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 요건 충족 못 해"

지난 2017년 2월 강철 말레이시아주재 북한대사(오른쪽)가 쿠알라룸푸르 북한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남 피살 사건의 북한 배후설을 부인했다.

미국 국무부가 북한이 과거의 테러 지원 문제를 해소할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4년 동안 테러지원국으로 분류해 온 북한을 명단에서 삭제할 근거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무부는 4년 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된 북한이 여전히 테러지원국 해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할 법적 기준이 충족되지 못했느냐는 VOA의 질문에 “북한은 국제 테러 행위에 대한 과거의 지원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국무부 관계자] “The DPRK has also failed to take action to address historical support for acts of international terrorism.”

특히 “2017년 국무장관은 북한이 2008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된 이후 국제 테러 행위에 대한 지원을 거듭해왔다고 판단했다”며 국무부의 이런 인식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국무부 관계자] “In 2017, the Secretary of State determined the DPRK had repeatedly provided support for acts of international terrorism since its State Sponsor of Terrorism designation was rescinded in 2008.

국무부 관계자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결정에 비핵화 협상 등 다른 요소도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지난 1987년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으로 이듬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지만 2008년 영변 핵 시설 냉각탑을 폭파하고 핵 검증에 합의하면서 명단에서 제외됐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2017년 1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9년 만에 다시 지정했다. ‘해외 영토에서 일어난 암살사건을 포함해 반복적으로 국제 테러 행위를 지원해 왔다’고 재지정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에 앞서 미 하원은 2017년 4월 ‘김정은 암살 사건’을 새로운 근거로 추가한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법안’을 압도적으로 통과시켰고, 상원의원은 12명은 같은 해 10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라는 요청을 담은 서한을 국무부에 보냈기도 했습니다.

지난 1월 쿠바가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되면서 현재 명단에는 북한과 이란, 시리아, 쿠바 4개국이 남아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유엔총회에서 “일부 특정 국가들이 저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주권국가에 제멋대로 '테러지원국 딱지를 붙이고 제재와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국가를 명단에서 빼려면 미 대통령이 의회에 해제 요청 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대통령은 보고서에서 해당국 정부의 지도부와 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했고, 해당국이 국제 테러 행위를 지원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국제 테러 행위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직접 확약했다는 보장을 담아야 합니다.

아니면 해당국이 지난 6개월 동안 국제 테러 활동에 어떤 지원도 제공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국제 테러 행위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확약했다는 보장을 담은 보고서를 내면 의회는 45일 동안 이를 검토하는 절차를 밟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것은 일본 적군파 요원 보호와 일본인 납북자 문제 미해결에도 일부 원인이 있다”며 “2008년 북한을 명단에서 삭제했던 최초의 결정은 실수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 “As you know, the re-designation of North Korea was done in part because the DPRK continues to harbor JRA hijackers and has not cooperated in clearing up the fate of abductees. In my view, the original decision to remove the DPRK from the list in 2008 was a mistake.”

이어 “북한이 명단에 오른 것은 핵 관련 문제와는 관련이 없지만, 북한이 비핵화 움직임에 협력할 것이라는 믿음이 북한의 테러 연계 가능성에 대한 보다 호의적인 평가가 가능한 분위기를 조성했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 부차관보] “To the best of my knowledge, North Korea's listing is not linked to nuclear-related matters. But as we have seen in the past, the belief that North Korea would cooperate in moving to denuclearize has been known to create an atmosphere in which a more favorable assessment of Pyongyang's possible links to terrorism becomes possible. At the current moment, however, the DPRK is moving in the opposite direction, and I see no basis for removing the regime from the list.”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북한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이 정권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할 근거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