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납북자 문제 국제 심포지엄 열려..."북한, 납북자 전원 즉각 송환해야"

일본 납치 문제 담당상을 겸임하는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

일본 정부가 ‘북한 인권침해 문제 인식주간’에 맞춰 납북자 문제를 다루는 국제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납치 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한 과제임을 강조했고, 피해자 가족들은 납북자들의 즉각적인 전원 송환을 촉구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 정부가 지난 11일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협력’이라는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열었습니다.

납치 문제 담당상을 겸임하는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북한에 의한 납치 문제 해결은 일본의 주권과 일본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문제이자 기시다 후미오 총리 내각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마쓰노 장관] 일본어

마쓰노 장관은 “일본과 북한 사이의 불신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일본이 주도적으로 북한의 최고지도자와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기시다 총리는 김정은을 전제조건 없이 만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일본은 2002년 북일 평양선언에 따라 현안을 해결하고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며 외교관계 정상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002년에 일본인 납북자 5명이 일본으로 돌아온 이래 단 한 명도 귀국하지 못했다고 언급한 마쓰노 장관은 “무엇보다 가족과 고국에 돌아오길 원하는 납치 피해자들에 매우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마쓰노 장관은 납치 피해자 가족들이 고령이 되면서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며, 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모든 피해자들의 하루라도 이른 귀국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전력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가족들 “납치 피해자들 전원 조속 귀환 원해”

1977년 북한에 의해 납치된 요코타 메구미 씨의 남동생 타쿠야 씨는 이날 회의에서 가족들의 한결 같은 요구는 “모든 납치 피해자들이 즉각 귀환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국제사회와 계속 협력하고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말했습니다.

납치피해자가족회의 신임 회장으로 임명된 요코타 씨는 회장이 세 번이나 바뀔 때까지 납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데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요코타 타쿠야] 일본어

요코타 씨는 “일본 정부에 대한 분노가 생긴다”며 “일본 정부가 왜 납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지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에 납치된 일본 여성 요코타 메구미 씨의 남동생인 요코타 타쿠야 씨가 지난 2018년 5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관련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요코타 씨는 김 위원장에게 메시지를 보낸다며 “모든 일본인 납북자들이 귀환한다면 일본과 북한은 밝은 미래와 평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용감한 결정을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루마니아인 납북자 도이나 붐베아 씨의 남동생 가브리엘 붐베아 씨도 영상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붐베아 씨는 197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납치돼 북한에서 1997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진 루마니아인 도이나 붐베아 씨의 사진을 남동생 가브리엘 붐베아 씨가 들고 있다.

월북했다가 일본인 아내와 함께 일본에 정착했던 미군 탈영병 출신의 로버트 젠킨스 씨 등에 따르면, 붐베아 씨는 북한 공작원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쳤으며 미군 탈영병 제임스 드레스녹 씨와 결혼해 자녀를 가졌습니다.

가브리엘 붐베아 씨는 평양에 살고 있는 조카들이 얼마나 억압된 삶을 살고 있을 지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가브리엘 붐베아] “I sincerely wish that my nephews Ricardo and Gabriel, would know that they had a mother of immense artistic talent... and to realize that the last alive member of their mother’s family, me, Gabriel Bumbea love them and think of them all the time.”

붐베아 씨는 조카들인 리카르도와 가브리엘에게 자신이 어머니 쪽으로는 마지막 살아있는 가족이라며, 그들을 항상 생각하고 사랑한다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태국인 납북자 아노차 판초이 씨의 가족도 영상 메시지를 보내 구명을 호소했습니다.

아노차 씨의 조카 반종 판초이 씨는 “고모가 돌아오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녹취:반종 판조이] “I truly wish Anocha to come back. I want to confirm whether she was truly abducted by N Korea and is living in N Korea. Even if Anoch can’t come back. Evidence that she was there in N Korea would do. If she can’t return alive then her remains wrapped in white cloth would be acceptable.”

고모가 실제로 북한에 의해 납치됐는지, 북한에 살고 있는 지 확인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또 고모가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북한에 있었다는 증거만 있어도 괜찮다며, 살아오지 못한다면 유해만이라도 돌려받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아노차 판초이 씨는 1978년 마카오에서 실종돼 북한으로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판초이 씨의 납치를 부인해 왔습니다. 태국 정부는 지난 2006년 7월 북한에 판초이 씨 납북 문제를 조사하기 위한 공동위원회 설립을 제안했으나 북한이 응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심포지엄에 보낸 영상에서 일본을 비롯한 각국의 납북 피해자 가족들은 너무나 오랜 기간 고통을 받았다며, 이제는 사건을 종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스칼라튜 사무총장] “If abductees are still in N Korea, they must be reunited with their family members. If they passed away while held against their will in N Korea their remains must be returned to their families and hometowns.”

납치 피해자들이 여전히 북한에 있다면 가족과 재회해야 하며, 북한에 억류 중 사망했다면 유해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일본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납북 일본인 피해자는 17명이며 이들 가운데 5명은 2002년에 귀환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일본인 납치 피해자가 13명뿐이라며, 5명은 일본으로 돌아갔고 8명은 사망해 납치 문제는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일본은 2014년 5월 28일 일본인 납치 피해자 전면 재조사에 합의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하기로 했고, 일본은 대북제재 일부를 해제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더 이상 진전이 없었고 양측 협상은 지금까지 중단된 상태입니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 때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조건없는 정상회담을 통한 납치 문제 해결을 추진해 왔지만 북한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