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본 7·27 정전협정과 한국전쟁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윌리엄 해리슨 미 육군 중장과 남일 북한 조선인민군 대장이 한국전쟁 정전협정에 서명했다.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한국전쟁 정전협정은 2년이 넘는 기록적인 협상 끝에 체결됐습니다. 하지만 전쟁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상흔을 남겼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미국과 한국 정부 등의 자료를 토대로 한국전쟁의 통계들을 살펴봤습니다.

1953년 7월 27일 오전 10시 판문점.

유엔군 수석대표 윌리엄 해리슨 미 육군 중장과 북한과 중국 공산군을 대표한 남일 조선인민군 대장이 정전협정에 서명합니다.

이후 마크 클라크 유엔군사령관과 펑더화이 중공 인민지원군 사령관, 김일성 북한 군 최고사령관이 각각 협정문에 서명하면서 한반도에서 긴 총성이 멎었습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북한 군의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된 지 3년 1개월 2일 만이었습니다.

미 국방부는 정전협정이 2년 17일의 기간, 158번에 걸친 역사상 가장 긴 협상 끝에 서명됐다고 홈페이지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 “The signing marked the end of the longest negotiated armistice in history: 158 meetings spread over two years and 17 days.”

정전협정문은 영어와 한국어, 중국어로 모두 18통이 작성됐고, 유엔과 공산군 측이 각각 9통씩 가져갔습니다.

그러나 클라크 사령관이 정전협정 서명 뒤 “기뻐할 시간이 아니라 기도할 시간”이라고 말한 것처럼 한국전쟁은 유엔군과 공산군, 남북한 주민 모두에게 수많은 아픔과 상흔을 남겼습니다.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 당시 미군 상륙함에서 병력과 군용차량 등이 내리고 있다.

미 국방부와 보훈부에 따르면 연인원으로 미군 178만 9천 명이 한국전쟁에 참전했습니다.

이 가운데 전사자는 3만 3천 739명, 비전투 사망자 2천 835명을 포함해 모두 3만 6천 574명이 숨지고 10만 3천 284명이 다쳤습니다.

미군 전사자는 육군이 2만9천 856명으로 가장 많았고, 해병대 4천 509명, 공군 1천 552명, 해군이 657명으로 가장 적었습니다.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은 한국전쟁 미군 실종자를 지난달 19일 현재 7천 578명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미 ‘USA 투데이’ 신문은 지난해 미국이 역대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른 13대 전쟁 가운데 한국전쟁을 5위에 올리며, 2019년 시세로 3천 898억 달러를 한국전쟁에 투입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을 포함해 유엔군의 일원으로 한국전쟁에 전투병력을 파견한 나라는 16개국, 의료지원 5개국이며, 한국 국방부는 지난 2012년 자료에서 물자까지 지원한 나라를 포함하면 모두 63개국이 전쟁 당시 한국을 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미국을 포함한 전체 유엔군 사망자는 5만 4천 246명입니다.

중공군의 사망자 규모에 대해서는 그러나 나라마다 큰 편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엔군은 중공군 사망자를 40만여 명, 부상자를 48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지만, 중국은 정확한 사망자를 밝히지 않은 채 사망자와 부상자 합해 36만 명이라고 모호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 신문은 과거 중국이 이런 입장을 유지하다 지난 2010년 중국 국방대학 교수의 ‘인민일보’ 기고를 통해 중공군 사망자는 14만 9천 명, 실종자는 2만 6천 명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한국 철원에서 한국전쟁 발발 7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하지만 가장 큰 희생을 치른 건 남북한 당사자들이었습니다.

한국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에 따르면 한국군 전사자는 14만 7천 899명, 부상자는 45만여 명, 실종자와 포로는 3만 2천여 명에 달합니다.

아울러 한국인 민간인 사망자는 24만여 명, 양민 학살로 숨진 사람은 12만 8천여 명, 부상자 22만여 명, 실종자는 30만 명이 넘습니다.

군사정전위원회 편람에 따르면 북한군은 사망자 52만여 명, 실종자 12만 명, 북한 지역 민간인 사망자는 28만여 명, 실종자는 79만 명에 달합니다.

미 통계청이 한국전쟁 발발 당시 남한 인구를 2천 40만 명, 북한은 970만 명이라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남북한 인구의 거의 10분의 1이 전쟁으로 희생된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발표한 ‘한국전쟁 참전용사 정전기념일’ 포고문에서 북한의 침략으로 한반도에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위협받자 참전용사들의 용맹과 결단력, 애국심으로 공산주의 침략을 저지하고 한국 국민의 자유와 존엄을 회복시켰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