 대한 감독 역할을 매우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먼저 저는 개인적으로도 국방장관에게 이런 우려를 제기했고, 제가 위원장으로 있는 군사위 준비태세 소위 팀 전체도 이런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행정부는 의회의 이런 초당적 우려를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하원 군사위와 외교위가 함께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여러 단계에 걸쳐 거의 매일 관여하고 있는 사안입니다.
지금까지 앤디 김 민주당 하원의원으로부터 한반도 정세에 관한 전반적인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이조은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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