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9월15일)은 유엔이 제정한 `국제 민주주의의 날'입니다. 미국과 영국, 한국에 정착해 정치에 참여하거나 공무원으로 활동하는 탈북 청년들은 VOA에, 자유로운 정치적 견해와 다양성 존중 등 개인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문화가 민주주의의 최대 강점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탈북 청년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영국에 사는 탈북 청년 티머시 조 씨는 지난 5월 런던 다우닝가로부터 받은 편지를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리버풀대 대학원에서 국제관계안보학을 공부한 조 씨는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북한 독재정권의 심각한 대량학살 문제를 외교적 압박과 더욱 연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는데, 존슨 총리가 국무상 겸 총리 특별대표를 통해 사의를 표하는 장문의 답장을 보낸 겁니다.
[녹취: 티머시 조 씨] “많이 놀랐습니다. 솔직히 답장을 못 받을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총리가 받는 편지와 서한이 엄청 많으니까요. 그 상황 속에서 제게 답장을 하셨다는 자체가 민주주의의 상징성이죠! 지도자가 피라미드 모양으로 보면 꼭대기에 있는 게 아니라 피라미드를 거꾸로 놓은 모양새. 국민의 심부름꾼! Servant leadership!”
지난 5월 영국 구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조 씨는 이렇게 “권력에 대한 두려움 없이 누구나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자유롭게 밝히는 것이 참 민주주의란 사실을 영국에서 새삼 체험한다”며, “북한의 구호뿐인 인민민주주의와 비교 자체가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티머시 조 씨] “영국 총리나 영국 여왕에 대해서 강압적으로 배우는 게 여기는 없습니다. 정당에 가입하고 싶으면 신청서를 넣을 수 있고, 어디 가고 싶으면 기차표를 사서 갈 수 있고, 누군가가 와서 나를 막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게 자유의 환경에서 주어진 특혜이니까. 이런 게 북한 내부에서는 완전 불가능하죠. 북한에서 얘기하는 것은 강압적 평등이죠. 우리 인간은 누구나 각자가 가진 기프트와 재능이 있는데, 북한은 감옥이란 형태의 시스템 안에 모든 국민을 넣어 놓고,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옷을 입히려 하고 한마디로 민주주의란 말 자체가 내부 속에 존재할 수 없고 향을 풍길 수 없죠.”
북한 김일성대 출신으로 최근 한국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한 탈북 청년 김금혁 씨는 “누구나 스스로 결정해 정치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게 자유민주주의의 꽃”이라며 북한 등 세상을 바꾸고 싶어 선거캠프에 합류했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금혁 씨] “일단 세상을 바꿔보고 싶어서 캠프에 들어갔습니다. 민주주의뿐 아니라 경제라든가, 특히 탈북민들이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대북 관계에서도 (현 정부가)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실책을 저질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못된 것들을 다시 되돌리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겠구나. 앉아서 이게 잘못됐네! 저게 잘못됐네! 백날 얘기하는 것보다 직접 내가 플레이어로 참여해서 한 번 바꿔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해서 참여했습니다.”
김 씨는 개인의 자유로운 참여와 의사 표현의 자유가 한국에서 느끼는 민주주의의 최대 강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금혁 씨] “’내가 참여함으로 인해서 내가 원하는 대로 세상이 바뀌는구나’라는 것을 목격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그게 민주주의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재체제에서는 내가 아무리 사회 변화에 대한 생각이 있거나 뜻이 있어도 그것을 이루기가 상당히 어렵지만, 민주주의 하에서는 같이 뜻을 모으고 같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끼리 조직을 만들고 또 그것이 하나의 정당이 될 수도 있고, 정치조직이 될 수도 있고 이런 뜻을 실현시키는 과정이 독재국가보다 상당히 수평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엔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국가의 주권이 독재자나 특정 집단이 아닌 국민에게 있고, 국민은 이 권력을 기반으로 정치를 구현하며 자유와 인권, 평등, 법치 등 인류 보편의 가치를 구현하는 사상이나 정치체제를 말합니다.
