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워싱턴의 북한인권단체가 설립 20주년을 맞아 대북 인권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북한 내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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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프레드 윔비어] “They gave us all we need to move forward with putting Korea on the stage. And then when we sued them…”
“HRNK는 우리가 북한을 제소할 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오토는 여전히 내 아들입니다. 아들이 그립습니다. 그래서 힘듭니다. 그러나 앞으로 20년을 더 끌 수 없습니다. 더 열심히 해야 합니다. 변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 2015년 말 북한 여행 중 북한 당국에 구금됐다 이듬해혼수 상태로 송환된 직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인 프레드 웜비어 씨와 신디 웜비어 씨가 20일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행사에서 강조한 메시지입니다.
신디 웜비어 씨는 탈북민들이 아들을 잃은 나를 포옹할 때마다 북한을 미워하지 않도록 해 줬지만 여전히 김 씨 정권을 미워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이 자유를 찾을 때까지 더 열심히 싸워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웜비어 씨 부부는 2018년 아들의 죽음에 대한 북한 당국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에서 미 법원으로부터 배상 판결을 받아낸 바 있습니다.
북한인권위원회는 지난 2001년 설립된 워싱턴의 대표적인북한인권단체로,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의 주도 아래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실상을 폭로하는 등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알리는 활동을 벌여왔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전현직 의회 의원과 행정부 관리, 인권 전문가 등 150여 명이 참석해 북한의 인권 상황을 성토하며 단체의 의미와 성과를 기념했습니다.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위원장과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등은 축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커비 전 위원장은 영상 메시지에서 COI 보고서 작성에 이 단체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마이클 커비] “The world promised after 1945 that it would never turn its back on the investigation and action on human rights abuses that rise to the level of crimes against humanity…”
커비 전 위원장은 1945년 이후 세계는 반인도 범죄 수준의 인권 침해에 대한 조사와 조치에 등을 돌리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우리는 (북한에서) 유엔이 처벌해야 하는 반인도 범죄가 있음을 발견했다며, 이같은 조사 결과에 HRNK의 활동이 중요했다고 말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북한인권위원회가 “북한 주민들의 생활개선 방법에 대한 국가적, 국제적 수준의 정책과 전략에 영향을 주는 근거를 마련해줬다"고 말했습니다.
미 상원 동아시아소위원회 위원장인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의원은 “현재 약 12만여 명의 북한 주민이 수용소에 갇혀 감시를 받고 있다"며, "갇히지 않았어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습니다.
마키 의원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북한인권특사 임명, 인도적 지원을 가로막는 관료적 장애물 제거, 종전을 통한 한반도 평화 추진 등을 거론하며 “이 일은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이라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탈북민들도 참석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간부 출신 리정호 씨와 그의 자녀 이현승 씨와 이현서 씨, 한국의 대북인권단체 노체인의 정광일 대표, 대북 전단 전문가 박상학 씨와 유타주에 거주하는 제이크 김 씨 부부가 행사장에 참석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 원코리아 이현승 지부장은 이 자리에서 원코리아 설립자의 증조부가 한국전쟁 이전에 북한 정권에 의해 처형됐다며, 자신들의 끔찍한 경험은 현재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 인권 문제는 협상의 대상이 아닌 기본권이라며, 미국의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녹취: 이현승] “If peace means keeping my mouth shut in the midst of injustice and evil, I don't want it. Peace is not simply the absence of conflict, but the existence of justice for all people.”
킹 목사는 “평화가 불의와 악의 한 가운데서 내 입을 닫는 것을 의미한다면,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평화는 단순히 갈등이 없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 위한 정의가 존재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HRNK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제이크 김 씨도 자신의 아버지가 생각난다며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김 씨는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간 아버지의 시신조차 건내받지 못했다며, 이는 북한 주민의 현재 상황이고 북한 인권활동이 주민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치범수용소피해자가족협회 노체인의 정광일 대표는 VOA에 한국 내 북한 인권 활동이 중지된 상황이라며 미국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정광일] “한국 정부 자체는 북한 인권 자체를 거론 못하게 하고 평화라는 이름으로 말살하고 있는데 미국이 하지 않으면 전혀 우리 북한 인권 활동가들이 일을 할 수 없어요. 앞으로도 많은 지원을 하면 좋겠습니다.”
