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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남 피살 후 4년...'테러지원국 재지정' 등 대외관계 파장 여전


지난 2007년 2월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취재진에 둘러싸인 김정남.
지난 2007년 2월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취재진에 둘러싸인 김정남.

지난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을 다룬 기록영화가 최근 미국과 영국에서 개봉했습니다. 언론은 영화 개봉을 계기로 4년 전 일어난 김정남 암살 사건을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북한은 다시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랐고, 말레이시아와는 아직 외교관계를 복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 사건을 소재로 한 기록영화 ‘암살자들’이 12월 미국 개봉에 이어 1월 말 영국에서 개봉했습니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이 영화가 ‘대담한 공항 살인사건’을 조명한다고 전했고, `BBC' 방송은 ‘기이한 사건’으로 평가했습니다.

라이언 화이트 감독이 제작을 맡은 104분 분량의 이 영화는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베트남인 도안 티 흐엉과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가 VX 신경작용제를 김정남의 얼굴에 발라 숨지게 한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건 당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는 김정남 암살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며 강력히 비난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12일 VOA에 이 사건은 국제사회에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어떤 사람인지, 어느 선까지 넘는지 잘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스칼라튜 사무총장] “This assassination will have an impact. This confirms what many know already that Kim Jung Un sits at the top of a system that implements a deliberate policy of human rights denial.”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인권을 부정하는 정책을 펼치는 북한 통치체제의 정점에 김정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은 이성적이고 계산적인 인물들로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자국민에 대해 범죄를 자행하고 그들의 인권을 유린했다”고 말했습니다.

테러지원국 재지정… 북한-말레이시아 관계 악화

국제사회는 유엔 안보리 토의 등에서 김정남의 실명을 언급하며, 그가 VX 화학무기에 의해 살해된 데 충격과 경악을 나타냈습니다.

특히 미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발표하면서, 북한 정권이 해외에서의 암살을 포함해 국제 테러를 반복적으로 지원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전 대통령] “North Korea has repeatedly supported acts of international terrorism, including assassinations on foreign soil.”

미국은 또 2018년 3월 북한 당국이 국제법에 위배되는 화학무기를 사용했거나, 자국민에 대해 치명적인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대북 추가 제재를 발표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통적 우방국이었던 북한과 말레이시아와의 관계도 크게 손상됐습니다.

지난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 대사관 앞에서 취재 기자들이 김정남 암살 용의자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지난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 대사관 앞에서 취재 기자들이 김정남 암살 용의자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김정남 암살 사건 뒤 북한대사를 추방하고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 파기를 결정했습니다. 또 평양의 자국 대사관을 폐쇄했습니다.

2019년 10월 마하티르 모하맛 당시 말레이시아 총리와 최룡해 북한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만나 양국 관계 정상화를 논의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12일 VOA에 “쿠알라룸푸르는 북한의 동남아시아 무역 활동의 거점이었고, 정치적 중요성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Kuala Lumpur was a significant support base diplomatically for some of N Korea’s commercial efforts in Southeast Asia. It also had political significance, for instance, as a place where the U.S. and N Korea had met previously during the Agreed Framework days, illustrating that there is trust within N Korea in Kuala Lumpur as an outpost for N Korean diplomacy.”

1990년대 제네바 합의에 기초한 후속 협상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렸으며, 이는 북한이 외교 기지로서 말레이시아를 얼마나 신뢰했는지를 보여준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이런 관계는 모두 없어졌다고 스나이더 국장은 지적했습니다.

김정일의 ‘숨겨진 아들 김정남’

4년 전 암살 당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어떤 인물인지에도 관심이 모아집니다.

북한의 파워엘리트를 연구하는 정성장 윌슨센터 연구위원 겸 한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정성장 연구위원] “김정남은 김정일의 첫째 아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어머니 성혜림이 곁에 있지 못하고 계속 모스크바에서 요양생활을 하면서 김정남의 가장 중요한 후원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김정남은 김정일의 숨겨진 아들로 성장을 했고 해외를 계속 방랑하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정 위원은 북한 정권이 김정남의 제3국 망명을 우려해 암살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연구위원] “암살 당하기 얼마 전에는 영국의 탈북자단체에서 망명정부의 수반을 맡아 달라고 김정남에게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요, 김정남이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자꾸 김정남 망명 또는 망명정부 수반 얘기가 나오니까 북한으로서는 굉장히 불편했겠죠. 그래서 김정남에게 귀국을 요구했는데 그런 김정은의 요구를 김정남이 거부함으로써 북한은 김정남이 망명하는 게 아닌가라는 판단을 해서…”

김정남과 직접 접촉한 시티와 흐엉은 2019년 석방됐고, 북한 용의자 5명 중 4명은 사건 직후 말레이시아를 떠났으며, 유일하게 체포된 북한 국적자 리정철도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돼 북한으로 추방됐습니다.

결국 김정남 암살 사건은 법적으로는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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