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개별 관광’ 등 한국 정부가 밝힌 남북 협력사업이 미-한 간 조율 속에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한국의 ‘중재자’ 역할에 반감을 갖고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원하는 북한이 한국 정부의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게 봤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 협력사업을 넓혀가겠다고 밝힌 이후,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협력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입니다.
강경화 외교장관이 미-한-일 외교장관 회의 뒤 기자들에게 특정 시점에서는 미-북이 먼저 갈 수도, 또 남북이 먼저 나갈 수도 있다고 말한 데 이어,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미-북 관계 해결을 기다리기보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겁니다.
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이 같은 한국 정부의 움직임이 미-한 간 조율 속에서 추진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 등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든 양국 간 사전 조율이 있었을 것이라며, 미국도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을 편안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am assuming this was coordinated in some fashion with Mr. Biegun and the US may very well be comfortable with Moon Jae In’s proposal. And as you know, tourism is not prohibited by the UNSC resolutions. So I don’t think this necessarily means tension between the US and South Korea.”
관광업은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를 위반하지 않는 것으로, 한국 정부의 이번 사업 추진이 미-한 두 나라 간 긴장을 뜻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특히 올해 대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도 제재 틀 안에서의 남북 사업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남북 간 협력이 북한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 유예를 유지시킬 수 있다면 미국은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꽉 막힌 북한과의 관계를 진전시키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은 고무적이라면서, 대북 제재 이행은 인도적 지원 사안 등을 포함한 북한과의 모든 관계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That doesn’t mean that South Korea can’t reach out to North Korea on other issues, to include certainly humanitarian issues to improve Inter- Korean relations. I think that would be the responsibility of the leadership in South Korea to find a path to improve Inter-Korea relations.”
(대북 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남북관계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한국 당국자들의 책임이며, 미국 당국도 이를 지지한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남북 협력 구상과 관련해 미-한 워킹그룹을 거쳐야 한다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발언을 상기시키며, 동맹인 한국과의 투명한 정보 공유를 강조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We have to be totally transparent with our ally, South Korea, they are with us, but that doesn’t mean we are proving what they do or they’re proving what we do. But we have a common strategy and that strategy is implementing sanctions. And we also want to move forward with North Korea to resolve the nuclear issues.”
양국의 조치에 대한 서로의 승인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과 한국은 대북 제재를 이행하고 북한 핵 문제 해결에서 진전을 이루기 위한 공동의 전략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할 수 있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미국도 지원하고 있다고,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말했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국제전략연구소 IISS 연구원은 북한의 미-한 동맹 균열 시도는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우려 사안이지만, 북한은 이를 성공시키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남북 협력사업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도 선을 그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연구원] “President Moon has strictly kept on side with the US and has not insisted on cooperation, economic cooperation with North Korea that would violate UN sanctions or US policy.”
문 대통령은 미국과 철저히 공조하며 유엔의 대북 제재나 미국의 정책을 위반하는 북한과의 경제협력 등의 사업은 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미국의 ‘최대 압박정책’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정신을 약화하는 것은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라면서, 이들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선 등 다른 정치적 사안에 집중하며 북한 문제를 다소 경시하자 한국 정부가 나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The South Koreans have been frustrated the lack of progress and I think they believe this is a good time.”
북한과의 진전이 부족한 데 실망한 한국 정부가 지금이 남북 협력을 추진할 좋은 시점으로 보고 있다는 겁니다.
힐 전 차관보는 문재인 정부도 한국 국민들에게 북한과의 긍정적인 무엇인가를 보여줄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구상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회의적일 것이라는 게 전직 관리들의 중론입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미국,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 만을 원하는 북한이 한국 당국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think it is very uncertain. You know, they don’t want South Korea to be in the middle of, mediating between Washington and Pyongyang. North Koreans want to talk directly to the US, especially with president Trump.”
북한은 미-북 사이에서 한국의 중재자 역할에도 반감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한국의 노력에 북한이 화답할 가능성은 낮다며, 따라서 남북 협력사업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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