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위험 경감의 날…"북한, 조기경보 시스템 미비로 더욱 취약"

지난 2016년 9월 유엔 직원이 북한 홍수 피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 RCO/Mia Paukovic.

13일은 유엔이 정한 ‘재난 위험 경감의 날’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피해가 급증하는 가운데, 유엔은 취약국 내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이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재난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매년 10월 13일은 자연재해를 예방하고 줄이기 위해 유엔이 지정한 ‘재난 위험 경감의 날’ 입니다.

유엔 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PR)은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지난 수십 년 새 각종 재난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며, 사회기반시설 부족 등으로 재난으로 인한 피해가 특히 큰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국제적 연대를 촉구했습니다.

리카르도 메나 UNDPR 특별대표는 보고서에서 2010년부터 2019년 사이 전체 공적개발원조(ODA)의 약 11%인 1천330억 달러가 재난관리 분야에 지출됐다고 밝혔습니다.

메나 특별대표는 이 중 재난예방에 55억 달러, 재난 대응과 구호 활동, 재건에 각각 1천198억 달러와 77억 달러가 사용됐다며, 재난예방에 책정된 55억 달러는 전체 재난관리 활동비의 0.5%에 불과했다고 말했습니다.

[메나 대표] ”$5.5 billion was aimed at risk reduction measures before disasters strike, compared to US$ 119.8 billion spent on emergency/ disaster response and US$7.7 billion for reconstruction, relief, and rehabilitation. Of overall disaster-related ODA between 2010-2019, the US$5.5 billion spent on DRR accounts for just 0.5% of the total amount spent on disaster-related aid.”

메나 대표는 전 세계 5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경제적 혼란을 야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예로 들며, 이런 상황은 그동안 전염병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음에도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극한 기상 현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재난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국제적 지원이 매우 부족했다고 밝혔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재난 위험 경감의 날’을 맞아 발표한 동영상 메시지에서 인류의 생명과 건강,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체계적 위험을 줄이는 충분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중, 저소득 국가들 내 부족한 조기경보 시스템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구테흐스 총장] “Just 24 hours advance warning of a storm or heatwave could reduce the ensuing damage by 30 per cent. However, many low- and middle-income countries lack adequate early warning systems. And when disaster strikes, weak health systems and infrastructure leave them even more vulnerable.”

폭풍이나 폭염은 24시간 전 사전경고 만으로도 피해를 30% 줄일 수 있지만 많은 중, 저소득 국가들이 충분한 조기경보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재난이 닥치면 이들 국가들은 미흡한 의료시스템과 인프라 때문에 훨씬 더 취약한 상황에 놓인다고,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취약한 각국의 통치와 점증하는 빈곤, 무차별적으로 급속화하는 도시화 등이 모두 재난 위험과 상호 연관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기후변화에 대한 탄력성을 구축하고 더 많은 생명과 굶주림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협력과 연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UNDRP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93개국 가운데 절반 정도만이 ‘다중 위험 조기경보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매년 태풍과 홍수 피해를 크게 입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재난관리에 필수적인 조기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은 앞서 VOA에 북한이 자연재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사회기반시설 개선을 꼽았습니다.

[녹취: 소바쥬 전 소장] “You have to work in all level. Central, province, local level. They all have their responsibilities.”

재해 대응에 책임이 있는 중앙과 도, 지방 단위 차원에서 모두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조기경보를 중앙정부에서 발령하면 도와 지방 단위에서 대응 조치를 내리고 대비에 필요한 물자를 해당 지역에 보내는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고, 소바쥬 전 소장은 말했습니다.

소바쥬 전 소장은 또 북한은 평양과 같은 대도시 이외 지역에는 라디오 등 통신망이 갖춰져 있지 않아 재난 관련 정보가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아시아재난감축센터’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19년 기준인구 1천 명 당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아시아에서 가장 큰 나라로 꼽힙니다.

2019년 발생한 가뭄으로 북한 주민 1천10만 명이 영향을 받았는데, 이는 2천500만 인구를 기준으로 주민 1천 명 당 395명이 피해를 본 것입니다.

홍수로 인구 1천 명 당 122명이 영향을 받아 2위를 기록한 이란과 비교해 3배 이상 많은 규모입니다.

북한은 유엔의 재난 위험관리 순위에서도 전 세계 191개 나라 가운데 39번째로 대비 상태가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지난 2004년에서 2018년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로주민 660만 명이 타격을 받았고, 지난 20년간 자연재해로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7.4%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유엔은 특히 북한의 자연재해는 각종 질병을 유발해 주민의 식량과 영양 상태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UNDPR에 따르면 지난 2000년에서 2019년 사이 전 세계 재난 건수는 총 7천348 건으로 1980년에서 1999년 사이 4천212 건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