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25호 관리소 등 수용소가 계속 건재하다고 미국의 민간단체가 밝혔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사회주의 척결을 대대적으로 강조하면서 수용소가 더 확장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1천 제곱미터가량의 면적에 고압선이 흐르는 것으로 알려진 철책과 수 십 개의 초소, 숙소 등 여러 건물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건물 주변에는 가지런히 정돈된 넓은 농지와 과수원도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가 최근 북한 25호 청진(수성) 관리소를 촬영한 고화질 위성사진을 공개했습니다.
25호 관리소는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가 최종보고서에서 지목한 4개 정치범 수용소 가운데 하나로 함경북도 청진시 송평구역 수성동에 있습니다.
지난 2006년부터 이 수용소 관련 정보를 계속 갱신하고 있는 북한인권위원회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변화를 분석한 결과 북한 정권이 이 수용소를 계속 정상적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010년쯤 두 배로 확장된 이후 지난 5년 사이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시설 보수와 정비가 잘 이뤄지고 있고 감시초소도 시야를 잘 확보하고 있다는 겁니다.
또 관리소 북쪽 들판의 작물재배, 과수원, 가축사육, 공장 등도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감자 규모는 이전과 같거나 약간 증가한 수준인 2천500~5천 명으로 추정했습니다.
이 단체는 유엔과 국제사회의 우려와 일부 인권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권이 정치범 수용소를 계속 운용하고 있다며, “김정은은 정치범 수용소 해체의 첫 조치로 수용소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HRNK 보고서] “HRNK calls upon the Kim regime to acknowledge the existence of its political prisons as the first step towards their dismantle- ment; immediately improve the nutritional status of prisoners, many of whom suffer from severe malnutrition;
아울러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많은 수감자들의 상태를 즉각 개선하고, 관리소 등 모든 수감시설에 대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전면적인 접근 허용, 유엔 수감자 처우에 관한 최소 기준 규칙 이행, 정경택 국가보위상과 그의 전임자·후임자에 대한 접근 허용도 촉구했습니다.
앞서 미 재무부는 지난 2018년 12월 북한 정치범 수용소 운용을 담당하는 국가보위성의 수장 정경택을 인권 제재 대상에 올렸습니다.
유럽연합도 지난 3월 정경택 보위상을 북한 인권 관련 첫 제재 대상에 올리며 국가보위성은 정치적 반대와 체제 전복을 위한 해외 정보 유입, 체제와 수뇌부에 대한 모든 심각한 정치적 위협을 색출해 제압하는, 북한의 억압적 보안정책을 시행하는 대표적 기관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정경택은 고문과 다른 잔인한 반인륜적 또는 모멸적 처우와 처벌, 비사법적 처형과 살인, 강제실종, 자의적 체포 또는 구금 등 북한에 만연된 인권 침해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최종보고서에서 북한 내 “정치범 수용소에서 수감자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끔찍한 참상은 20세기 전체주의국가의 수용소에서 벌어졌던 비극과 유사하다”며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를 권고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총회가 2015년부터 매년 북한인권 결의안 채택을 통해 북한 정부에 정치범 수용소 폐쇄를 촉구하고 있지만 북한 지도부가 이를 계속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는 VOA에 유엔총회가 북한 인권과 관련해 우선적으로 다뤄야 하는 사안이 정치범 수용소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I would like to see discuss the impact of North Korea's current food shortages on political prisoners, UN General Assembly resolutions since 2015 have listed political prisoners, as one of the most vulnerable groups.”
북한이 직면한 식량부족 상황이 정치범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는 겁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유엔총회가 매년 채택한 북한인권 결의는 정치범을 북한 내 식량과 보건이 가장 취약한 계층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며, 유엔 사무총장도 최근 이런 우려를 지적했다고 말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76차 유엔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 지도부가 코로나 방역 조치를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주민들의 식량 상황이 심각해졌다며, 특히 “구금자의 식량 상황이 악화됐을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부에 “정치범 수감자를 전원 석방하고 정치범 수용소를 모두 해체하며, 정치적 의견을 내거나 이견이 있다는
이유로, 또는 사회적 배경을 근거로 한 자의적 체포와 구금 조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구테흐스 총장] “Release all political prisoners, disband all political prison camps and immediately cease the arbitrary arrest and imprisonment of persons on the grounds of their political or other opinion, or their social background,”
미 하버드대 벨퍼센터의 백지은 연구원은 최근 북한 정치범수용소가 더 확장됐다는 보도도 있었다며, 국제사회의 감시와 압박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There are on the ground, reporting coming out that more political prisons are being built in recent time. People are desperate,”
한국의 ‘데일리NK’ 등 일부 대북 매체는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2년 사이 비사회주의에 대한 대대적 척결과 단속을 강조한
후 정치범 수용소 수용 능력을 강화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보도했었습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식량 등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대상이 정치범 등 취약계층이라며, 정치범 수용소와 다른 구금시설에 대한 국제적십자사와 세계식량계획(WFP), 비정부기구들의 접근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