여기에는 대화와 타협,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 등 삼권분립, 개인의 의사결정 존중을 바탕으로 비밀선거와 정치 표현의 자유 등 참여와 책임을 중시하는 제도가 핵심입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국제 민주주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나타난 정보 제한과 백신에 대한 접근 차별 등 불평등 조치가 민주주의를 더욱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평등과 참여, 연대 등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고 강화해 나갈 것을 촉구했습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 “Strengthening democracy also means embracing genuine participation in decision-making -- including peaceful protests -- giving a real voice to people and communities that have traditionally been excluded.”
민주주의 강화는 평화적 시위를 포함한 의사 결정에 대한 진정한 참여를 수용하고, 전통적으로 소외됐던 사람들과 지역사회가 실질적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겁니다.
구테흐스 총장은 특히 여성과 장애인, 인권옹호자, 언론인들의 침묵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방해가 된다며, “민주주의는 시민의 공간이 없으면 번영은커녕 생존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과거 언론 기고에서 북한도 국호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사용하지만 이는 1940년대 초기 옛 소련 사상가들이 만든 ‘인민민주주의 이론’에 기초한 것으로, 토지 개혁과 사유재산의 국유화 등 사회주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도구적 의미가 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닐 고서치 미 연방대법관은 2년 전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훌륭한 권리장전을 갖고 있고, 무상의료권과 무상교육권, 자신이 좋아하는 여가권 등 미국이 가진 모든 권리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약속하고 있지만 그것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북한 정치범들에게 물어보라고 반문한 바 있습니다.
[고서치 연방대법관] “North Korea has an excellent Bill of Rights…They promise all the rights we have, and a bunch more. Right to free medical care, right to free education, and my favorite, a right to relaxation…Now, ask political prisoners how is that working out?"
고서치 대법관은 그러면서 북한 헌법의 약속은 이를 기록한 종이쪽지 값도 못 한다며, 그 이유는 권력이 개인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지속적으로 막을 민주적인 정부구조, 즉 권력분립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연방공무원으로 현재 경제학 박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탈북 청년 조갈렙 씨는 최근 코로나에 대응하는 미국 정부를 보면서 권력분립의 중요성과 민주주의의 강점인 ‘다양성’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강압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토론하고 논쟁하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을 위한 최선의 정책을 찾는 모습이 인상적이란 겁니다.
[녹취: 조갈렙 씨] “팬데믹을 보면서 북한 같았으면 일사천리로 모두 왁진을 맞으라 백신을 맞으라 할 수도 있는데, 그런 것에 끝까지 오랫동안 시간을 두고 서로 논쟁하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는데 나중에 깨닫게 된 것이 아 이런 게 바로 민주주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국가가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끝까지 강압적으로 압박하지 않는 모습이 민주적 모습이라 생각됐습니다.”
조 씨는 그러나 유엔의 지적처럼 코로나 팬데믹을 이유로 여러 나라에서 개인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강화되는 모습이 민주주의의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갈렙 씨] “이번에 팬데믹을 통해 중앙정부의 기능이 많이 강화됐잖아요. 한국도 그렇고 방역을 잘한다는 나라들은 특히 더 그렇고. 국가가 돈을 막 풀어서 경제 생태계를 많이 바꾸고 왁진도 의무화하려 하고 또 국가의 명령대로 따라 하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이 거기에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오히려 그러면 보통 시민들의 자립적 사고를 억제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김금혁 씨는 민주주의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최선이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것이라며, 일부 무책임한 사람들이 표현의 자유를 구실로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행태는 민주주의의 대표적인 취약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금혁 씨] “가짜뉴스가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사회에서 상당히 중요시하는 개념을 등에 업고 자주 등장하는데, 그런
가짜뉴스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 혹은 가짜뉴스로 인해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가 다르게 전달되고 그로 인해 다른 선택을 내리게 되고 그 다른 선택으로 인해 국가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때 저는 사실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라고 봅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