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대통령, 미국 등 서방 10개국 대사 '외교적 기피인물' 지정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 10일 각료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3일 미국과 프랑스 등 10개국 대사들을 ‘외교적 기피인물’(persona non grata)로 지정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주재국 정부가 외국 외교관을 ‘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하면 외교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상대국 정부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추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외교적 갈등이 더 깊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앞서 터키 주재 미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덴마크 등 서방국 대사 10명이 18일 공동 성명을 통해 터키 감옥에 수감 중인 반정부 인사 오스칸 카발라의 석방을 촉구한 뒤 나왔습니다.

유럽평의회는 앞서 터키 정부가 카발라를 석방하라는 유럽인권재판소의 결정을 따르지 않을 경우 터키를 징계할 수 있다고 경고했었습니다.

카발라는 유죄 선고 없이 대규모 시위와 쿠데타 주도 혐의로 4년 이상 감옥에 수감됐다가 최근 석방됐지만, 바로 재수감됐습니다.

카발라는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으며, 터키 재야 진영에서는 에르도안 정부가 반대파를 탄압하고 실정에 대한 비판을회피하려는 계략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터키 중부 에스키셰히르를 방문해 가진 연설에서 외국 대사들은 터키 외교부에 그런 명령을 할 자격이 없다며 외교적 기피인물 지정을 공식화했습니다.

터키 외교부도 앞서 외국 대사들의 주장은 내정 간섭이자 터키의 사법권 침해라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