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1년간 북한에 강제실종 14건 정보 요청…"북한 정부 비협조"

1969년 북한의 대한항공 여객기 납치사건 피해가족인 황인철 씨가 아버지 황원 씨의 납북 전 사진을 모은 사진첩을 보이고 있다.

유엔이 지난 1년 동안 북한에 1960년대 대한항공 여객기 납치 피해자와 납북 어부 등 14건의 강제실종 사건에 대한 정보 제공을 요청했습니다. 유엔은 강제실종 사건에 대한 북한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산하 ‘강제적 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WGEID)’이 지난 1년 여 동안 14건의 강제실종 사건에 대한 정보 제공을 북한에 공식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무그룹은 오는 13일 개막하는 제48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실무그룹의 활동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정보 요청 사안 등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지만, 앞서 실무그룹이 정례회의 이후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실무그룹은 지난해 9월 열린122차 정례회의 결과를 담은 보고서에서, 1969년 대한항공(KAL)여객기 납치 피해자 2명과 납북 어부 10명이 관련된 12건의 강제실종 사건을 북한에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실무그룹은 또 올해 2월 열린 123차 정례회의 결과를 담은 보고서에서 1967년과 1968년 한반도 동해상에서 각각 납북된 한국인 어부 2명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실무그룹이 지금까지 북한 당국에 정보 제공을 요청한 강제실종 사건은 모두 330건으로 늘었습니다. 1년 전의 316건에서 14건이 늘어난 것입니다.

보고서는 실무그룹이 강제실종 14건에 대한 정보 요청과 별도로, 북한에 ‘혐의서한(allegation letter)’을 한 차례 발송했고 북한으로부터 답신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지난해 6월 23일 유엔 인권 전문가들과 함께 공동 발송한 이 서한에서 실무그룹은 북한에 납북 피해자들의 송환을 촉구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가족들에게 피랍자의 생사·행방 확인과 전화·서신 연락을 위해 취한 조치, 납치와 강제실종 혐의에 대한 독립된 수사 관련 정보 등을 알려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은 6월 30일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 보낸 답신에서 “인권을 구실 삼아 북한 체제를 전복시키려 적대 세력이 날조한 진부하고 비열한 정치 공작의 연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실무그룹은 이번 보고서에서 북한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거듭 표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실종자들의 생사와 소재를 규명하기 위해선 북한 정부가 기울인 노력과 수행한 조사 결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실무그룹은 이어 2015년 5월 현장 조사를 위한 북한 방문을 요청하고 이후 여러 차례 이를 상기시켰지만 북한 정부로부터 아직 아무런 반응을 얻지 못했다며, 조만간 긍정적인 답변을 얻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강제실종이란 국가기관 또는 국가의 역할을 자임하는 단체에 의해 체포, 구금, 납치돼 실종되는 것을 말합니다.

유엔은 북한에 의한 강제실종의 피해자가 한국전쟁 당시 납북자를 포함해 2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1980년 유엔 인권위원회 결의로 설치된‘강제적 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은 국가가 개입된 실종 사건의 피해자 생사와 소재 확인을 임무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피해자 가족이나 민간단체들로부터 실종 사건을 접수해 심사한 뒤 이를 납치 의심 국가들에 통보하면서 명확한 조사 결과를 보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1950년 한국전쟁 중 납북된 국군포로와 민간인, 1960년대와 1970년대 납북어부, 1969년 KAL기 납북 피해자,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으로 탈출했다 강제 북송된 탈북민 등에 관한 정보 제공을 북한에 요청해 왔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