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간 북-중 국경에서 트럭들의 통행이 눈에 띄게 느는 등 양국 간 교역이 회복되고 있는 정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달 중국으로 비제재 품목인 시계 수출을 크게 늘렸고, 반대로 곡물 수입을 많이 했다는 무역 자료도 공개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일 단위 위성사진 서비스인 ‘플래닛 랩스’가 지난 5월25일 북한과 중국을 연결하는 ‘조중우의교’의 중국 단둥 쪽 세관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트럭들로 보이는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이후 이런 모습은 가장 최근 위성사진이 촬영된 22일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지난 11일과 15일 촬영된 위성사진에는 평소 보다 많은 트럭들이 이 지점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트럭들이 중국에서 북한 쪽으로 이동하거나, 반대로 북한에서 중국으로 넘어갈 때 잠시 계류하는 이 지점은 북-중 국경을 통한 물류 이동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장소로 알려져 왔습니다.
이 지점은 올해 초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국경을 봉쇄한 뒤, 지난 3월 말을 포함한 며칠을 제외하곤 아스팔트 바닥을 드러내며 줄곧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이 장소에 트럭 등이 가득한 모습이 관측되면서, 북한과 중국 사이 국경 봉쇄가 해제 혹은 일부 완화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전문 매체인 ‘38 노스’가 공개한 고화질 위성사진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38 노스’는 지난 15일 신의주와 단둥 일대를 촬영한 고화질 위성사진을 23일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중국 세관에서 북한 쪽으로 가기 위해 대기하는 트럭들과 실제 다리를 건너는 트럭들, 또 북한 쪽 세관에 서 있는 트럭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이 위성사진에서 포착된 트럭은 모두 21대로, 촬영 시점을 전후해 다리를 통행한 트럭들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은 수의 트럭이 통행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중 국경이 개방된 정황은 두 나라 사이 무역 자료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앞서 VOA는 최근 공개된 중국 해관총서의 무역자료를 분석해 지난 5월 북한과 중국의 무역 총액이 6천331만 달러로, 4월(2천400만 달러)보다 약 2.6배 증가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해관총서가 26일 추가 공개한 세부 무역자료에서는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식량 수입을 크게 늘린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5월 한 달 북한은 ‘밀가루 등 곡물가루’ 약 2만9천130t, 금액으로는 약 945만 달러어치를 사들였습니다.
이는 ‘대두유’ 관련 제품(1천102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157만 달러를 기록한 전달 보다 약 6배 늘어난 수치입니다.
지난해 북한은 총 7천317만 달러어치의 ‘밀가루 등 곡물가루’ 제품을 중국에서 수입했는데, 전달의 수입액을 초과한 건 지난해 12월이 유일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5월의 곡물 수입량이 증가한 사실을 지적하며, 북한 내 식량 부족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June, you would think it would be a good month…”
일반적으로 모든 곡식이 풍성하게 보이는 6월은, 실제로는 지난 수확으로부터 가장 긴 시점이기 때문에 가장 식량이 부족한 시기라는 겁니다.
따라서 브라운 교수는 6월과 7월에도 곡물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밖에 북한은 5월 ‘기타 사탕수수(설탕)’ 관련 제품(579만 달러)과 ‘팜유(358만 달러)’, ‘담배 관련 제품’ 등 주로 소비재 품목으로 통하는 물품들을 많이 수입했습니다.
앞서 브라운 교수 등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북한이 ‘소비재 품목’의 수입을 크게 줄였다고 지적한 바 있지만, 관련 품목의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난 겁니다.
반대로 북한의 대중 수출에선 최근 몇 개월 간 거래가 거의 없었던 ‘손목시계’의 수출이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5월 북한은 ‘휴대용 시계의 무브먼트’ 즉, 손목시계에서 밴드(줄) 부분을 제외한 품목을 가장 많이 수출했습니다.
특히 금액은 297만 달러로, 전체 대중 수출액 474만 달러의 약 63%를 차지했습니다.
북한이 이 기간 두 번째로 많이 수출한 건 138만 달러어치의 ‘전력’이었는데, 전문가들은 북한과 중국이 합작으로 운영 중인 수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두 나라가 주고 받을 때 ‘수출’과 ‘수입’으로 기록하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따라서 5월의 대중 수출에서 ‘전력’을 제외할 경우, 북한의 대중 수출에서 손목시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88%에 달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의 최대 주력 상품이 ‘손목시계’라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Now all they are doing, main export is watches…”
앞서 북한은 국제사회 제재로 주력 수출품인 석탄 등 광물과 수산물, 섬유제품의 판로가 막힌 이후, 비제재 품목인 ‘손목시계’의 부품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해 완제품으로 재수출하는 양상을 보여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