정 대표는 HRNK와 진행한 북한 정치범 수용소 조사사업 결과 중 하나인 수감자 명단을 유엔 강제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에 넘겨 북한 당국으로부터 수감자들의 생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 지성호, 태영호 의원도 영상 메시지를 통해 단체의 활동에 대한 감사와 북한 인권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리정호 씨도 VOA에 북한 주민들이 국제사회와 미국에서 북한 인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정호] “오늘 미국에서 북한 인권 단체가 많은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서 북한 인권에 대해 성토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은 것에 대해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저는 북한 인권에 대해서 더 많이 알리는활동을 할 것이고 여러분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하겠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단체 20주년 기념 ‘HRNK인권상’을 받아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1970년대부터 국제사회의 인권을 위해 활동한 코헨 전 부차관보는 지난 10여년 간 이 단체의 이사회 의장이자 공동의장으로서 단체 운영과 개발, 조직의 목표와 참여를 이끌어낸 공로를 인정받았습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연설에서 자신은 “1990년대 탈북자가 발생하면서 북한 내부 상황을 기록하는 것의 중요성을 가장 먼저 인식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며 정보 접근이 차단됐을 때도 낙심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자신의 전화기에 늘 갖고 다니는 사진이 있다며 요덕수용소 출신 탈북민 강철환 씨와 지성호 의원을 언급하며, "이들의 존재는 인권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강조했습니다.
코헨 전 부 차관보는 연설 후 VOA에 국제 인권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던 자신이 북한이 전 세계 최악의 상황 중 하나로 다가왔기 때문에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서, 북한의 상황은 20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국경이 봉쇄된 상황은 북한 주민들을 기아 상태로 만들고 있고 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수용소로 보내지는 사태를 빚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로베타 코헨] “The situation the human rights situation has not changed very much, and right now it's extremely difficult in North Korea. There's a lockdown in the country. The result is that starvation has again come back in a larger way to North Korea..”.
코헨 전 부차관보는 전 세계와 유엔총회는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매우 강력하게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있지만 이같은 상황이 언제 끝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참석자들은 대북 인권 활동의 중요성과 성과를 인식하면서도 정권 유지에만 몰두하는 김 씨 정권에 의해 주민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011년부터 HRNK를 이끌어 온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VOA에 HRNK 설립 25주년이 오기 전에 북한 내부에 큰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며, 변화는 북한의 개방성과 투명성이 올 때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렉 스칼라튜] “We have to ensure that the DPRK turns into a place that considers a transition to human rights, economic reform political reform social reform with the eventual goal of reunification under a free, democratic, prosperous Republic of Korea. This is not a matter of choice. This is the destiny of the Korean people.”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이 북한에서도 가능한 일이라며, 같은 한반도이기 때문이며 북한이 인권, 경제, 사회 개혁을 고려해야 하며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한 민족의 운명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HRNK는 올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과 북한의 성분: 인도적 범죄의 유사점’, ‘북한의 인권: 유엔의 역할’, ‘장기 노동교화소 8호, 승호리’, ‘선화동 노동교화소’ 등의 보고서를 펴냈습니다.
이 단체는 웹사이트에서 “북한인권위원회의 연구와 출판 활동은 북한 독재정권의 북한 주민 권리 침해, 정치범 수용소 및 노동수용소의 방대한 시스템, 북한 정권에 의한 식량 및 재화에 대한 불평등한 접근권, 중국으로 탈북한 난민들의 곤경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