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성들, 유엔 여성 폭력 추방 캠페인 동참…"북한 여군 성폭력 심각"

유엔이 주관한 '젠더 기반 폭력 추방을 위한 16일의 캠페인(16 Days of Activism against Gender-Based Violence)' 일환으로 지난달 2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아프간 여성 인권 침해에 관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유엔이 진행 중인 여성 폭력 추방 캠페인에 탈북 여성들이 참여해 군대 내 성폭력 등 북한 여성들이 겪는 다양한 폭력 피해를 알렸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앞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종식하는 조치를 취하라는 유엔 등 국제사회의 권고를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이행이 없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는 지난 29일 미국에 사는 북한 여군 출신 탈북 여성의 영상 증언을 통해 북한 여군들이 겪는 성폭력 등 다양한 인권 침해를 폭로했습니다.

유엔이 지난주부터 시작한 ‘젠더 기반 폭력 추방을 위한 16일의 캠페인(16 Days of Activism against Gender-Based Violence)’을 맞아 북한 내 여성에 대한 폭력이 매우 심각하다며 관심을 호소한 겁니다 .

북한 여군으로 6년간 복무한 탈북 여성 제니퍼 김 씨는 이 단체와의 영상 인터뷰에서 “북한 여군에 대한 가장 심각한 인권 침해는 성폭행 범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제니퍼 김 씨(영어 더빙)] “The most serious human rights violations against female North Korean soldiers are sexual assault crimes. Based on my experience, I think almost 70% of female soldiers are victims of sexual assault or sexual harassment. And I'm also a victim of sexual assault,”

김 씨는 자신의 경험상 북한 여군의 거의 70%가 성폭행 또는 성추행 피해자로 생각한다며 자신 역시 성폭행 피해자라고 말했습니다

23살 때 부대 정치군관으로부터 강압적으로 성폭행을 당하고 이후 군의관으로부터 마취 없이 강제로 낙태 수술까지 받았다는 겁니다.

김 씨는 조선노동당 입당 결정 등에 막강한 권한을 가진 정치군관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자신의 미래가 송두리째 날라가기 때문에 그런 수모를 감내해야 했다며, 그 상처와 고통이 지금까지도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제니퍼 김 씨(영어 더빙)] “But to me, all men are like that political adviser and everything men do reminds me of what he did. Because of that experience, not only do I still struggle mentally, but I'm also not able to have children. So even now, it's difficult for me to have a good marriage. The shame I felt back then still haunts me and will continue to do so.”

모든 남성이 정치군관으로 보이고 남성들이 하는 모든 것이 그가 한 일을 떠올리게 하며, 이런 경험이 지금도 정신적으로 자신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겁니다.

김 씨는 이런 악몽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고 좋은 결혼을 하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영국에서 북한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는 북한 출신 박지현 씨도 지난주 유엔 여성기구 영국 국가위원회(UN Women UK)가 시작한 ‘젠더 기반 폭력 추방을 위한 16일의 캠페인’ 발대식에 참석해 북한 여성들이 겪는 다양한 폭력 피해를 증언했습니다.

아울러 이 캠페인에 동참한 영국 여성단체전국연맹(NAWO) 홈페이지 기고를 통해 “김 씨 남성 왕조의 통치하에 북한 여성은 권리가 없다”며, 자신이 겪은 인신매매와 폭력 피해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박 씨는 1일 VOA에, 이런 폭력의 사각지대에 놓인 북한 여성을 대변하고 국제사회가 북한과 중국 지도부의 만행에 관심을 갖고 개선을 압박하도록 하기 위해 캠페인에 동참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씨] “북한은 성폭력이나 성추행 같은 문제에 대해서 정부 자체가 관여를 안 한다고 봐야 하잖아요. 오히려 피해자가 더 욕을 먹는 사회잖아요. 가해자보다. 특히 북한이 남녀평등법을 발표했어도 남자가 여자에 대한 서로의 존중이 없기 때문에 남자가 여자한테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할 수 없다는 거죠. 아주 심각합니다.”

북한 여성들에 대한 폭력 등 광범위한 여성 인권 침해에 대해 국제사회의 우려도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제76차 유엔총회가 지난달 제3위원회에서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안은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 문제에 대해 우려하며 북한 정부에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결의안은 특히 ‘여성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 침해’, ‘여성 인신매매에 극도로 취약하게 하는 내부 환경’, ‘정치·사회 영역과 구금 중 차별 등 여성에 가해지는 젠더에 기반한 차별’, 강제 낙태와 다른 형태의 성폭력 문제 등을 지적했습니다.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 “Violations of the human rights and fundamental freedoms of women and girls, in particular the creation of internal conditions that force women and girls to leave the country and make them extremely vulnerable to trafficking in persons for the purpose of sexual exploitation, forced labour, domestic servitude or forced marriage and the subjection of women and girls to sexual and genderbased discrimination, including in the political and social spheres, as well as in detention, forced abortions and other forms of sexual and gender-based violence,”

유엔은 2014년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보편적정례검토(UPR) 등을 통해 북한 당국에 여성 폭력 종식을 위한 다양한 권고를 했지만 개선 움직임은 없다는 지적입니다.

북한 지도부는 특히 2019년 유엔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검토에서 9개국이 권고한 여성 폭력 방지와 역량 강화 권고 가운데 나미비아와 아르헨티나, 호주, 이집트, 벨기에의 권고를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이행 조치 발표나 움직임은 아직 없습니다.

북한이 당시 지지한 조치는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의 선택의정서 비준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 종식(나미비아), 성 평등 보장과 젠더 기반 폭력으로부터의 즉각적인 여성 보호 조치(아르헨티나), 여성과 여아 대상 폭력에 면죄부를 주지 않는 조치(호주), 모든 여성 폭력을 범죄로 다뤄야 한다는 권고(벨기에) 등입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북한 형법이 이미 상관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에 대해 2년 이하 징역, 엄중한 경우 5년 이하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며, 관리들의 부패와 위력, 가부장적 문화 때문에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박지현 씨는 결국 의식이 문제라며, 성인지 감수성과 성폭력 등 모든 형태의 폭력에 대해 인권 의식이 없는 북한 주민들에게 교육적 차원의 외부 정보를 적극 보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남성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민주화로 이끈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인권 운동의 대모로 알려진 위니 마디키젤라 만델라 여사의 명언을 상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씨] “그분이 얘기했잖아요. 우리 모두가 서로 다른 여성에게서 태어났다고. 그래서 여성이 정말 중요하다고. 남성도 여성의 몸에서 태어난 생명체잖아요. 따라서 여성을 다치게 하면 사실 미래를 다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성을 다치게 하는 모든 범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