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미국인들의 여행을 법으로 막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한이 유일합니다. 대북 인도주의 단체들은 활동에 지장이 있다며 이를 해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미국인의 여행금지 조치를 처음 발령한 건 지난 2017년 9월1일입니다.
이 보다 약 3개월 전, 북한에 억류됐다 미국으로 돌아온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에 따른 결정이었습니다.
당시 국무부의 결정은 미국과 전쟁 중이거나 군사적 적대 행위가 진행 중인 나라나 지역, 또 미국 여행객들의 건강 혹은 신체적 안전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는 나라 등에 대해 국무장관이 여행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한 법 조항(22 CFR 51.63)을 근거로 했습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이 심각하거나 테러와 내전 등으로 인한 위험이 존재하는 나라들에 대해 여행금지를 의미하는 여행경보 ‘4단계’를 발령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들 나라들에 대한 여행경보는 권고사안인 반면, 마찬가지로 4단계 국가에 포함된 북한은 앞서 명시된 법 조항(22 CFR 51.63)이 적용된 여행금지국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인들은 국무부의 권고를 무시하고 일반적인 여행경보 4단계 국가들을 방문할 수 있지만, 북한 방문을 위해선 특별승인 절차를 거쳐 단수여권을 발급받아야만 합니다.
현재 이런 방식으로 미국의 여행금지 조치 대상에 오른 나라는 북한이 유일합니다.
최초 여행금지 조치가 발령될 당시 미국 정부는 1년이라는 시한을 정한 뒤, 매년 미국인들에 대한 위험을 재평가하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이 조치가 만료되는 매년 8월31일 이전에 연방 관보에 연장과 관련된 내용을 게시하게 된 겁니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8월31일을 넘겨 해당 내용이 게시됐지만, 2018년과 2019년, 2020년의 연장 조치는 8월31일 혹은 그 이전에 연방 관보를 통해 알려졌었습니다.
앞서 미국의 대북 인도주의 지원단체 관계자들은 북한 여행금지 조치가 활동에 지장을 주고 있다며 국무부가 조치를 해제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지난달 17일 미 국무부 관리와의 면담에 참석했던 대니얼 재스퍼 미국 친우봉사회 워싱턴지부장은 VOA에 “최소한 대북 지원단체들이 방해 받지 않고 활동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이산가족 상봉도 허용하는 등 기본적인 수준의 관여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습니다.
재스퍼 지부장은 또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 해제는 적대적 의도가 없다는 미국의 선언이 진심이라는 점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작지만 중요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국무부는 미국인들의 북한 여행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지난 19일 북한 여행금지 조치에 관한 VOA의 질의에 “해외에서 미국인들의 안전과 보안은 우리의 가장 큰 우선순위”라며, “북한에 대한 여행금지 조치는 여전히 유효하고, 미국인들이 북한을 여행하지 말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 미국인들이 체포되고 장기 구금될 수 있는 심각한 위험이 지속되고 있어 국무장관이 지난해 미국인들의 북한 방문이나 경유 제한 조치를 재승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국무부는 북한에 대해 여행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특수한 경우에 한해선 여전히 북한 여행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국무부 영사국은 북한 방문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경우 한 차례 방문할 수 있는 특별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언론인의 취재 목적과 인도주의적 고려에 따라 정당화될 수 있는 여행 등은 허용한다는 방침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