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한국전쟁 종전선언의 조건으로 북한이 비무장지대 인근 재래식 병력을 감축하는 등의 실질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종전선언이 광범위한 비핵화 과정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두 전문가는 12일 VOA 한국어 서비스의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국이 북한과의 관여 과정 속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두 전문가의 대담을 정리했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종전선언과 관련해 한국과 미국이 조율을 상당히 끝냈다고 말했습니다. 또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한국 방문 기간 동안 종전선언 논의가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말했는데요. 맥스웰 선임연구원님. 한국과 미국이 이 사안에 일치돼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가요?
맥스웰 연구원) “저는 미국 국무장관과 한국 외교장관의 발언이 우리의 동맹이 얼마나 강력한지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사안에 대해 협의를 하고 조율하며 논의를 한다는 것이죠. 다만 종전선언이 실제 이뤄지는 것과 관련해선 문제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북한의 김 씨 일가는 제재 해제 없이는 동의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게 문제로 보이는 겁니다.”
진행자) 맥스웰 선임연구원님. 정의용 장관은 왜 논의가 상당히 끝났다고 말했을까요?
맥스웰 연구원) “끝났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종전선언을 어떻게 추진할지에 대한 계획을 갖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오늘 발표된다는 걸 의미하진 않습니다. 어쩌면 북한과 종전선언을 논의하기 위한 협상에 돌입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그들이 종전선언을 발표하는 데 필요한 조건들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 조건에는 서울을 위협하는 비무장지대의 재래식 병력을 감축하라는 것도 포함되길 바랍니다. 그런 상황의 변화 없는 종전선언은 북한의 포격과 공격 역량으로부터 한국을 위험에 빠뜨리게 할 것입니다.”
진행자) 여 석좌님. 정의용 장관이 말한 것처럼 크리튼브링크 동아태 차관보의 발언이 논의가 상당히 끝났다는 말로 들리셨나요?
여 석좌) “저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나 성명은 미국과 가졌던 초기의 의견차이가 좁혀졌다는 걸 의미한다고 해석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그 문제에 의견이 일치한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상대방이 어떤 입장에서 출발하고, 선언을 밀어붙이거나 미루고 있는지를 놓고 건강한 상호 이해가 있다는 점입니다. 종전선언은 양측이 편안하게 느낄 필요가 분명하고, 어색해서도 안 되며, 정치적 맥락에서 벗어나도 안 됩니다. 저는 동아태 차관보가 종전선언과 관련해 아마도 미국이 한국 정부가 원하는 지점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시사했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과 한국이 순서와 시기, 조건 등에서 관점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반면 정 장관은 미국과 한국의 의견이 일치한다고 밝혔습니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여 석좌) “양측의 발언은 모두 외교적인 것입니다. 설리번 보좌관과 정 장관 모두 북한과 관여에 대한 원칙에 동의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죠. 다만 그들은 전술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특히 시간표가 그렇습니다. 저는 동맹 관계와 북한, 북한 비핵화에 대해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 더 많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금은 구체적인 하나의 전술적 방안인 종전선언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합니다.”
진행자) 종전선언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은 무엇인가요?
맥스웰 연구원) “저는 미국과 한국은 아무 전제조건 없이 이 문제를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논의를 마무리할 땐 개성 지역의 포병 철수와 최전방 기갑부대를 비무장지대에서 북쪽으로 최소 20km 물러나는 것을 주장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 군은 공격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한국 군의 태세는 방어입니다. 이것은 매우 다른 군사적 셈법입니다. 저는 북한의 한반도 지배를 목표로 한 전략에 아무 변화가 없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이에 대한 증거를 보는 한 한국을 북한의 잠재적인 공격 위험 아래 둬서는 안 됩니다.”
진행자) 여 석좌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여 석좌) “저는 종전선언을 하기 전에 반드시 점검해야 할 전제조건 목록이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맥스웰 선임연구원이 언급한 재래식 병력 감축에 더해 가장 기본적으로 한국과 미국 정부는 종전선언에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 알아야 합니다. 만약 북한이 계속 핵 프로그램이나 미사일을 확장한다면 말이 되질 않겠죠. 미국은 종전선언을 고려하기 전에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맥스웰 선임연구원이 언급한 재래식 감축에 더해 저는 종전선언이 더 광범위한 단계별 조치의 일환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김정은이 대화에 대한 태도를 바꿀 것이라는 희망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말하고 싶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유럽연합이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마련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결의안 초안의 공동제안국이 됐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님. 미국이 이번 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는 게 왜 중요한가요?
맥스웰 연구원) “바이든 행정부를 비롯한 모든 행정부는 적국을 상대할 때 인권 문제를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인권은 도덕적인 의무일뿐 아니라 국가안보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비핵화를 원하는 상황에서도 인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중요합니다. 우리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옛 소련과 핵 감축 협상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그는 러시아 주민들에 대한 소련의 인권 유린에 대해 주저하지 않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여 석좌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 석좌) “미국이 이 결의안에 참여하는 건 바이든 행정부가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외교를 추진하려 한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다음달인 12월에는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죠.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것은 미국을 위선적으로 보이게 할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 인권 운동이 미국에서 긴 역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미국은 지난 2004년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킨 첫 번째 나라입니다. 미국이 매년 이 결의안에 서명하는 전통을 지키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진행자) 한국은 아직 이 결의안의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대로 확정되면 한국은 3년 연속 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 빠지게 되는 건데요.
여 석좌) “이건 인권 탄압 문제로 북한을 비난하는 것이 북한을 더 멀어지게 하고 대화를 방해할 것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믿음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북한에 대한 비판이 북한 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북한과 평화적으로 관여하고 인도주의적 우려를 해소하는 게 인권 증진을 위해 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인권 결의안에 대한 공동제안국이 되는 것이 북한이 대화에 나서고 그렇지 않고를 결정짓는 요소가 될 수는 없습니다. 북한은 원하는 것이 있다면 협상에 나설 것입니다. 북한 인권에 대한 거센 비판이 있었던 부시 전 행정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당시 북한인권법이 통과됐지만그것이 북한의 6자회담 참여를 막진 못했습니다. 북한 인권을 비판하거나 비난한다고 해서 그것이 관여 과정을 중단하는 것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북한은 무언가를 원할 때 대화에 나설 것입니다.”
아웃트로: 지금까지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과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의 대담 들으셨습니다.
※ 두 전문가의 대담은 한국 시간 13일(토) 오후 9시 VOA 한국어 방송 웹과 YouTube, Facebook의 '워싱턴 톡'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