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첫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두 정상은 갈등과 충돌 대신 선의의 경쟁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럽연합(EU)이 최근 난민 사태와 관련해, 벨라루스에 새로운 제재를 가하기로 했습니다. 미얀마에서 재판을 통해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미국 언론인이 석방됐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먼저 미국과 중국 간 첫 정상회담 소식부터 살펴보죠.
기자) 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간의 첫 정상회담이 워싱턴 시각으로 15일 저녁화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첫 정상회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지 약 열 달 만에 이뤄진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후, 두 정상은 지난 2월과 9월 두 차례 전화 통화만 했을 뿐 회담을 한 적은 없습니다. 양국 관계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시절부터 급속히 냉랭해지기 시작해 현 바이든 정부까지 이어지고 있는데요. 지금 두 나라 관계는 지난 1979년 국교 수립 이래 최저점을 찍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회담이 성사된 만큼 더 많은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요. 회담 시간이 꽤 길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3시간 반 정도 진행됐는데요. 당초 예정 시간을 넘긴 것이라고 합니다. 양국은 지금 전방위적인 갈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요. 그만큼 다룰 의제가 많았던 것으로 읽혀집니다.
진행자) 양국 간에 민감한 의제가 많이 있죠?
기자) 네, 타이완 문제와 홍콩, 티베트, 신장 위구르족 인권 상황, 남중국해 등 중국 정부가 예민하게 생각하는 분야를 비롯해 경제, 안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베이징 동계올림픽 등 다양한 의제들이 놓여있습니다.
진행자) 특히 지금 중국과 타이완 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는 분석인데, 이 부분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네. 백악관이 16일 양국 정상회담에 관한 보도자료를 내놨는데요.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미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며, 타이완의 독립에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타이완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거나 현 상태를 바꾸려는 어떠한 일방적인 시도도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타이완 문제에 관한 중국 정부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도 줄곧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습니다. 다만 ‘타이완관계법’이라는 국내법을 제정해 타이완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미-중 정상회담 후 타이완은 바이든 대통령의 현 상태 지지 발언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얼마 전, 타이완 방어와 관련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킨 적도 있죠?
기자) 맞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타운홀 미팅에서, 중국이 타이완을 공격하면 미국이 방어할 것이냐는 진행자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해 중국이 강하게 반발했는데요. 이에 백악관이 확대 해석을 경계하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종전의 기조보다는 누그러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정부는 출범하면서 인권과 자유, 민주주의를 특히 강조해왔는데요. 이 부분에 관해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지도 궁금하군요.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신장, 티베트, 홍콩에서 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행동과 인권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백악관은 전했습니다. 백악관은 또 바이든 대통령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다짐도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국제 현안 중에서는 어떤 의제가 비중 있게 논의됐을까요?
기자) 백악관에 따르면 두 정상은 북한과 아프가니스탄, 이란 등의 국제 현안도 심도 있게 논의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두 나라는 갈등과 충돌이 아니라 경쟁 관계로서, 이런 국제 현안 외에도 기후변화 등 협력 가능한 의제에 대해 공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야기도 들어보죠.
기자) 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도 두 나라의 상호 공존을 강조했다고 하는데요. 시 주석은 두 나라를 바다를 항해하는 거대한 두 척의 배로 표현하면서, 항로를 이탈하거나 충돌해서는 안 된다면서 양국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타이완 문제나 홍콩 자치 등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했습니까?
기자) 중국 신화통신은 시진핑 주석이 타이완과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타이완 분열 세력이 한계선을 넘는다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시 주석은 또 바이든 대통령에게 지도력을 발휘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다시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궤도로 돌려놓길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3시간 반에 걸친 회담에서 여러 의제가 다뤄진 것 같은데, 양국 관계에 어떤 돌파구가 마련됐을까요?
기자) 당초 이번 회담에 대해 어떤 구체적인 결과물이 도출될 거라는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워낙 양국 간에 골이 깊기 때문에 단 한 번의 회담을 통해 돌파구가 마련될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고요. 다만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의 경색된 관계에 물꼬를 열었다는 점에 방점을 두는 분위기입니다.
진행자) 그나마 최근 두 나라 간에 약간의 긍정적 진전도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입장차가 컸던 두 나라가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 협력하겠다고 전격 선언한 바 있습니다. 한편 일부 언론은 이날 두 정상의 넥타이 색깔에 의미를 두기도 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공산당 상징색인 붉은 계통을, 시진핑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 넥타이를 맸는데, 관계 개선을 위한 양국 정부의 세심한 배려의 하나로 풀이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이번에는 유럽으로 가봅니다. 유럽연합(EU)이 결국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를 결정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외무장관들이 15일 회의를 열고 벨라루스에 대한 신규 제재를 단행하기로 결의했습니다. EU 외교 수장인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이번 결정은 난민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것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EU의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난민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한다는 게 무슨 뜻이죠?
