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산하 강제실종 실무그룹(WGEID)이 전후 한국인 납북자 2명에 대한 정보 제공을 북한에 추가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관계자는 북한 당국이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유엔 강제적 비자발적 실종 실무그룹(WGEID 강제실종 실무그룹)은 최근 공개한 123 회기 결과 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에 납북자 2명의 정보 제공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대상은 지난 1967년 12월 20일 한반도 동해상에서 명태잡이 조업 중 납북된 남풍호 선원 백동현 씨와, 1968년 7월 2일 역시 동해에서 납북된 금융호 선원 김웅원 씨입니다.
이들은 한국 통일부가 집계한 전후 납북자 중 미귀환자 516명에 포함됐지만, 북한 당국은 수 십 년째 이들의 생사와 행방을 확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 피해자 가족의 유엔 진정서 제출을 지원한 한국 북한인권시민연합의 김소희 간사입니다.
[녹취: 김소희 선임간사] “납북 후에 전혀 별다른 소식을 듣지 못하고 계시고 사실 행방을 찾기 위해 어떻게 해야 좋을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저희를 만나셨고, 저희와 인터뷰해서 유엔에 진정서를 제출하게 되셨습니다.”
이번 2명 추가로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이 북한 당국에 정보 요청을 한 피해자 통보문 건수는 330건으로 늘었습니다.
실무그룹은 앞서 지난해 9월 121 회기까지 총 316건의 통보문을 북한에 보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후 실무그룹의 추가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122 회기에 12건, 올 초에 열린 123 회기에 2건이 추가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제실종은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국가기관 혹은 국가의 역할을 자임하는 조직이나 개인에 의해 체포, 구금, 납치돼 실종되는 것을 의미하며, 국제사회는 이를 심각한 반인도적 인권범죄의 일환으로 강력히 대응하고 있습니다.
김소희 간사는 강제실종은 피해자와 가족 모두에 장기간에 걸쳐 커다란 고통을 안겨주는 “현재진행형 범죄”라며,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지금까지 전후 납북자 95명, 일본 내 한인 북송 피해자 10명의 유엔 진정서 제출을 지원했다고 말했습니다.
VOA가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이 보낸 통보문을 분석한 결과 북한 정권이 자행한 강제실종 유형은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전쟁 기간과 전후 납북자에서부터 한국군(국군) 포로, 재일 한인 북송사업 피해자, 현재 북한에 억류 중인 김정욱·김국기 선교사, 북한에서 가족이 강제실종된 탈북민들, 1970년 북한군에 나포된 한국 해군 I-2호 방송선 승조원 2명 등도 유엔 통보문에 포함돼 있습니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는 최근 갱신한 홈페이지 자료에서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에 지난 3월 말까지 피해자 150명의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강제실종 피해자들의 영문진정서 제출을 지원하는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8일 VOA에, 진정서 유형이 매우 다양한 것은 북한 정권이 자행한 인권범죄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희석 법률분석관] “굉장히 유형이 다양한 것이고, 이것은 북한의 체제를 논하기에 앞서 어떤 체제이든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 역사가 70년 넘게 북한 정권이 이런 중대한 인권 침해를 저지르고 있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UN WGEID에서 수 십 년 전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서도 잊지 않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인권 침해로서 그런 다양한 북한이란 국가가 저지른 범죄들을 유엔 차원에서 문제 제기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 의장인 백태웅 미 하와이대 법률대학원 교수는 지난 5월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관련해 “아주 긴 기간에 걸쳐 다양한 제소가 들어오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에 협력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백태웅 의장] “저희는 그런 의미에서 북한 정부에 적극적으로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여러 문제를 미루거나 회피하지 말고, 그 부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촉구하고 있습니다.”
백 의장은 그러나 북한 지도부가 강제실종 문제에 대해 정치적 의미에 너무 집중하는 것 같다며, 몇 년째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희석 법률분석관 등 전문가들은 북한 관련 강제실종 사례 가운데 특히 피해가 가장 심각하면서도 주목을 받지 못하는 대상이 북한 주민들이라며, 국제사회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신희석 법률분석관] “가장 큰 강제실종 피해집단이라면 북한 주민들이죠. 해외에서 납치된 사람들은 적어도 가족들이나 다른 친지들이 문제 제기할 수 있지만, 북한 내부에서 정치범으로서 잡혀간 사람들은 내부적으로 문제 제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유엔에 문제 제기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렵기 때문에 탈북자들 통해서나 그나마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실제 피해 규모로 보면 당연히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인권단체들은 또 북한 정권뿐 아니라 피해당사국인 한국 정부가 이 사안에 훨씬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지난해 채택한 북한인권 결의안에 최초로 한국인 납북자 문제를, 올해 채택한 결의안에는 처음으로 송환되지 않은 국군포로와 후손들이 겪는 인권 침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 등을 이유로 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불참하고 강제실종 문제의 공개적 언급을 꺼리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강제실종 문제 해결의 핵심 열쇠는 결국 북한이 쥐고 있는 만큼 북한 지도부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백태웅 강제실종 실무그룹 의장은 강제실종 등 인권 문제 해결은 북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북한 지도부의 개방된 자세를 촉구했습니다.
[녹취: 백태웅 의장] “실제로 인권을 침해하는 상황은 정상사회가 아니거든요. 그리고 그 인권 침해를 사회시스템의 중심으로 마냥 놓는 경우라면 그 체제는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저희는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나라나 기본적인 주민들의 인권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그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인권을 개선하고 실질적으로 인권을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고 그런 의미에서 북한도 좀 더 개방된 태도로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주기를 저희는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