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안보리 북한 인권 공개 회의 일정 없어…북한 인권 상황 계속 우려"

미국 워싱턴의 국무부 건물.

올해도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공개 회의가 열리지 않는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습니다. 이로써 4년 연속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관련 공개 회의가 열리지 않게 된 가운데 비공개 방식의 회의 소집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국무부는 올해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가 없을 것이라고 확인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9일 ‘미국 정부가 이달 중으로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회의를 소집할 계획이 있느냐’는 VOA의 질문에 “해당 사안과 관련한 공개 회의가 이달 중에 예정돼 있지 않지만, 미국은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계속 우려하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대변인실 관계자] “While no public meetings are scheduled on this issue this month, the United States remains concerned about the human rights situation in the DPRK.”

미국 정부는 ‘세계 인권의 날’인 12월10일을 전후해 매년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회의를 소집하거나 시도해왔는데, 국무부 대변인실은 ‘회의가 예정돼 있지 않다’는 말로 올해 미국이 공개 회의를 추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겁니다.

유엔주재 유럽연합 대표부 대변인도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유엔 안보리의 일정에 해당 회의가 예정돼 있지 않고, 우리는 현 시점 조만간 그런 회의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며 미국 국무부와 같은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유럽연합 대표부 대변인] “There is no such session scheduled in the UNSC’s POW, and we aren’t aware of one in the offing at this point. You might check with the US. The EU would like to see such a session on the UNSC agenda, but that is up to the UNSC to decide.”

그러면서 “유럽연합은 유엔 안보리 의제에서 해당 회의를 보길 원하지만 이는 안보리가 결정할 일”이라고 이 대변인은 덧붙였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최종보고서가 나온 지난 2014년 첫 회의를 개최한 이후 2017년까지 매년 관련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8년 정족수 미달로 처음으로 회의가 무산되고, 이듬해인 2019년에도 회의 소집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2년 연속 안보리는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7개 나라가 ‘북한의 인권 유린이 국제평화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 개진을 희망하면서 다시 회의가 소집됐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공개 방식의 회의에 반대하면서 각 이사국들의 발언 내용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는 ‘비공개’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따라서 올해 공개 회의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안보리는 4년 연속 공개적인 방식의 북한 인권 회의를 개최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이번 회의가 열리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북한 내 인권 상황에 대해선 여전히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불법적인 핵과 탄도 무기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계속 자국민을 착취하고 자원을 전용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권위주의 국가 중 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대변인실 관계자] “The DPRK continues to exploit its own citizens and divert resources from the country’s people to build up its unlawful nuclear and ballistic weapons programs. The DPRK is among the most repressive authoritarian states in the world.Its human rights situation is deplorable.We continue to work with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raise awareness, highlight abuses and violations, increase access to independent information, and promote respect for human rights in the DPRK.”

이어 북한의 인권 상황이 “개탄스럽다”며 “우리는 북한 내 인권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인권 침해와 위반을 강조하며 독립적인 정보 접근 향상과 인권을 촉진하기 위해 계속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인권 단체는 올해 회의가 열리지 않는 데 대해 실망감을 표출했습니다.

북한인권위원회(HRNK)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인권위원회가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에게 관련 회의 소집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의 노력을 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안보리가 북한 인권 문제에서 “다시 우위를 선점하지 않는 건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My view is that it's regrettable that we are not retaking the high ground that we once held.”

다만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현 바이든 행정부가 국내외적으로 여러 현안들에 집중하고 있으며 처음으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 회의 소집을 하지 않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특히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의지도 여전히 확고하다고 믿는다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더 부각시킬 수 있도록 북한인권위원회를 비롯한 민간 단체들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