기자) 최근 몇 달간 폴란드 국경을 통해 EU 국가들로 들어가려는 벨라루스 내 중동 등지 출신 난민이 급증했는데요. EU는 이에 대해 EU와 갈등을 벌이고 있는 벨라루스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들의 불법 월경을 조장하며 이른바 난민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EU와 벨라루스는 왜 갈등을 벌이는 겁니까?
기자) 벨라루스를 20년 넘게 통치하고 있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압승을 거뒀다고 주장하면서 장기 집권에 들어갔는데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수도 민스크 등 벨라루스 전역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대를 유혈 진압했습니다. 이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루카셴코 정권을 비판하고 나섰고요. 특히 지난 6월, 벨라루스 정부가 자국의 야권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아일랜드항공사 여객기를 강제착륙시키면서 관계가 더 틀어졌습니다.
진행자) 아일랜드는 EU 회원국이죠?
기자) 맞습니다. 그 사건 후 EU는 루카셴코 정권의 주요 인사들과 단체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고요. 벨라루스의 주 수입원인 비료, 담배 산업, 화학 제품, 금융 등에 대한 경제 제재도 단행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벨라루스 정부가 이에 대한 반발로 최근의 난민 사태를 조장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 근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국경 일대에는 약 4천 명의 난민이 몰려 있는데요. 이들의 월경을 막기 위해 폴란드 군인과 경찰 약 1만 5천 명이 배치돼 있습니다. 여기에 러시아 병력도 이 일대에 집결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데요. 일부 언론은 러시아가 현재 벨라루스와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 국경 일대에 약 9만 명의 병력을 배치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15일, 러시아의 이상 동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벨라루스와 러시아는 최근 합동 공수훈련도 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난 12일 양국이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 근처에서 낙하산 부대가 투입된 합동 공수훈련을 전개했습니다. 루카셴코 정권은 EU 제재 후 러시아와 특히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러시아에 핵탄두가 탑재된 미사일을 배치해달라는 요청까지 했습니다.
진행자) EU가 새로 부과하기로 한 제재는 어떤 것들입니까?
기자) EU는 난민 사태와 관련된 개인과 기관 등에 대한 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단행하기로 했는데요. 특히 이에 연루된 여행사나 항공사 등에 대해서도 제재를 단행한다는 방침입니다. EU 장관들은 이날 구체적인 제재 대상 명단은 발표하지 않았는데요. 조만간 최종 제재 명단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얀마에 억류돼 재판을 받았던 미국 언론인이 석방됐군요?
기자) 네. 미국 언론인 데니 펜스터 씨가 14일 석방됐습니다. 로버트 리처드슨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펜스터 씨와 비행기 앞에서 같이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는데요. 리처드슨 전 대사는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대니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재결합할 수 있게 돼 기쁘다”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리처드슨 전 대사가 최근 미얀마를 방문했었죠?
기자) 네. 리처드슨 전 대사는 지난 2일 미얀마를 방문해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을 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지원 방안을 협의한 바 있었습니다.
진행자) 펜스터 씨는 최근 미얀마 법정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2일 미얀마 법원이 펜스터 씨에게 불법 조직과 비자 규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11년 형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한편 미얀마 검찰은 지난 10일, 펜스터 씨를 테러와 선동 혐의로 추가 기소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대니 펜스터 씨는 어떤 사람인가요?
기자) 네. 현재 독립 인터넷 매체인 ‘프런티어미얀마’의 편집인입니다. 펜스터 씨는 지난 5월, 양곤 국제공항에서 미얀마 경찰에 체포됐는데요. 당시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서 출국하려던 길에 붙잡혔습니다.
진행자) 미얀마 경찰이 왜 펜스터 씨를 체포한 겁니까?
기자) 네. 펜스터 씨 변호인에 따르면, ‘미얀마나우’란 매체와 관련 있다고 하는데요. 펜스터 씨는 앞서 ‘미얀마나우’에서 일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둔 지 1년이 넘었다는 게 변호인 측 설명입니다. 펜스터 씨는 미얀마 군부가 지난 2월, 쿠데타를 일으키기 전에 이미 ‘미얀마나우’를 그만뒀다고 합니다.
진행자) ‘미얀마나우’는 어떤 매체인가요?
기자) 미얀마의 대표적인 독립 언론매체인데요. 미얀마 군부의 탄압을 외부에 알리는 주요 통로로 활동해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3월, 미얀마 군부는 ‘미얀마나우’ 등 매체 5곳에 대해 활동 금지와 폐쇄 명령을 내렸습니다.
진행자) 펜스터 씨 석방에 관해 미국 정부는 어떻게 반응했나요?
기자) 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성명을 냈는데요. 성명은 “펜스터 씨가 지난 6개월 동안 잘못 구금돼 있던 미얀마에서 석방된 것을 환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성명은 또 “미얀마에서 부당하게 구금된 사람들을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